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현대건설의 사우디 네옴시티 지하터널 건설현장을 방문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경제 및 산업구조 대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중동에서 첨단 신사업을 앞세워 정주영 선대회장의 ‘중동신화’ 재현에 나선다.현대차그룹은 중동에서 현지 완성차 생산거점 구축, 수소 모빌리티 생태계 조성, 첨단 플랜트 수주 확대 등 신사업 기회 발굴을 추진한다고 24일 밝혔다. 특히 중동은 정주영 선대회장이 중동신화를 일군 상징적인 지역이다. 정 선대회장은 특유의 추진력을 앞세워 지난 1970년대 초대형 프로젝트를 잇따라 성사시키면서 중동신화 주역으로 거듭났다. 대표적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산업항 건설 프로젝트를 통해 중동 붐을 이끌면서 국가경제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최근 중동은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도 화석연료 이후 시대를 대비한 신산업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성장 잠재력이 높은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정주영 선대회장
○ ‘중동신화’ 재현 이끄는 정의선 회장, 사우디 네옴시티 건설 현장 방문
현대차그룹의 경우 이에 맞춰 중동에서 도로와 항만 등 산업 인프라에 이어 전기차를 비롯한 완성차 생산, 친환경 에너지, 첨단 플랜트 수주 등으로 사업 분야 확장을 꾀하고 있다. 정 선대회장에 이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중동신화 재현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이번 윤석열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 국빈방문에 정 회장도 경제사절단으로 참여했다. 정 회장은 지난 23일(현지시간) 사우디 서북부 타북주에 조성 중인 네옴시티(NEOM CITY) 주거지역인 ‘더 라인(THE LINE)’ 구역 내 현대건설 지하터널 건설 현장을 방문해 임직원들을 격려했다.현대차그룹 현대건설은 ‘더 라인’ 구역 하부 고속·화물철도 운행용 지하터널 12.5km 구간 시공을 맡아 현재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일반적인 사막과 달리 산악 지형에 현장이 위치해 고난도 기술력이 요구되는 프로젝트라고 한다. 현대건설은 국내외 다양한 터널 공사를 성공적으로 수행해온 노하우와 첨단 스마트 건설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우디 현장을 방문한 정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여러분들이 자랑스럽다”며 감사를 표했다. 이어 “현대건설이 신뢰로 쌓은 역사를 현대차그룹 차원에서 함께 발전시키고 책임감을 견지해 적극적으로 지원해 나갈 것”이라며 “무엇보다도 여러분들의 안전과 품질이 최우선이 돼야한다”고 당부했다. 이와 함께 현장 직원과 협력사 직원의 국내 가족들에게는 감사편지를 동봉한 격려 선물을 보냈다고 한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정 회장의 이번 사우디 건설현장 방문은 ‘비전2030’을 추진하고 있는 중동 주요국 사우디의 변화를 직접 확인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한다.
○ 현대차그룹, 사우디 국부펀드와 공장 합작투자 계약
이번 윤 대통령 국빈방문 기간 정 회장은 현대차와 사우디 국부펀드(PIF) 간 이뤄진 ‘반조립제품(CKD) 공장 합작투자 계약’ 체결식에도 참석했다. 체결식은 지난 22일(현지시간) 열렸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중동지역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꼽힌다. 올해 상반기 현대차·기아 시장 점유율은 21%로 현지 판매 2위를 기록했다.
이번 계약에 따라 현대차는 사우디 킹압둘라경제도시(KAEC, King Abdullah Economic City)에 전기차를 포함해 연간 5만대 규모 자동차 생산이 가능한 CKD 합작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2026년 사우디에 그룹 최초의 완성차 공장을 완공해 전기차 등 다양한 차종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현지 특화 마케팅을 앞세워 신규 수요 창출을 노린다.
○ 친환경 에너지부터 첨단 플랜트까지… 현대차그룹, 각 계열사 역량 집중
친환경 에너지 분야 협력도 추진한다. 현대차그룹은 사우디와 수소 모빌리티 생태계 조성을 추진해 중동지역 친환경 에너지 저변 확대에 나서기로 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한국자동차연구원과 사우디에서 수소사업을 추진하는 에어프로덕츠쿼드라, 사우디 대중교통 운영업체 등과 수소 모빌리티 생태계 구축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수소연료전지시스템에 대한 기술 리더십을 기반으로 사우디 수소 모빌리티 보급 확대와 생태계 조성에 기여한다는 복안이다.현대차는 지난 2020년부터 수소전기차, 수소전기버스, 수소전기트럭 등을 중동에 공급하면서 친환경 에너지 모빌리티 활성화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왔다. 첨단 플랜트 수주도 잇따르고 있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인 아람코(Aramco)로부터 약 3조1000억 원 규모 ‘사우디 자푸라 가스처리시설 프로젝트(Saudi Arabia Jafurah Gas Processing Facilities Project) 2단계’를 수주했다. 앞서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쿠웨이트 알주르(AL-Zour) LNG 수입 터미널 등 대규모 플랜트 사업을 완료했고 지난 2021년 수주한 자푸라 가스처리시설 프로젝트 1단계를 수행 중이다.
현대건설의 경우 지난 6월 아람코가 진행하는 약 6조5000억 원 규모 초대형 석유화학단지 설비사업 ‘아미랄(Amiral) 프로젝트’ 사업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국내기업 사우디 수주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이밖에 사우디 마잔(Marjan) 가스 및 오일처리시설,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Baraka) 원전, 카타르 루사일(Lusail) 플라자타워, 쿠웨이트 슈와이크(Shuwaikh) 항만 개보수 공사, 이라크 바스라(Basrah) 정유공장 등 중동 5개 국가에서 건축, 오일·가스 플랜트, 항만, 원자력발전소 등 총 26조3000억 원 규모 23개 건설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사우디 파드힐리와 사파니아 등 대규모 가스시설 프로젝트 수주에도 참여할 예정으로 현지 사업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현대로템도 현대차그룹 방향성에 맞춰 중동에서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우수한 품질과 적극적인 현지화 노력에 힘입어 철도 사업 수주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이집트 터널청(NAT)이 발주한 7557억 원 규모 카이로 2, 3호선 전동차 공급 및 현지화 사업을 확보했다. 수소전기트램 등 수소 기반 친환경 철도차량을 공급하는 사업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제철은 판재와 봉형강, 강관 등 다양한 에너지용 제품 포트폴리오를 내세워 중동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작년 수주한 사우디 주아이마(Juaymah) 유전 천연가스 액체공장 확장 공사 후판 공급을 올해 완료했다. LNG 에너지 프로젝트 확대에 대응해 신규 가스 수송용 강관 소재를 개발하는 등 적극적으로 중동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중동은 정주영 선대회장이 중동신화를 일군 상징적인 지역”이라며 “적극적인 사업 다각화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고 ‘제2의 중동신화’를 구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