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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충전·침수도로 피하고, 과속방지턱에 바닥 긁히지 않게 주행해야”

동아일보
입력 2024-08-18 09:08:00업데이트 2024-08-18 09:21:02
8월 8일 인천 서구 한 자동차공업소에서 경찰과 소방당국 관계자들이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벤츠 전기차에 대해 2차 합동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동아DB]8월 8일 인천 서구 한 자동차공업소에서 경찰과 소방당국 관계자들이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벤츠 전기차에 대해 2차 합동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동아DB]
최근 전기차주 A 씨는 예약한 진료를 받기 위해 서울의 한 종합병원을 찾았다가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지하주차장에 차를 대려는데 “화재 예방 차원에서 전기차는 지하주차장 이용이 불가하다”며 병원 측이 진입을 막았기 때문이다. 그리 넓지 않은 지상주차장은 계속 만차였다. 결국 A 씨는 의사 얼굴은 보지도 못한 채 아픈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서울 관악구 한 아파트 단지에 “전기자동차는 지상주차장으로!”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동아DB]서울 관악구 한 아파트 단지에 “전기자동차는 지상주차장으로!”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동아DB]


“과충전 방지 위해 90%까지만 충전 필요”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로 ‘전기차 포비아’가 만연하면서 전기차주들은 불편과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10년 넘게 전기차를 몰았다는 B 씨는 “전기차를 ‘시한폭탄’으로 낙인찍은 통에 전기차주는 죄인 아닌 죄인이 됐다”며 “모든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것도 아닌데, 법적 근거도 없는 제재가 가해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특성상 화재가 발생하면 큰 피해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예방과 안전 조치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면서도 “모든 전기차가 위험하다는 무분별한 ‘전기차 포비아’는 금물”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부와 배터리 제조업체, 자동차 메이커는 근본 해결책을 강구하고, 전기차 운전자는 당장 현실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화재 예방법을 숙지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 조언이다.

전기차 배터리 화재 원인은 구체적으로 규명하기 어렵다. 일단 ‘열폭주’가 시작되면 순식간에 1000도 가까운 고열이 발생한다. 초기 진화에 실패할 경우 화재가 장시간 이어진다. 불이 꺼진 후 잔해에서 정확한 화재 원인을 찾기는 어렵다. 하지만 배터리가 열폭주를 일으키는 원인 자체는 이미 밝혀졌다. 배터리 양극(陽極)과 음극(陰極)의 접촉을 막는 안전장치인 ‘분리막’ 훼손이 핵심 원인이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외부 충격이나 배터리 노후 등 여러 원인으로 전기차 배터리 분리막이 훼손되면 당장은 별 문제가 없어 보여도 시간이 지나면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며 “배터리 제조 과정에서 불량품이 나올 가능성도 있는데, 전기차 1대에 수백 개가 들어가는 셀(cell) 중 일부만 불량이어도 화재 발생 위험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이 같은 열폭주 원인을 감안하면 운전자 입장에서 현실적으로 실천 가능한 예방법은 크게 두 갈래다. ‘과충전’ 가능성을 줄이는 등 배터리 안전성을 유지하는 충전 습관과 전기차 특성을 감안한 주행 습관을 들이는 것이다.

과충전이 열폭주로 이어지는 직접적 원인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충전율 100%, 이른바 완충 상태에 이르더라도 실제 전기차 배터리는 95~97% 충전 상태다. 전기차 제조사가 안전 조치 차원에서 자동차 소프트웨어에 일종의 마진을 뒀기 때문이다. 다만 충전 안전마진이 배터리 내구성 유지에 도움이 될 수 있기에 그 비율을 현재 3~5%에서 10%까지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국전기자동차협회장을 맡고 있는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전기차 최대 충전율을 낮추는 게 좋은데 충전기의 경우 최대 90%까지만 충전이 가능하도록 설정하고, 전기차 완충 기준도 90% 정도로 하는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충전율 상한이 90% 정도로 낮아지면 주행거리가 기존보다 짧아지기 때문에 안전성과 형평성 확보 차원에서 국내외 메이커를 막론하고 같은 규제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과충전과 관련해 완속 충전기를 사고 원인으로 지목하지만 이 또한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 급속 충전기와 달리 완속 충전기는 전기차 충전율을 통제하는 전력선통신(PLC) 모뎀 설치가 의무가 아니다. 이 때문에 완속 충전기에 관한 우려가 높지만, 자동차에 탑재된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이 정상 작동하면 사고 위험성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 견해다. 오히려 지나치게 잦은 급속 충전을 피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급속 충전은 높은 전류로 배터리를 빠르게 충전하는데, 이 과정에서 배터리에 열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충전 끝나면 차 이동하는 게 매너이자 안전 조치”

배터리 유지·관리 차원에서 주기적인 ‘셀 밸런싱(Cell Balancing)’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셀 밸런싱은 전기차 배터리를 완충함으로써 BMS가 모든 셀의 전압 차이를 확인하고 바로잡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전기차 배터리팩은 여러 셀로 구성된다. 이 중 일부 셀의 전압·온도에 큰 편차가 생기면 배터리 전체 안전성이 깨질 수 있다. 이를 막고자 국내 전기차 메이커들은 충전율이 20% 이하일 때 100%까지 충전하는 셀 밸런싱을 한 달에 1회 이상 실시할 것을 권고한다. 평소에는 완충을 지양하되 이따금 셀 밸런싱을 하는 게 배터리 성능을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특성을 감안해 평소 주행·주차 습관 측면에서도 주의를 당부했다. 김필수 교수는 “전기차의 경우 특히나 안전을 위해 침수도로 주행을 피해야 한다”며 “전기차는 차체 하부가 파손되면 화재 위험성이 있는 만큼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바닥을 긁지 않는 등 차량 파손을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외부 충격에 따른 배터리 손상 가능성을 피하고, 만약 훼손이 의심된다면 즉시 점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성태 한국전기차사용자협회장은 “전기차에 충전기를 꽂아놓고 계속 방치할 게 아니라, 충전이 끝나면 바로 차를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는 게 주차 매너를 지키는 동시에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르는 화재 위험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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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주간동아 1453호에 실렸습니다〉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