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국내 시장 경쟁에 본격 뛰어들고 있다. 자국 내수시장 성공 경험과 가성비를 발판 삼아 현대차와 기아가 점유한 한국 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업계에선 중국 제조사의 기술력과 품질이 크게 개선된 만큼 일부 수요가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다만 중국산 전기차가 국내 시장의 판을 뒤흔들 정도로 파급력이 있겠느냐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최대 전기차 제조사 비야디(BYD)는 지난 6일 1톤 전기트럭 ‘티포케이(T4K)’를 한국에서 공식 출시했다. 비야디는 그동안 전기버스를 국내 시장에 선보였으나 티포케이를 시작으로 전기 승용차까지 차종을 더 확대할 계획이다.
티포케이에는 리튬인사철 배터리의 약점인 부피 문제를 극복하고 장점인 열 안전성을 강화한 비야디의 ‘블레이드 배터리’가 들어있다. 국내 1톤 전기트럭 중 최대용량인 82㎾h 배터리를 장착해 상온에서 최대 246km 주행이 가능해 1회 충전 시 211㎞를 달리는 현대차 포터2 일렉트릭이나 기아 봉고3 EV보다 주행거리가 더 길다.
가격은 상위 트림인 슈퍼캡 롱레인지 프리미엄 기준으로 4669만원이다. 포터2 일렉트릭이 4375만~4554만원, 봉고3 EV가 4365만~455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당초 국산 모델보다 저렴할 것이라는 예상을 뒤집었다. 여기에 환경부, 지방자치단체 보조금, 소상공인 국비 지원금 등을 받으면 2000만원 초반대에 구매할 수 있다.
가격을 국내 모델보다 높게 책정한 이유에 대해 비야디는 상품성에 방점을 찍었다. 비야디의 국내 총판을 맡은 GS글로벌의 김상현 신사업기획본부 본부장은 “고객들은 더 멀리 가는 트럭, 더 스마트한 트럭, 화재로부터 안전한 트럭을 요구하고 있다”며 “전기 1톤 트럭은 지금보다 훨씬 더 안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야디는 국내 승용차 시장 진출도 계획 중이다. 이를 위해서 지난해 전기 세단인 씰(Seal)과 소형 해치백인 돌핀(dolphin)의 상표 등록도 마쳤다. 업계 관계자는 “티포케이의 국내 판매 실적에 따라 비야디의 승용차 시장 진출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며 “승용차 역시 가격경쟁력 중심의 전략을 펼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장링자동차와 체리자동차도 국내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다.
전기차 수입사인 EVKMC는 장링과 체리가 만든 소형 전기 승용차를 올 상반기 출시 예정이다. 장링이 제작한 마사다 EV3은 4인승 소형 전기 해치백으로 배터리 용량은 31.9㎾h다. 구체적인 가격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전기차 보조금 혜택을 받으면 1000만원대 초반~2000만원대 초반대 판매가 가능할 전망이다.
체리도 소형 전기차인 마사다 EQ1, EQ1프로, QQ 등 총 3종을 내달 국내 공개한다. 저렴한 가격을 국내 소비자를 겨냥한 모델들로 체리는 국내 시장 반응을 살피며 라인업을 더 늘릴 방침이다.
업계는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 전기차가 국내 시장을 개척할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비야디의 경우 괜찮은 가격대와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이미 일부 나라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며 “향후 전기 승용차까지 들어올 경우 카셰어링 등 모빌리티 업종에서 러브콜을 보낼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