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전기차 안 사도 배터리 관심은 늘었다… 국내 배터리 3사 “LFP로 中 추격·전고체로 압도”

김민범 동아닷컴 기자
입력 2024-03-12 09:00:00업데이트 2024-03-12 09:00:00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수요 성장세가 주춤하고 있지만 배터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여전히 높았다. 전기차 구매는 망설이더라도 미래 전기차 시대 현실화에 대해서는 수긍하는 모습이다.

지난 6일 개막한 배터리산업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4’에서 이러한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작년보다 이른 시간부터 전시회 입장 대기줄이 길게 늘어섰다. 전기차 박람회인 EV트렌드코리아와 동시 개최되는 만큼 전시관 모든 입구가 사람들로 크게 붐볐다. 참가업체 규모도 늘었다. 작년 477개에서 올해 579개 업체가 참가해 새로운 기록을 경신했다. 8일까지 3일간 현장을 찾은 방문객은 약 12만 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작년(10만7486명)보다 12%가량 늘어난 규모다.

전기차 인기가 정체된 상황에서 배터리에 대한 관심과 관련 산업 진출 업체 수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국내외 배터리와 완성차 브랜드의 사업 확장이 활발히 이뤄지면서 대규모 투자가 단행됐다. 이에 따라 관련 설비나 부품 등을 공급하는 업체가 그만큼 증가한 것이다. 또한 배터리와 소재 업체가 국내 주식시장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면서 업계 관계자뿐 아니라 일반 투자자와 소비자들도 산업 전반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경향이 있다.
여전히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배터리 3사가 가장 크게 부스를 꾸리고 전시회를 주도한 가운데 전반적인 분위기는 작년보다는 차분해졌다. 이전에는 각 배터리 업체들이 자사 제품을 탑재한 전기차를 전시해 시각적으로 화려한 느낌이었다. 루시드와 페라리, 포드 머스탱 마하-E 등 국내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전기차들이 관람객들의 시선을 모았다. 반면 올해는 화려한 전기차를 치우고 대신 자체 개발한 신기술 알리기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기차 인기가 주춤하는 상황에서 에너지저장장치(ESS)나 전자기기용 배터리 등 다채로운 포트폴리오를 강조하는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배터리 3사는 공통적으로 차세대 제품인 전고체 배터리와 중저가 제품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기술을 앞세웠다. 특히 LFP 배터리는 중국이 선도해온 분야로 국내 업체는 후발주자에 해당한다. LFP 배터리는 니켈이나 코발트 등 고가 원재료를 사용하지 않아 가격이 저렴하고 화재 등 안전성 측면에서 유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전기차 탑재 시 주행거리는 다소 짧고 기온이 낮은 겨울철에 사용하기 불편하다는 단점이 있다. 그동안 국내 업체들은 전기차 주행거리 등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는 NCM이나 NCA 등 삼원계 배터리에 집중해왔다. 삼원계 배터리는 비싼 광물을 사용하는 만큼 배터리 제품 가격이 높고 이에 따라 전기차 등 완제품 가격도 상승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고물가 영향으로 고가 전기차에 대한 수요 역시 시들해지는 추세다. 완성차 고객사들은 국내 배터리 업체에게 중저가 LFP 배터리 공급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
국내 배터리 3사가 비슷한 시기에 LFP 배터리 시장 진출을 공식화한 것은 비싼 삼원계 배터리의 한계점을 뒤늦게 인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전기차용 국산 LFP 배터리 양산 시기는 대략적으로 2026년경이 될 전망이다. 현 시점으로 2~3년가량 공백이 있는 셈인데 다행히 아직 기존 삼원계 배터리 수주를 기반으로 건설 중인 공장이 많고 삼원계 배터리 제품에 대한 수주잔고도 넉넉하기 때문에 LFP 배터리가 없더라도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내 배터리 3사가 LFP 배터리를 준비하면서 소재 업체들도 속속 LFP 관련 제품 개발과 출시 준비에 돌입한 상황이다. 양극재 업체 에코프로비엠은 LFP 양극재를 국내 최초로 선보이고 올해 파일럿 라인을 구축해 내년부터 양산을 시작한다는 목표다. 포스코퓨처엠과 엘엔에프는 내년 말 LFP 양극재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래 시장 선점을 위한 차세대 배터리 기술 경쟁도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국내 배터리 3사는 모두 전고체 배터리를 차세대 제품으로 삼고 있다. 개발 완성 목표 시기도 2027년으로 비슷하다. 전고체 배터리 개발 전까지는 기존 배터리를 기반으로 성능 개선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원료 변화나 배합 개선 등을 통해 주행거리를 늘리거나 충전 속도를 끌어올리는 기술과 저온 환경에서 성능을 개선한 LFP 기술 등이 대표적이다. 전기차용 외에 ESS와 소형 가전용 등 다양한 종류의 배터리 기술도 꾸준히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 LG에너지솔루션, 파우치형 ‘셀투팩’ 기술 첫선… “배터리 성능 극대화”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전시회에서 배터리 셀 신제품이 아닌 새로운 배터리 조립 방식인 ‘셀투팩(CTP, Cell to Pack)’ 기술을 전면에 내걸었다. 셀투팩 기술은 말 그대로 배터리 셀을 팩에 직접 조립하는 방식을 말한다. 중간 단계인 모듈을 없애 배터리 셀이 들어가는 공간을 확보하고 공정을 단순화할 수 있는 개념으로 이해하면 된다. 모듈 관련 구성품이 빠진 공간에 그만큼 많은 셀을 탑재할 수 있고 배터리용량을 늘리면서 경량화를 통해 주행거리 등 배터리 성능 극대화를 기대할 수 있다.
셀투팩 기술은 중국 배터리 업체인 CATL이 각형 배터리 셀을 활용해 이미 양산에 들어간 방식으로 완전히 새로운 기술로 보기는 어렵다. 다만 각형 배터리보다 공간 활용도가 우수한 파우치형 기반 셀투팩 기술은 LG에너지솔루션이 처음 선보였다. 부스 중앙에 배터리 셀이 팩에 장착된 목업(Mock-up)을 전시해 셀투팩 기술 개념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파우치 셀의 가벼운 무게 특성과 높은 에너지밀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더 많은 셀 탑재가 가능해 배터리 성능을 높일 수 있고 생산비용이 높은 모듈 단계를 없애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도 유리한 기술이라고 LG에너지솔루션 측은 설명했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셀투팩 기술 공급계약과 관련해 완성차 업체와 많은 논의가 오가고 있다”며 “결과가 나오면 공유하겠다”고 말했다.
전기차로는 상용차인 이스즈(ISUZU) 엘프(ELF) 미오EV 트럭을 전시했다. 이스즈 브랜드 첫 전기 상용차다. LG에너지솔루션이 셀부터 모듈과 팩은 물론 배터리매니지먼트시스템(BMS)까지 배터리 관련 장치를 ‘턴키(Turn-key)’ 방식으로 공급한 프로젝트로 의미가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원통형 팩과 BMS 기술이 모두 적용된 첫 전기차 모델이기도 하다.

최신 원통형 배터리인 46파이(지름 46mm) 제품은 오는 8월부터 본격적으로 생산에 들어간다고 한다. 김동명 사장은 8월부터 생산되는 46파이 원통형 배터리는 샘플이 아니라 양산제품 공급을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차세대 제품군으로는 전고체 배터리와 리튬황, 리튬메탈 배터리를 제시했다. 리튬황 배터리의 가벼운 중량을 보여주는 전시물도 선보였다. 전고체 배터리에 대해 김동명 사장은 “제품 완성도를 높여 실제 적용할 수 있는 제품 공개를 준비하고 있다”며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제대로 된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LFP 배터리는 ESS에 초점을 맞췄다. 첫 번째 LFP ESS 제품인 JF1 DC링크와 주택용 ESS 신제품 엔블록(enblock)S 등을 전시했다. 전자기기용 제품으로 미드니켈(Mid-Ni) 소형 파우치 셀도 이번에 처음 공개했다. 고전압 환경에서 구동이 가능한 미드니켈(NCM613) 소재 노트북용 배터리 제품으로 기존 리튬코발트산화물(LCO) 소재 배터리보다 가격 경쟁력이 우수하다. 단결정 양극 소재를 사용해 고전압 환경에서 전극 장기 내구성을 확보한 기술이라고 한다. 이 제품은 이번 인터배터리에서 처음 제정한 ‘인터배터리 어워즈’에서 종합 최고혁신상을 받았다. 자체 개발한 ‘음극 레이저 식각 기술’도 인터배터리 어워즈 자동화솔루션부문 최고혁신상을 수상해 LG에너지솔루션은 2관왕을 차지했다.
사내독립 기업도 전시에 참여했다. 재생에너지 전력망 통합 관리 사업을 위한 AVEL과 전기 이륜차 배터리교환스테이션 운영 업체 KooRoo(쿠루), 전기차 배터리 종합진단 서비스 업체 비라이프케어(B-Lifecare) 등이 각자 영위하는 사업을 소개했다. 배터리교환스테이션을 운영하는 쿠루 부스에서는 배터리 교환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었다. 전기 이륜차에 장착된 배터리를 직접 들어 배터리스테이션에 넣거나 반대로 전기 이륜차에 장착해 보는 방식이다. 네모난 모양의 10kg짜리 배터리 4개가 들어가는 이륜차가 전시됐다. 처음 배터리를 들었을 때 크기에 비해 다소 무겁게 여겨졌지만 두어 번 들어보니 익숙해져 무게 부담이 크지 않았다. 쿠루 측은 배터리 성능이나 용량 등이 개선되더라도 현행 10kg 무게를 유지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삼성SDI, 전고체 배터리 일부 사양·로드맵 공개… “차세대 기술 선점 박차”
삼성SDI는 작년과 동일하게 볼보의 전기 트랙터 FH 일렉트릭과 BMW i7 전기차를 전시했다. 메인 제품으로는 아직 개발 중인 전고체 배터리를 내걸었다. 모든 배터리 업체들이 공통적으로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추진 중인 가운데 올해는 해당 분야에서 삼성SDI가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업계 최초로 양산을 추진하는 전고체 배터리의 사양 일부를 공개하고 개발 및 양산 준비 계획도 밝혔다.

삼성SDI가 개발 중인 전고체 배터리는 현행 삼원계 각형 배터리 제품(P5)보다 에너지 밀도를 약 40% 향상시킨 900Wh/L 수준이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에너지 밀도는 단위 부피당 보유한 에너지양을 말한다. 에너지 밀도가 높다는 것은 단위 부피당 더 많은 에너지양을 갖췄다는 것을 말한다. 동일 규격 배터리인 경우 에너지 밀도가 높은 제품이 더 오래가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에너지 밀도가 높을수록 배터리 소형화가 용이해 궁극적으로 전기차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고체 전해질을 사용해 화재 위험성을 줄이면서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어 배터리업계가 주목하는 차세대 배터리다. 아직 출시된 제품은 없다.

특히 삼성SDI는 독자 조성한 고체 전해질 소재 개선과 혁신적인 무음극 기술을 적용해 음극 부피를 줄이면서 양극재를 추가해 업계 최고 에너지 밀도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작년 말에는 전고체 배터리 사업화추진팀을 신설하기도 했다. 연구소에서는 S라인 샘플 생산을 시작한 상태다. 개발 일정의 경우 오는 2027년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원계(NCA) 배터리 신제품인 P6도 본격적으로 시장에 투입한다. P6는 하이니켈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양극재와 독자 특허 SCN(Silicone Carbon Nanocomposite) 소재 기술(음극재 실리콘 소재 기술) 등이 적용된 최신 제품이다. 니켈 비중을 기존 88%(P5)에서 91%로 높여 에너지 밀도를 극대화했다. P6 에너지 밀도는 650Wh/L로 전고체 배터리 목표치보다 다소 낮은 수준이다. P6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의 최대 주행가능거리는 620km를 제시한다. P5보다 100km가량 늘린 수준이다. 급속충전 성능도 80% 충전에 소요되는 시간을 10분 내외로 단축했다고 삼성SDI는 설명했다. 5분 충전 시 배터리 50% 채우는 것이 가능해 310km가량 주행이 가능할 전망이다. 기존 P5 제품의 경우 80% 충전에 약 20분이 걸리고 5분 충전하면 33% 채워져 약 200km 주행이 가능했다.

지난해 삼성SDI와 현대자동차는 2026년부터 2032년까지 약 7년간 각형 배터리 공급을 위한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대차가 유럽에 내놓을 전기차에 탑재되는 물량으로 삼성SDI 헝가리 공장에서 생산돼 현대차에 납품된다. 해당 계약에 따라 처음 공급되는 제품이 삼성SDI P6 배터리다.

다만 P6 배터리가 탑재되는 첫 완성차 브랜드는 현대차가 아닌 스텔란티스가 될 전망이다. 인터배터리 현장에서 삼성SDI 관계자는 P6가 스텔란티스에 공급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대상 차종은 공개할 수 없지만 대형 SUV 모델이 유력하다고 설명했다.
삼성SDI는 또 다른 신제품으로 20년간 사용 가능한 초장수명 배터리도 개발 중이다. 소재 내구성 강화 등을 통해 배터리 수명을 현행 10여년 수준에서 2배가량 늘린다는 복안이다. 이 기술은 오는 2029년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마찬가지로 삼성SDI도 셀투팩(CTP) 기술을 공개했다. 각형 배터리 기반 셀투팩 기술로 LG에너지솔루션(파우치형)과 차이가 있다. 삼성SDI는 CTP 기술을 통해 부품 개수를 35% 이상 줄이고 무게도 20%가량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동일한 크기 배터리팩의 밀도를 높여 성능을 높이면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소개했다.
이밖에 배터리 단자를 상단에서 측면으로 옮겨 에너지 효율과 쿨링 시스템을 강화한 새로운 폼팩터 기술과 배터리 화재나 충격 발생 시 고열과 가스를 각형 배터리 벤트(배출구)로 빠르게 배출해 배터리 간 열 전파를 최소화시키는 열 확산 방지 기술, 하이니켈 NCA 46파이 배터리, 미드니켈 NMX, LFP 등 다양한 소재 배터리 라인업을 선보였다.

ESS 배터리 경쟁력도 입증했다. 이번 인터배터리 어워즈에서 삼성SDI 주력 ESS 제품인 SBB(Samsung Battery Box)가 ESS부문 최고혁신상을 받았다. 설치가 용이하고 직분사 시스템을 적용해 안전성을 높인 것이 특징으로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고 한다.
삼성SDI는 소형 제품 전시공간도 별도로 마련해 전동공구와 정원공구, 무선청소기 등에 탑재되는 고출력 원통형 배터리와 스마트폰 삼성전자 갤럭시S24 등 IT기기용 파우치 배터리, 웨어러블용 초소형 배터리 등을 전시했다. 다만 삼성전자 최신 웨어러블 기기인 갤럭시 링에 탑재되는 배터리는 이번에 전시하지 않았다.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은 “삼성SDI는 전고체 배터리를 포함한 차세대 다양한 폼팩터 제품 양산을 위한 준비를 차질 없이 진행하고 있다”며 “초격차 기술력을 통해 글로벌 배터리 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 SK온, 더 빠른 초급속 충전·겨울용 LFP 배터리 제시… “국산 LFP 경쟁력 있다”
지난해 적자를 탈출하지 못한 SK온은 조금 더 현실적인 기술에 집중했다. 현재 양산 중인 제품 기술과 가까운 미래를 위한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올해 실적 흑자 전환을 위해 수익성 개선이 필수 과제인 만큼 당장 공급할 수 있는 현행 제품의 우수한 기술력을 재차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자사 배터리를 탑재한 미니카 수십 종도 함께 전시했다.
주요 제품으로는 장기를 살려 충전 성능을 개선한 배터리를 앞세웠다. 18분 만에 배터리 용량 10%에서 80%까지 충전 가능한 SF(Super Fast)배터리는 어드밴스드(Advanced) SF배터리와 SF+배터리로 진화했다. SF배터리는 하이니켈 삼원계 양극재를 사용하는 제품이다. 어드밴스드 SF배터리는 에너지 밀도를 9% 높이면서도 충전 성능은 기존과 동일한 수준을 유지한 것이 특징이다. 에너지 밀도가 높아진 만큼 주행거리도 늘었다. SK온은 어드밴스드 SF배터리를 이번에 처음 공개했지만 실제로 이 배터리는 기아 플래그십 SUV 전기차인 ‘EV9’에 탑재된다. 실제 전시차도 기아 EV9와 기존 SF배터리를 장착한 제네시스 G80 전기차(일렉트리파이드)를 준비했다. EV9은 크고 무거운 차체에도 불구하고 최대 주행가능거리를 501km(상온 508km)로 인증 받았다.

배터리 충전 속도는 리튬이온 이동 거리와 이동 속도에 따라 결정되는데 일반적으로 에너지 밀도가 높으면 충전 시 음극저항이 높아져 리튬이온 이동 속도가 느려지고 그만큼 충전 시간도 늘어나게 된다. SK온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특수 코팅공법을 개발했고 음극 저항을 획기적으로 낮추고 음극 정렬 공법을 적용해 리튬이온 이동경로를 단축했다. 어드밴스드 SF배터리가 그 결과물이다.
충전 시간을 18분에서 15분 수준으로 단축한 SF+배터리도 이번에 공개했다. SK온만의 이중 레이어 구조에 고용량 실리콘과 저저항 흑연을 배치해 리튬이온 이동 거리를 줄이고 이동 속도를 높인 것이 특징이라고 소개했다. 고용량 실리콘은 이동 거리를, 저항이 작은 흑연은 이동 속도를 개선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터배터리에서 삼성SDI가 오는 2026년 양산으로 목표로 9~10분대 충전이 가능한 배터리 기술을 선보인데 대해 SK온 관계자는 “지속적인 연구·개발에 따라 2026년 시기가 되면 SK온도 9~10분대 충전이 가능한 배터리를 선보일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번에 선보인 SF+배터리는 양산 단계 기술”이라고 전했다.

차세대 제품으로는 전고체 배터리와 각형 배터리 등 다양한 폼팩터를 제시했다. 파우치형 제품 일변도에서 벗어나 배터리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LFP 배터리 단점을 보완한 기술도 관심을 끌었다. 저온에서 성능이 크게 저하되는 단점을 개선한 제품으로 ‘윈터프로(Winter Pro) LFP 배터리’를 공개했다. LFP 배터리 전기차는 영하 20도 이하 저온에서 주행가능거리가 50~70%가량 감소하고 충전 성능도 급격히 떨어진다. SK온은 원터프로 LFP 배터리 에너지 밀도를 19% 높이면서 충전과 방전 용량을 극대화해 저온 환경에서도 전기차 이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석희 SK온 대표이사 사장은 “중저가 전기차 공급 증가로 LFP 배터리 시장이 일정부분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내부적으로 LFP 배터리 개발이 완료됐고 고객사 협의 등이 완료되면 2026년경 양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LFP 배터리 시장 선점과 관련해 국내 업체가 개발한 LFP 배터리의 경쟁력에 대해서는 “글로벌 시장이 블록화 되는 추세로 북미 시장을 고려하면 대한민국 배터리 회사들에게도 충분한 기회가 올 것으로 예상한다”며 “시장 환경과 우수한 기술력을 기반으로 중국 LFP 배터리와 충분히 경쟁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또한 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SK온 흑자 전환 시기와 수익성 제고 전략에 대해 이석희 사장은 “올해 흑자 전환을 목표로 전 구성원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특히 수익성 확보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먼저 제품 적시 생산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그 다음으로 원가절감을 추진해 전반적인 수익성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언급했다.

배터리 신규 수주의 경우 고객사 이름은 공개할 수 없지만 많은 협의가 진행 중으로 규모 등을 확정한 후 조만간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SK온은 이번 전시 주제를 스피드온(Speed On)으로 설정했다. 성장을 가속화한다는 의미를 내포한 슬로건이다. 인터배터리 어워즈에서는 어드밴스드 SF배터리가 급속충전부문 최고혁신상을 수상했다.

김민범 동아닷컴 기자 mb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