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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A]중국·미국 파상 공세에 독일 전기차 역습

뮌헨(독일)=정진수 기자
입력 2025-09-09 13:56:58
허 샤오펑 샤오펑 최고경영자(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폭스바겐그룹 관계자와 8일(현지시간) IAA 모빌리티 2025가 열린 독일 메쎄 전시장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허 샤오펑 샤오펑 최고경영자(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폭스바겐그룹 관계자와 8일(현지시간) IAA 모빌리티 2025가 열린 독일 메쎄 전시장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미국 자동차 관세 정책이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판도를 흔들면서 유럽 시장이 새로운 전략적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예년과 달리 전체 참가업체의 55% 이상이 해외 기업으로 구성돼 유럽 영향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9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막을 올린 ‘IAA 모빌리티 2025’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자동차 업계가 저가형 전기차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주요 업체들이 중국 시장 부진과 미국 관세 인상이 겹치면서 판매에 대한 돌파구를 고가의 차량이 아닌 보급형 확대로 방향성을 잡은 것이다.

세계 2위 자동차 업체 폭스바겐그룹은 이번 IAA 모빌리티에서 입문용 전기차를 전면에 내세웠다. 가격은 역대 가장 저렴한 2만 유로대(약 3000만 원)로 방향을 잡고 있다.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나올 4종의 신차들은 그룹 내 코어 브랜드(폴크스바겐·세아트·스코다)가 협업해 연구 개발 비용을 최소화한 것이 특징이다. 비용을 아끼기 위해 물가가 저렴한 스페인 공장에서 이들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이다. 폭스바겐그룹은 매년 이어지는 수익성 악화에 고심하고 있다. 올해는 미국 관세와 맞물려 아우디와 포르쉐 등 고급차 브랜드들이 중국에서 고전하면서 상반기 판매량이 50%나 급감했다.

현장에서 만난 올리버 블룸 폭스바겐그룹 CEO는 “폭스바겐그룹은 현재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28% 점유율로 1위를 지키고 있다”며 “보급형 전기차 시장에서도 확실한 리더십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 정부와 관세 완화를 위한 투자 협상을 긍정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아우디 미국 공장 설립도 검토 중”라고 덧붙였다.

중국 업체들도 저가 공세에 맞불을 놨다. 올해 행사에는 116개의 중국 브랜드가 참여했다. 직전 대회와 비교하면 40% 이상 증가한 규모다. 이 같은 물량 공세로 유럽 내 점유율을 더욱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중국 회사들은 자동차의 본고장인 유럽에서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속속 안착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BYD다. 올 상반기 판매량이 전년 대비 311%까지 치솟으며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 가운데 프모터는 B05라는 새 해치백 모델을 공개하며 유럽 시장에서 저가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 모델은 올해 말 중국 출시 후 2026년 2분기부터 유럽에서 판매 예정이다. 가격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2만 유로 안팎이 유력하다. 메쎼 전시장 B2구역에 자리를 잡은 창안자동차도 디팔 소형 SUV를 선보였다. 현지 판매 가격대는 1만5000유로 수준으로 알려졌다.

4년 만에 IAA에 복귀한 현대자동차는 전기차 ‘아이오닉’ 소형 콘셉트카 콘셉트 쓰리를 내놨다. 보급형 모델인 캐스퍼 EV와 중형 SUV 전기차인 아이오닉5 사이에 있다.

튀르키예 전기차 스타트업 토그도 가세했다. 토그는 유럽 출시를 알린 T10X 전기 SUV와 5도어 전기 세단 T10F를 공개했다. 두 모델 모두 3만 유로 이하로 가격이 책정될 전망이다.

독일 고급차 경쟁 브랜드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는 첨단 기술을 앞세운 최신 전기차를 앞다퉈 선보였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 ‘올 뉴 GLC 위드 EQ 테크놀로지’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신차는 전기 파워트레인 전환을 넘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통합한 차세대 전략을 보여주는 상징적 모델이라는 설명이다.

BMW는 이번 IAA에서 차세대 플랫폼 노이어 클라쎄 기반 첫 양산형 순수전기차 뉴 iX3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새로운 디스플레이 시스템 BMW 파노라믹 비전과 최신 운영체제 BMW 오퍼레이팅 시스템 X, 양방향 충전(V2H·V2G) 기능이 적용돼 차세대 기술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올해 연말 양산 예정이다.

포르쉐는 911 시리즈 최상위 모델을 전시했다. 또한 카이엔 일렉트릭 프로토타입에 도입된 ‘포르쉐 무선 충전’ 기술을 소개했다. 포르쉐는 배터리 전기차용 11㎾ 충전 시스템을 일체형 베이스 플레이트와 함께 양산화 단계까지 완성한 최초의 자동차 제조사가 됐다.

아우디는 이달 초 밀라노에서 선보인 콘셉트 C를 통해 명료하고 본질에 집중한 새로운 디자인 철학을 제시했다. 이번 순수 전기 스포츠카 콘셉트는 향후 출시될 양산차 모델의 방향성을 보여줬다.정진수 기자 brjean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