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전기차가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특히 테슬라나 볼보 같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중국 공장에서 저렴한 원가로 만든 차량이 대거 한국으로 수입되고 있다. 중국산 전기차는 더 낮은 원가를 위해 배터리도 중국산을 장착해 국산 전기차 및 배터리와 경쟁이 예상된다.
29일 한국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올해 1~10월 중국산 전기차 수입 규모는 1만8453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이상 늘었다. 금액 기준으로 올해 5억3800만 달러(약 6900억원)어치를 수입해 지난해 같은 기간(1억2900만 달러)보다 4배를 넘는다.
중국산 전기차 수입은 2019년만 해도 연간 3300여대 수준에 그쳤지만, 갈수록 국내 수입이 늘고 있다. 지금 같은 추세가 계속되면 중국이 독일을 제치고 한국의 전기차 수입국 1위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산 전기차 수입은 특히 올해 8월 이후 가파르게 늘고 있다. 이는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가격을 대폭 낮춘 중국산 모델Y를 출시한 시기와 맞물린다. 중국산 모델Y는 보조금 100%를 받을 수 있는 5700만원 이하로 가격이 책정되면서 지난 9월 4206대, 지난달 2814대가 팔렸다. 이는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독보적인 판매 1위다.
앞으로 중국산 전기차 수입은 더 가파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테슬라처럼 중국산 전기차를 판매하는 수입차 업체가 늘고 있어서다.
BMW는 중국 랴오닝성 선양 공장에서 만든 전기 스포츠실용차(SUV) iX3를 국내에서 판매 중이며, 볼보는 최근 공개한 소형 전기 SUV 모델 EX30을 중국에서 생산한다. EX30은 내년 초 출시 목표로 사전 예약을 받고 있다.
볼보와 마찬가지로 중국 지리차그룹 계열인 폴스타는 아예 한국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을 노린다. 2025년부터 차세대 모델인 폴스타4를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에서 위탁 생산해 국내와 북미 지역으로 수출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 입장에선 중국에서 생산하면 생산원가와 물류비를 많이 아낄 수 있다”며 “중국에서 만든 전기차는 아무래도 국내에서 이미지가 좋지 않을 수 있는데 그래도 생산원가를 워낙 낮출 수 있어 앞으로 중국 차량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산 전기차 증가로 국내 배터리 업계의 피해도 우려된다. 중국산 전기차 대부분이 중국 업체가 생산한 배터리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올 하반기부터 국내에서 중국 상하이공장에서 중국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한 모델Y를 판매 중이다. 볼보 EX30도 중국산 삼원계 배터리를 탑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한국전기자동차협회장)는 “중국산 전기차와 중국산 배터리 유입이 많아지면 자칫 국내 완성차 산업 자체가 종속될 위험이 있다”며 “중국 전기차를 견제하기 위해 끊임없는 기술 개발로 쉽게 따라올 수 없는 초격차 전략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