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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 시대] ‘영국 EV 인프라’ 살펴보니...가로등에도 충전시설 구축

ev라운지
입력 2024-02-09 14:13:00업데이트 2024-02-09 14:13:00

바야흐로 전기차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전동화 전환에 속도가 붙으면서 자동차 엔진과 소재, 부품뿐만 아니라 동력을 보충하는 방식까지 기존과 달라지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무수한 의문점이 생겨납니다. 이에 IT동아는 전기차의 A부터 Z까지 모든 것을 살펴보는 ‘EV(Electric Vehicle) 시대’ 기고를 격주로 연재합니다.



출처=엔바토엘리먼츠
출처=엔바토엘리먼츠


수년 전만 해도 생소했던 전기자동차가 이제는 흔하게 마주할 수 있는 이동 수단으로 자리한 요즘입니다. 자동차의 대중화를 이룬 지 백여 년이 지난 현시점에서 이동 수단의 주된 동력원이 휘발유, 디젤 등 내연기관에서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전기자동차로 서서히 이동하고 있습니다.

전기자동차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에너지 비용과 친환경성을 갖춘 장점이 있습니다. 혹한과 혹서기 등 다양한 외부 환경으로 인해 주행거리가 영향받거나, 화재 위험성 등 운용 및 관리에 있어서 아직 미흡한 점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서,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의 핵심 요소로 전기자동차가 자리할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이를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사회, 환경적 요인들에 관한 내용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전기자동차는 최근 들어 우리 주변에 등장한 새로운 이동 수단인 것 같으나, 그 시작은 최초의 내연기관 자동차인 페이턴트 모터바겐이 등장한 1885년보다도 앞선, 영국의 발명가 로버트 앤더슨이 1832년에 선보인 전기자동차였습니다. 당시 로버트 앤더슨이 선보인 전기차는 재충전이 불가능한 배터리를 탑재했고, 편의성 및 완성도가 미흡해 대중화에는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전기차 시대가 다가오는 지금, 세계 최초의 전기자동차를 선보인 영국의 EV 인프라를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영국 자동차 제조무역협회 (Society of Motor Manufacturers and Traders :SMMT)의 2023년 보고서에 의하면, 영국의 전기자동차는 총 97만8387대로 약 100만 대에 육박하고 있으며, 새로 등록되는 차량의 약 20%가 전기자동차입니다. 전동화 전환 규모로 볼 때 전 세계 5위 규모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EV 택시와 디젤 2층 버스가 공존하는 런던의 모습 / 출처=노재승 교수EV 택시와 디젤 2층 버스가 공존하는 런던의 모습 / 출처=노재승 교수


친환경, 낮은 유지비용, 높은 동력성능 등 전기자동차 사용자들에게 현실적으로 와닿는 장점과 더불어 이를 가능케 하는 핵심 요소는 단연코 지속 가능한 전기자동차 운용을 위한 사회, 환경적 시스템의 구성입니다. 영국 정부산하 OZEV (Office for Zero Emission Vehicle : 친환경 자동차 전환 담당 부서)는 거주 형태 및 주거 환경, 충전 규격 등을 제안하는 가이드라인을 확립하고 주거지를 중심으로 전기차의 충전 접근성 향상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또 거주자 중심의 충전 인프라 설치를 위한 보조금 지원 및 공공 전기차 충전소 대비, 약 30% 가까운 저렴한 비용으로 전기자 충전을 지원합니다.



런던 공공 전기차 충전 시설 / 출처=노재승 교수
런던 공공 전기차 충전 시설 / 출처=노재승 교수


최근 국내에도 전기차 충전소를 지하 주차장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만, 버스정류장과 가로등이 설치된 지상에서 새롭게 충전소를 추가하는 것은 공간적, 구조적 문제로 쉽지 않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유회사 셸(Shell)은 독일 전기차 충전기업 유비트리시티(Ubitricity)를 인수해 영국 정부와 함께 가로등에 전선을 연결, 별도의 충전 공간이 없거나 공공 충전기가 없는 지역까지 원활한 전기차 충전을 돕고 있습니다.

정유회사 셸(Shell)이 독일 전기차 충전기업 유비트리시티(Ubitricity)를 인수해 영국에 선보이고 있는 가로등 충전 시설 / 출처=노재승 교수
정유회사 셸(Shell)이 독일 전기차 충전기업 유비트리시티(Ubitricity)를 인수해 영국에 선보이고 있는 가로등 충전 시설 / 출처=노재승 교수


전기자동차의 시장이 나날이 성장하고 대중화되면서 고령자, 휠체어 사용자 등 사회적 약자 또한편리한 전기차 충전이 가능하도록 돕는 영국의 정책 지침, PAS1899 또한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PAS 1899 정책에 따라 사회적 약자의 편의를 고려한 충전 시설이 확충되고 있는 영국의 모습 / 출처=ElectricDrives
PAS 1899 정책에 따라 사회적 약자의 편의를 고려한 충전 시설이 확충되고 있는 영국의 모습 / 출처=ElectricDrives


PAS 1899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 문제를 포함, 모든 사람이 편리하게 전기자동차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 구축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주요 지침을 살펴보면, 다양한 환경의 사용자가 전기차에서 공간제약 없이 편리하게 승·하차하고 충전기에 접근할 수 있도록 상대적으로 넓은 충전소 면적 확보를 추진합니다. 또 전기차 충전기와 스크린의 위치, 필요한 정보의 직관적 전달을 위한 인터페이스, 충전기 및 주변 안전시설 설치 등을 고려한 설치 기준 등을 홍보하면서, 누구나 편리한 전기차 사용 환경 구축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지속 가능한 전기자동차 생태계는 단순한 인프라의 확충만이 아닌, 사용자에 대한 이해와 접근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수년간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오던 전기자동차의 성장세가 최근 들어 눈에 띄게 주춤해지며, 기존의 내연기관 및 하이브리드 자동차 수요가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추세의 이면에는, 보조금 지원 감소, 배터리 폭발 및 화재 등, 정책의 변화 및 안전상의 문제와 더불어 날씨에 영향을 받는 주행거리 등의 가시적인 문제가 거론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전기자동차가 향후 친환경 이동 수단의 주된 동력원으로 단단히 자리매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앞서 언급한 금전적 구조적 문제와 더불어, 미래 모빌리티의 성공 조건인, 인프라와 시스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더불어 사용자 중심 모빌리티에 대한 이해와 접근은 더욱 성장세를 가속할 것으로 예상되는 전기자동차에도 예외가 되지 않을 것이며, 전기자동차 이동 수단 자체에 대한 지속적인 고민과 관심이 충전 인프라 및 사용 환경 등에도 함께 이어져야 할 것입니다.



글/ 노재승 국민대학교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

노재승 교수는 영국 왕립예술대학(Royal College of Art)에서 디자인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국민대학교 조형대학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이자 휴머나이징 모빌리티 디자인 연구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정리 / IT동아 김동진 (kdj@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