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미국의 앞마당’ 멕시코에 잇달아 진출하자 우회 수출을 막도록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주장이 미국 내에서 힘을 얻고 있다. 북미 3개국 자유무역협정(USMCA)을 활용해 미국 본토의 관세 장벽을 우회하려는 시도를 막자는 것이다.
미국 제조업 연합회는 23일(현지 시간) 보고서를 내고 “값싼 중국 자동차가 미국에 진출하는 것은 미국 자동차 산업이 소멸 위기에 처하는 사건이 될 수 있다”며 “미국 내 공장 대량 폐쇄와 일자리 감소가 발생하기 전에 중국 자동차 수입의 ‘뒷문’을 닫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제조업 연합회가 미국 싱크탱크인 이코노믹 폴리시 인스티튜트의 자료를 분석해 보니 2017∼2023년 미국의 자동차 부품 수입 중 중국산은 약 17% 감소한 반면 멕시코산은 20% 증가했다. 지난해 기준 미국의 자동차 부품 수입 중 멕시코산 점유율은 약 38%에 달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18, 2019년 무역법 301조를 적용해 중국산 제품 수천 개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장벽을 쌓자 중국 업체들이 USMCA 덕에 관세가 낮은 멕시코로 ‘우회 수출’에 나섰단 의미다. ‘멕시코 전국 자동차 부품 산업 협회(INA)’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자동차 부품 회사들이 멕시코에서 생산해 미국에 판매한 수출액 규모는 약 10억8000만 달러(약 1조4000억 원)로 2021년 대비 52% 늘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중국 최대 전기차 회사인 비야디(BYD)가 멕시코에 신규 공장 설립 타당성 조사에 돌입하면서 미국 업체들을 더욱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상하이자동차 산하 브랜드 MG와 중국의 체리자동차 등도 멕시코에 신규 공장 설립을 검토 중이다.
더군다나 미국 테슬라도 멕시코에 신규 공장 건설을 준비하면서 중국 부품 업체들을 멕시코로 불러들이고 있다. 닝보쉬성그룹, 싼화 등 중국 자동차 부품 업체들이 멕시코 진출을 이미 선언했다. 중국 상하이 테슬라 공장의 저렴한 부품 공급망을 복제해 멕시코 지역으로 옮겨오려는 시도인 셈이다.
기아를 비롯해 멕시코에 진출해 있는 한국 자동차 업체들은 불똥이 튀지는 않을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달 “다른 나라들은 멕시코에 큰 공장을 짓고 미국에 무관세로 자동차를 판매하고 있다”며 “자동차 산업을 다시 가져오겠다”고 말해 긴장감이 더 높아졌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중국을 겨냥한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한국 기업들이 덩달아 영향을 받았듯 멕시코에서도 같은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우려했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