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유류세 인하폭을 기존 30%에서 37% 수준으로 확대했지만 국내 경유 가격 상승세는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국제 정세 영향으로 경유 가격이 휘발유를 역전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유가 고공행진으로 장거리 운행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운행을 망설이거나 가급적 차량 운행을 하지 않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대형 상용차 운전자들은 생계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대형 상용차는 효율이 우수한 경유차가 대부분이다. 승용차보다 연료탱크 용량이 크고 연료 소모량이 많은 대형 상용차 운전자는 직격탄을 맞았다.
이런 상황 속에 최근 상용차 업계와 상용차를 운영하는 개인 사업자(운전자)들은 차량 운행과 관련된 ‘총 소유비용(TCO, Total Cost of Ownership)’에 주목하고 있다. TCO는 유지보수와 관리, 주유, 수리 등 차량 운행에 드는 비용을 말한다.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최대 40%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교통연구원이 발표한 ‘2021 화물운송시장동향 연간보고서’에 따르면 화물차 유류비는 월 평균 279만1000원(유가보조금 환급액 반영)으로 지출항목 중 44.5%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실제로 만트럭버스코리아 등 국내에서 상용차 사업을 영위하는 업체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주요 차종의 TCO를 고민했다. 만트럭버스코리아의 경우 TCO 개념을 적극적으로 알려온 상용차 브랜드 중 하나다. TCO 절감 프로그램을 국내에 처음 도입했고 첨단 기술을 활용해 TCO 절감을 꾀하고 있다.
지난해 출시한 만(MAN) TG시리즈 주요 모델에는 ‘만 이피션트크루즈3(MAN Efficient Cruise3)’를 탑재했다. GPS 데이터를 기반으로 3km 전방 지형 정보를 확인하고 이를 계산해 최적 속도와 기어 변속 타이밍을 제안하는 원리다. 결과적으로 차량 연료 효율 개선에 도움을 주는 기능이다. 기존 이피션트크루즈2 대비 최대 2.5%, 기능을 활성화하지 않은 경우와 비교해서는 최대 9.5%가량 연비가 향상됐다고 만트럭 측은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2km 전방에 오르막 차로가 시작되는 경우 속도를 높여 힘을 비축하고 오르막 정점 직전부터 변속기가 자동으로 중립으로 설정되는 ‘이피션트롤(EfficientRoll)’, 평지에서 ‘다이나믹코스팅(Dynamic Coasting)’ 기술을 사용해 운전자가 설정한 속도보다 시속 약 3km가량 가속한 후 자동으로 기어를 중립으로 놓고 관성 주행을 유도하며 속도가 떨어지면 다시 가속해 동일한 과정을 반복한다.
만트럭버스코리아 관계자는 “경사로가 많고 지형이 복잡한 국내 도로환경에 최적화된 주행 스타일을 제공하기 때문에 대형트럭 운전이 미숙한 운전자도 이피션트크루즈3 기능을 통해 최적 효율의 연비 주행을 경험할 수 있다”며 “이 기능은 별도 조작 없이 시동을 거는 동시에 자동으로 활성화된다”고 설명했다.
볼보트럭 등 다른 상용차 브랜드도 비슷한 기능을 선보였다. 지능형 크루즈컨트롤 ‘아이씨(I-See)’를 탑재해 높은 연료 효율을 강조한다. 만트럭과 마찬가지로 지도 정보를 바탕으로 예상되는 지형에 맞춰 최적 속도와 기어변속 방식을 제공한다. 다임러트럭은 GPS와 3D 지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지형 예측형 크루즈컨트롤’ 기능을 지원한다. 스카니아는 지도 데이터를 사용하는 ‘에볼루션’이 비슷한 기능을 구현한다.
파워트레인도 TCO 개선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만트럭은 새로운 TG시리즈에 장착된 엔진이 유로6D 규제를 충족하면서 경량화와 구조 단순화로 연료 효율을 기존 대비 최대 4% 개선했다고 강조했다. 구조를 단순하게 설계하면서 내구성도 한층 강화됐다고 한다. 효율을 개선하면서 유류비 부담을 줄였고 내구성 강화를 통해 유지보수 부담을 줄였다는 설명이다.
다임러트럭의 경우 12.8리터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530마력의 성능을 발휘하도록 했고 여기에 16단 자동변속기를 맞물려 효율 개선을 이끌어냈다. 스카니아는 상대적으로 평범한 12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됐지만 새로운 인젝터와 배기시스템을 적용해 연료 효율을 2.5% 개선했다. 13.0리터 고배기량 엔진은 최고출력 540마력의 강력한 힘을 낸다.
고유가 시대에 대형 상용차 운전자는 유류비와 함께 부품이나 수리 등 유지보수 관련 비용이 더욱 부담스럽게 여겨질 수 있다. TCO 절감을 위한 전용 서비스가 중요한 이유다. 상용차 브랜드는 각종 TCO 절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만트럭버스코리아는 지난 2019년 수입 상용차 브랜드로는 처음으로 유지보수계약 프로그램인 ‘케어+7’을 도입했다. 최근에는 유로6D 엔진을 탑재한 차량을 위한 케어프리 프로그램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업계 최초 유지보수 연장 프로그램으로 자체 개발한 매뉴얼에 따라 전문 정비사를 통해 차를 관리하는 방식이다. 유지보수 주기에 맞춰 차를 체계적으로 점검하고 계획적으로 소모품을 교체할 수 있도록 해 소비자 사업 일정 및 운영 효율에도 기여한다는 평가다. 차종에 따라 동력전달계통에 대해 최대 5년 또는 75만km까지 보증하고 5년 동안 유지보수 프로그램도 함께 제공되는 것이 특징이다. 연 1회 엔진오일은 무상 교체가 가능하다. 추가 엔진 교환 시에는 25% 할인이 지원된다.
볼보트럭은 각종 부품을 점검하고 정비해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등급에 따라 보증기간이 3년 또는 5년으로 구분된다. 다임러트럭은 차량 운행 패턴에 따라 단계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 보증 기간은 3년 또는 45만km다. 스카니아는 차량 점검과 유지보수, 차량 관리에 필수적인 각종 오일과 필터류를 포함해 기본 소모품 교환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등 약 85개 항목에 대한 점검 서비스를 제공하고 보증기간은 4년 또는 40만km다.
만트럭버스코리아 관계자는 “국내외 경제상황 악화에 따라 물류와 유통, 건설현장 등 상용차 시장 전반에서 소비자는 물론 업체의 비용 관련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어려운 시기지만 상용차 고객들이 최적의 이윤을 추구할 수 있도록 다양한 첨간 기술과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우수한 제품력으로 만족도를 끌어올릴 수 있는 다방면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