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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소형SUV ‘EV3’, 캐즘 빠진 전기차시장 구원투수 기대

김재형 기자
입력 2024-05-09 03:00:00업데이트 2024-05-09 03:00:00
7월에 처음 선보일 기아의 신형 전기차 EV3가 올해 국내 보급형 전기차 시장을 선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아의 EV3는 현대자동차그룹 순수전기차 플랫폼인 E-GMP에 기반한 첫 번째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보조금까지 받을 경우 3000만 원대 후반에 구매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저가·소형 전기차 출시가 시작되면서 ‘캐즘’(일시적 수요 감소)에 빠진 전기차 시장에도 분위기 반전이 이뤄질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EV3의 판매가는 4000만 원대로 책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 보조금을 적용하면 실제 구매가는 3000만 원대 후반으로 떨어질 수 있다. 기아는 최근 EV3의 이미지와 영상을 공개하며 막바지 출시 준비에 돌입했다.

시장에선 소비 트렌드가 바뀌는 조짐도 포착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전기차 소비자들은 비싸더라도 더 큰 차를 선호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작은 차 선호 소비자들도 증가하고 있다. 자동차 시장조사 기관인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1∼4월 전체 승용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3만620대) 대비 0.8% 감소한 3만384대에 그쳤다. 다만 경차와 대형차만 판매량이 늘었다. 지난해 6월과 9월 공식 출시된 신형 경차 레이 EV(3560대)와 대형차 EV9(1246대)이 이런 증가세를 이끌었다.

특히 이 기간 레이 EV는 국내에서 테슬라의 모델Y(6016대), 현대차 아이오닉5(3757대)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이 팔린 차량에 오를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2012년 국내 첫 양산 전기차로 데뷔했다가 판매 부진에 빠지면서 2018년 단종됐던 것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단종 5년 만에 재출시된 레이 EV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는 205km에 불과하다. 하지만 시작가가 2735만 원이라는 뛰어난 가격 경쟁력으로 전기차 대중화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준중형 SUV 모델임에도 판매 가격이 4438만 원에서부터 시작하는 KG 모빌리티의 토레스 EVX도 판매 순위 4위(2424대)에 올랐다. 이가현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 팀장은 “레이 EV, 토레스 EVX 등 가성비 전기차로 평가받는 전기차 모델의 성적이 눈에 띄게 좋은 편”이라며 “전기차 보조금 100% 지원 한도(판매 가격)가 기존 5700만 원에서 5500만 원으로 하향 조정되면서 저가 모델에 대한 선호가 강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현대차는 하반기(7∼12월)에 경형 SUV 캐스퍼의 전기차 모델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지엠도 올해 판매 추정가가 4000만 원대인 중형 전기 SUV인 이쿼녹스 EV를 국내에 들여올 방침이다. 내년에는 기아가 EV3보다 한 단계 위 급의 보급형 전기차 EV5를 국내에 출시할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테슬라가 중국산 LFP 배터리를 탑재한 모델Y(후륜구동)를 국내에 들여와 호실적(판매)을 내면서부터 국내 전기차 시장에 ‘가격 경쟁’의 서막이 오른 셈이다”라고 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