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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값보다 싸진 ‘인간형 로봇’… 車업계 도입 바람

한재희 기자
입력 2024-08-20 03:00:00업데이트 2024-08-20 03:00:00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 사이에서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도입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기존 산업용 로봇들은 컨베이어 벨트에서 특정 작업만 수행했다면 휴머노이드 로봇은 완성차 생산 과정에서 다양한 공정을 홀로 처리하는 ‘일당백’ 역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24시간 연속 작업도 가능하기 때문에 원가 절감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 글로벌 완성차 업계 인간형 로봇 바람


19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독일 BMW는 최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스파튼버그 공장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피규어02’의 테스트 투입을 마쳤다. 이 로봇은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인텔 등 글로벌 빅테크 업체들로부터 투자를 받은 미국 스타트업 ‘피규어AI’가 만들었다.

피규어02는 테스트 기간 동안 차체용 금속 부품들을 옮기는 작업을 수행했다. 밀리미터 단위의 정확도로 부품을 위치시키는 등 정밀한 작업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테슬라와 독일의 메르세데스벤츠, 현대자동차 등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시범 생산해 내년에 테슬라 공장에서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2026년에는 대량 생산해 다른 회사에 공급하겠다는 목표도 함께 제시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휴머노이드 로봇인 ‘아폴로’를 벤츠 생산시설에 시범 도입하겠다는 내용의 계약을 올 3월 로봇 제작 업체인 앱트로닉과 체결했다. 현대차도 계열사인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통해 전기 구동 방식의 새로운 휴머노이드 로봇인 ‘아틀라스’를 올 4월 공개한 바 있다.


완성차 업체들이 휴머노이드 로봇에 열을 올리는 것은 원가 절감 효과 때문이다. 향후 휴머노이드 로봇이 고도화되면 차량 내장재를 설치하는 의장 조립 공정도 맡길 수 있다. 세밀한 작업이기 때문에 기존 산업용 로봇들이 할 수 없었던 영역이다.

나아가 향후 인공지능(AI) 기술이 발달하면 휴머노이드 로봇이 차량이 제대로 만들어졌는지 확인하는 작업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고도의 판단이 필요하기 때문에 현재는 인간이 하고 있다.

● 인간의 몸 형태여야 할 수 있는 일 가능

한재권 한양대 에리카 로봇공학과 교수는 “자동차 생산 공정에서 자동화율이 약 90%까지 올라간 뒤 어느 순간부터 나머지 10% 작업은 로봇이 대체하지 못하고 있다”며 “허리를 굽히거나 차체에 깊숙이 들어가는 등 인간의 몸 형태를 가져야 가능한 공정들을 휴머노이드 로봇에게 맡겨 나머지 10%마저 자동화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완성차 업체들은 현재 판매가 대비 약 80%에 이르는 원가율을 휴머노이드 로봇의 도입을 통해 약 70%까지 끌어내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형 설비 몇 개를 설치하지 않고 이를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대체하면 설비에 들어가는 돈을 절약할 수 있다. 현재 고정형 산업 로봇과 달리 휴머노이드 로봇은 혼자 여러 개의 공정을 도맡아 할 수 있다.

김성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휴머노이드 로봇이 다룰 수 있는 공정이 계속 확장될 수 있다”고 말했다.

휴머노이드 로봇 도입이 가시화되는 또 다른 이유는 로봇의 가격이 싸지고 있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휴머노이드 로봇 한 대를 만들려면 현재 1억 원이 훌쩍 넘게 들어가는데 앞으론 그 3분의 1 가격에 대량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테슬라는 앞으로 3∼5년 이내에 웬만한 중형차보다 저렴한 2만 달러(약 2700만 원) 이하로 휴머노이드 로봇을 제작해 제공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로봇을 생산할 때 필요한 모터 등 핵심 부품의 가격이 싸진 데다, 로봇을 대량 생산하게 되면서 단가가 저렴해진 덕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는 원가 절감을 위해 적어도 2027∼2028년쯤에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본격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게 될 기존 노동자들과 어떻게 조율할지가 휴머노이드 로봇 도입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