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역대 최다 판매 실적을 올린 현대자동차가 올해에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일본 브랜드들이 1월 미국 시장에서 마이너스 판매량을 기록했지만, 현대차는 친환경 차량과 제네시스 등을 앞세워 판매 호조를 이어갔다. 기아는 판매량은 다소 줄었지만 상대적으로 ‘비싼’ 차를 많이 팔며 수익성 개선의 기대를 높였다.
2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올해 1월 미국 내 현대차 판매량은 5만151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5% 증가했다. 현대차의 1월 미국 판매량으로는 역대 최대다.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가 전년 동기보다 29.3% 증가한 3638대 팔려 14개월 연속 판매량 증가세를 유지했다. 현대차가 가장 많이 판 것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다. 현대차가 미국에서 판 10대 중 7대는 SUV였다. 준중형 SUV 투싼이 1만3085대로 가장 많이 팔렸고, 싼타페와 팰리세이드가 각각 7354대, 6334대로 뒤를 이었다.
기아는 지난달 미국에서 전년 동기 대비 5.5% 감소한 4만2488대를 판매했다. 쏘울과 니로 등 소형 SUV와 K3를 포함한 세단 판매가 줄어든 탓이다. 반면 고부가가치 차량인 쏘렌토와 텔루라이드, 스포티지 등 중대형 SUV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늘었다.
현대차·기아를 합하면 1월 미국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3.1% 증가한 9만3998대였다. 특히 친환경차 판매가 눈에 띈다. 현대차·기아는 투싼 하이브리드, 아이오닉5, 니로 EV 등을 포함해 총 1만791대를 팔았다. 전년 동기 대비 220.1% 증가했다. 기아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탑재한 첫 차량인 EV6의 미국 판매를 곧 개시할 예정이어서 친환경차 판매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 차질이 심화하면서 1월 미국 자동차 시장은 전년 동기 대비 9∼16% 정도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일본 브랜드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도요타는 지난해 1월보다 판매량이 5.1% 감소했고, 혼다와 마쓰다는 각각 19.8%, 16.5% 판매량이 감소했다. 현대차·기아의 플러스 성장이 더 눈에 띄는 배경이다. 미국에서 상품성을 인정받고 있다는 의미인 동시에 어느 정도 충성 고객층을 확보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현대차·기아는 올해 딜러에게 지급되는 인센티브(판매 촉진 비용)를 더 줄이고, 제품 다양화 및 고부가가치 차량 판매 강화 등 이른바 ‘믹스 개선’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미국은 제조사가 딜러에게 인센티브를 주고, 딜러는 이를 차 값 할인 등에 반영해 차를 파는 구조다. 인센티브를 확대해 차량 가격을 낮춰 승부를 보는 것이 아니라, 상품성과 넓어진 고객층을 바탕으로 제값을 받고 차를 팔아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현대차·기아는 현재 약 2500달러(약 300만 원) 수준인 딜러 인센티브를 더 낮출 계획이다.
주우정 기아 재경본부장(부사장)은 “과거에는 믹스 개선이 보조적 역할이고 인센티브가 실적의 주된 역할이었다”며 “올해 EV6와 내년 EV9이 더해지면 전기차 믹스도 개선돼 (앞으로는) 브랜드 경쟁력 강화로 무게를 옮길 것”이라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