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기차 판매가 주춤하자 현대자동차그룹은 전기차 집중 전략을 유지하면서 하이브리드차도 강화하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 판매된 하이브리드차 비중은 전기차보다 6%포인트 높았는데 올해는 12%포인트 이상 차이가 벌어질 정도로 하이브리드차 강세가 두드러졌다. 해고가 비교적 자유로운 미국 내 완성차·배터리 업계는 전기차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인력과 생산 시설을 줄이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28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가 분석한 올해 1∼10월 승용차 연료별 신차등록대수를 보면 하이브리드는 24만9854대로 전체 차종의 19.9%를 차지했다. 올해 판매된 승용차 5대 가운데 1대는 하이브리드였던 셈이다. 전기차(9만984대·7.2%)와 비교해 12.7%포인트 더 큰 비중을 차지했다.
2020년, 2021년, 2022년은 모두(1∼10월 기준) 하이브리드의 비중이 전기차보다 5∼6%포인트가량 높은 수준이었다. 지난해의 경우 하이브리드(14.7%)와 전기차(8.7%)의 차이는 정확히 6%포인트였다. 또 경유 차량은 지난해 14.7%에서 올해 9.2%로 낮아졌고, 휘발유는 58.5%에서 59.9%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올해 감소한 경유·전기차 수요가 하이브리드 차종에 쏠린 것으로 해석된다.
현대차그룹은 줄어든 전기차 시장의 ‘파이’를 하이브리드차로 메우고 있다. 하이브리드 인기 차종인 기아 쏘렌토를 보면 하이브리드 판매 대수는 매년(1∼10월 기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2020년 1만6977대(전체 쏘렌토 판매량 중 하이브리드 비중 24.2%), 2021년 2만8510대(47.1%), 2022년 4만117대(72.0%), 2023년 4만4974대(64.7%)까지 늘어났다. 기아는 이달 출시되는 신형 카니발에 첫 하이브리드 모델을 내놓았다.
소비자들도 하이브리드 차량 구매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이달 직영중고차 플랫폼 케이카의 하이브리드차 구매 의향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84.4%는 “구매하고 싶다”고 답했다. 차량 유지비가 적게 들고 각종 친환경 차량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주요한 이유로 풀이된다. 전기차와 달리 충전소를 찾아다녀야 하는 어려움이 없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미국에선 전기차 인기가 시들해지자 완성차와 배터리 업계가 대대적인 인력 감축을 진행 중이다. 오토모티브뉴스에 따르면 최근 미 완성차 업체 포드는 미 미시간주 배터리 공장 규모를 계획보다 40% 줄이고 일자리 800개를 줄인다고 발표했다. 포드는 “예상보다 부진한 전기차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배터리 업체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도 미국 법인 인력의 휴직 및 퇴직 조치에 나서고 있다. SK온은 임원과 팀장, 주재원 등 인력을 대폭 감축하는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전문가들은 현재 전기차 시장 부진을 일시적인 ‘숨 고르기’로 전망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 인기가 주춤하지만 이미 정해진 길이기 때문에 부진이 장기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미 테슬라와 중국 전기차 업체가 주도하는 ‘반값 전기차’ 활성화와 충전 인프라 확보가 회복 속도의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