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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 열선 켜줘” 말귀 잘 알아듣는 볼보 신형 ‘XC60’…직접 타보니

신동진 기자
입력 2021-10-06 14:50:00업데이트 2023-05-09 12:45:07
수입차가 한국어 말귀를 잘 알아듣는다. 주행 중 차량 계기판과 앞유리(헤드업 디스플레이), 인포테인먼트 화면 등 운전자 시선이 많이 닿는 3면이 모두 토종 내비게이션으로 도배된다. 볼보가 4년 만에 부분변경 모델로 출시한 인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XC60’이 그렇다.

볼보는 운전자들에게 익숙한 SK텔레콤 인공지능(AI) 누구와 티맵 내비게이션을 넣은 한국 전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수입차 고질병’으로 꼽힌 내비게이션 문제를 한번에 해결하고 음성명령으로 원하는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볼보코리아와 SK텔레콤이 2년간 300억 원을 들여 개발한 통합형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XC60을 시작으로 2022년식 S90, V60에도 적용된다. 5일 서울 중구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에서 경기 파주시 일대까지 왕복 140km 구간을 XC60 B5를 타고 달려봤다.

신형 XC60에서는 주행 전 의식처럼 행했던 목적지 화면 검색이 필요 없다. 시동을 걸고 ‘아리아’(AI 누구의 호출어)만 부르면 된다. 길 찾기를 위해 화면을 조작하거나 스마트폰을 거치대에 세우지 않아도 되는 작은 차이가 해방감을 줬다. 갑자기 걸려온 전화로 갈림길 안내를 놓칠 일이 없고 배터리 걱정도 할 필요가 없다.

운전대 뒤의 12.3인치 계기판은 내비게이션 시인성을 높이면서 경고등 역할도 했다. 계기판 상하좌우 끝에 속도, 주행 가능거리 등 성능 표시만 남기고 화면 대부분이 지도로 꽉 찼다. 진행 방향과 주유소, 주요 도로명 등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만 담았다. 과속을 할 땐 화면 전체가 붉게 물들었다.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세로로 길쭉한 센터 디스플레이(9인치)는 스마트폰 티맵과 비슷한 화면구성에 최종 목적지까지 도로 정체를 색깔로 구분한 그래픽이 표시됐다.

음성인식 기능은 괄목할 수준이다. 일부러 “안드레아 보첼리, 셀린디온이 부른 ‘더 프레이어’ 노래 들려줘” “신승훈의 ‘나보다 조금 더 높은 곳에 니가 있을 뿐’ 노래 틀어줘” 등 스무음절 넘는 긴 명령어를 쏟아냈지만 토씨하나 틀리지 않고 인식했다. 회차하는 길 비바람치는 날씨에 양쪽 창문을 열고 말했는데도 노이즈캔슬링 덕분에 인식이 잘 됐다. 볼보코리아 자체 실험에서는 창문을 닫지 않고 시속 150km 주행 때도 음성을 인식했다고 한다.

“조수석 시트 열선 켜줘” “뒷좌석 에어컨 꺼줘” 등 내장 기능은 정교한 음성 제어가 가능하지만 창문 트렁크 등을 여닫는 기능은 아직 지원하지 않는다. 음악은 스트리밍 서비스 ‘플로’로 지원하는데 차량 구매시 1년 이용 쿠폰을 주고 이후엔 별도로 돈을 내고 구독해야 한다. 애플뮤직 등은 다른 서비스는 블루투스로 연동해야 한다.

도심 주행에서는 고급 세단 같은 견고하고 부드러운 승차감이 일품이었다. 플래그십 세단인 S90과 같은 서스펜션으로 코너링할 때 쏠림이 없고 내리막길에서도 뒤에서 누가 잡아주고 있는 것처럼 안정감이 느껴졌다. 방지턱 등 요철을 넘을 때는 특유의 탄탄한 차체감으로 불편하지 않았다. 고속 주행에서는 부드럽고 기민한 운전대 반응이 돋보였다. 다만 속력을 높일수록 풍절음이 다소 거슬렸다.

차체 길이는 4710mm, 폭 1900mm로 제네시스 GV70(길이 4715mm·폭 1910mm)과 비슷하다. 가솔린 기반 마일드 하이브리드 엔진 모델(B5, B6)의 복합연비는 L당 9.1~9.5km, 가격은 6190만~7200만 원이다. 신형 XC60 사전계약 수는 2주 만에 2000대를 넘겼다. 차량 인도는 19일부터 시작된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