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도강(渡江) 합니다.”
무전기를 통해 지시가 내려오자 운전대를 잡은 손에 땀이 차올랐다. 운전하고 있는 차는 랜드로버의 플래그십(기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레인지로버의 5세대 모델 ‘올 뉴 레인지로버’. 긴장된 손으로 차체 높이를 높이는 ‘오프로드(험로)’를 선택하고, 주행 모드를 ‘도강’으로 변경했다. 깊이 30~50cm의 물길에 차량이 진입하는 순간, 2억379만 원부터 시작하는 가격표(개별소비세 3.5% 기준)가 눈앞에 아른거렸다. 하지만 차량은 물이 차체를 철썩 때리는 소리를 배경음 삼아, 느리지만 확실하게 물길을 뚫고 움직였다. 무전기를 통해 “최대 도강 능력은 900㎜로, 엔진에 공기를 넣는 흡입구가 위쪽에 있어 물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설명이 들려왔다.
외관은 4세대 모델을 상당 부분 계승했다. 공기 저항 계수(cd) 0.30를 달성한 날렵한 측면 디자인, 문 손잡이를 숨긴 ‘히든 도어’ 등은 매끈한 인상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4세대 모델보다 휠베이스(앞뒤 바퀴 축 사이의 거리)를 75㎜ 늘리면서 5인승 모델과 함께 7인승 모델을 함께 내놨다. 올 뉴 레인지로버는 스탠다드 휠베이스 2종, 롱 휠베이스 3종으로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정숙하면서도 날렵한 주행 성능 덕분에 ‘도시가 더 잘 어울리는 차’라는 인상이 강하게 남았다. 일반 도로로 나서자 이 같은 생각은 더 강해졌다. 회사 측은 “새로 개발된 MLA플렉스 아키텍쳐(구조)가 적용돼 강성은 물론, 소음과 진동을 이전 대비 24% 감소시켰다”고 소개했다. 2열 좌석에 앉아 보니, 노면 소음이 다른 차량에 비해 월등히 적음을 알 수 있었다. 차량에 적용된 메리디안 음향 시스템과 35개의 스피커, 3세대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시스템은 실내 분위기를 차분하게 만들어줘 주행 중 휴식은 물론 업무를 보는데도 불편함이 없게 했다.
대형 SUV임에도 2열 좌석이 완전히 눕혀지지 않아 차박을 하기에 다소 어려워 보이는 점은 다소 아쉬웠다. 복합 연비는 I6 경유 엔진 차량은 리터(L)당 10.1㎞, 휘발유 V6 엔진 차량은 L당 6.8㎞.
이건혁 기자 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