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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물길 헤치고, 산길도 거뜬…돌아온 ‘사막의 롤스로이스’

이건혁기자
입력 2022-08-31 14:09:00업데이트 2023-05-09 11:04:23
“이제 도강(渡江) 합니다.”

무전기를 통해 지시가 내려오자 운전대를 잡은 손에 땀이 차올랐다. 운전하고 있는 차는 랜드로버의 플래그십(기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레인지로버의 5세대 모델 ‘올 뉴 레인지로버’. 긴장된 손으로 차체 높이를 높이는 ‘오프로드(험로)’를 선택하고, 주행 모드를 ‘도강’으로 변경했다. 깊이 30~50cm의 물길에 차량이 진입하는 순간, 2억379만 원부터 시작하는 가격표(개별소비세 3.5% 기준)가 눈앞에 아른거렸다. 하지만 차량은 물이 차체를 철썩 때리는 소리를 배경음 삼아, 느리지만 확실하게 물길을 뚫고 움직였다. 무전기를 통해 “최대 도강 능력은 900㎜로, 엔진에 공기를 넣는 흡입구가 위쪽에 있어 물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설명이 들려왔다.


24일 강원 홍천군에서 시승한 올 뉴 레인지로버는 정숙성과 안정적 주행 능력을 갖춘 것과 동시에 오프로드에서도 확실한 성능을 발휘할 수 있게 만든 SUV였다. 사전 계약만 약 3000대 이루어질 정도로 소비자들의 관심도 뜨거운 편이다.

외관은 4세대 모델을 상당 부분 계승했다. 공기 저항 계수(cd) 0.30를 달성한 날렵한 측면 디자인, 문 손잡이를 숨긴 ‘히든 도어’ 등은 매끈한 인상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4세대 모델보다 휠베이스(앞뒤 바퀴 축 사이의 거리)를 75㎜ 늘리면서 5인승 모델과 함께 7인승 모델을 함께 내놨다. 올 뉴 레인지로버는 스탠다드 휠베이스 2종, 롱 휠베이스 3종으로 판매되고 있다.


차량 내부 디자인은 간결하면서도 고급스러움이 강조됐다. 중앙에 위치한 13.1인치 곡선형 터치스크린은 우수한 조작감을 줬다. 차량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으로는 LG전자가 개발한 ‘피비 프로’가 사용됐다. 또한 국내 차량에는 티맵모빌리티의 내비게이션 ‘T맵’을 기본 탑재해 편의성을 높였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관계자는 “지난 세대 차량들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됐던 인포테인먼트 오류가 대부분 해결됐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회사 측은 시승 코스에 비포장 산길과 도강 및 언덕 급경사 등으로 이루어진 험로 구간을 넣어 올 뉴 레인지로버의 오프로드 성능을 과시했다. 선명도 높은 전후방 카메라 및 앞바퀴 카메라를 통해 지형을 쉽게 살필 수 있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사막의 롤스로이스’라는 별명이 아깝지 않는 성능이었다.

하지만 정숙하면서도 날렵한 주행 성능 덕분에 ‘도시가 더 잘 어울리는 차’라는 인상이 강하게 남았다. 일반 도로로 나서자 이 같은 생각은 더 강해졌다. 회사 측은 “새로 개발된 MLA플렉스 아키텍쳐(구조)가 적용돼 강성은 물론, 소음과 진동을 이전 대비 24% 감소시켰다”고 소개했다. 2열 좌석에 앉아 보니, 노면 소음이 다른 차량에 비해 월등히 적음을 알 수 있었다. 차량에 적용된 메리디안 음향 시스템과 35개의 스피커, 3세대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시스템은 실내 분위기를 차분하게 만들어줘 주행 중 휴식은 물론 업무를 보는데도 불편함이 없게 했다.


최대 7.3도 움직이는 후륜 조향 시스템은 차량의 민첩함을 살려줬다. 시속 50km 이하 저속에서 회전 시 뒷바퀴가 앞바퀴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차량의 회전 반경을 11m 미만으로 줄여준다. 덕분에 구불구불한 산길을 움직이거나, 도심에서 유턴을 할 때 쏠림 현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 고속 주행 시에는 뒷바퀴가 앞바퀴와 동일한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안정성을 높여줬다.

대형 SUV임에도 2열 좌석이 완전히 눕혀지지 않아 차박을 하기에 다소 어려워 보이는 점은 다소 아쉬웠다. 복합 연비는 I6 경유 엔진 차량은 리터(L)당 10.1㎞, 휘발유 V6 엔진 차량은 L당 6.8㎞.


이건혁 기자 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