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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누적 자동차 등록대수는 올 상반기 기준 2613만4000대에 달한다. 인구 1.96명당 1대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도로에 다니는 차종도 다양해졌다. 승차감이 좋은 세단은 물론, 활동성에 초점을 맞춘 레저용 차량도 제법 많이 늘었다. 스스로를 위한 가치 소비가 늘면서 고가의 최고급차나 고성능 슈퍼카도 쉽게 눈에 띄고 있다. 자동차 특성은 저마다 다르지만 ‘운전의 재미’는 빼놓을 수 없는 고유 가치다. 처음에는 내 의지대로 차를 움직이는 것 자체만으로 운전의 재미를 느끼다가 가속의 짜릿함을 알아차린 순간, 자동차 세계로 곧장 빠져든다. 그때부터 나만의 드림카가 생기고, 운전에 대한 욕구도 솟구친다.
하지만 자동차 문화를 온전히 즐기기에는 한계가 따른다. 전 세계적으로 모터쇼가 축소되면서 다양한 브랜드를 한자리에서 찬찬히 둘러볼 기회가 줄었고, 내 차 외에 다른 차를 몰아볼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은 게 사실이다.
지난 2014년 7월 인천 영종도에 문을 연 BMW 드라이빙 센터는 이처럼 자동차를 좋아하고 즐기는 대한민국 국민 모두를 위해 BMW코리아가 야심차게 마련한 복합문화 공간이다. BMW 그룹 내 전 세계 유일의 트랙 및 고객 체험 시설이 한 곳에 자리 잡은 곳이기도 하다. 서울 광화문에서 서쪽으로 약 60km 떨어진 BMW 드라이빙센터는 차로 1시간 가량 걸려 접근성이 좋은 것도 장점이다.
한동률 BMW코리아 홍보담당 이사는 “BMW 드라이빙 센터는 자동차 문화를 사랑하고 차를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누구나 친숙하고 편하게 느낄 수 있는 공간”이라며 “누군가는 BMW를 사랑해서 찾기도 하고, 누군가는 이곳을 찾았다가 브랜드를 사랑하게 되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BMW 드라이빙 센터는 10주년을 맞이해 새롭게 거듭났다. 초기 투자비용 770억 원과 추가 확장비용 130억 원, 이번 브랜드 익스피리언스 센터 리뉴얼 비용 48억5000만 원을 포함해 총 950억 원이 투입됐다. 2019년에 증설된 5만m² 이상의 공간을 포함한 전체 규모는 축구장 40개 면적에 버금가는 총 29만1802m²에 이른다. BMW 드라이빙 센터는 매년 10억 원 안팎의 적자를 내지만 국내 자동차 문화 발전을 위해 BMW코리아가 운영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BMW 드라이빙 센터에는 경험·즐거움·친환경을 주제로 한 다양한 시설이 들어서 있다. 수많은 체험형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드라이빙 트랙과 자동차 문화 전시 및 체험 공간에 더해 어린이 과학 창의교육 공간인 주니어 캠퍼스와 친환경 체육공원 등을 갖췄다.
BMW 드라이빙 센터에 가면 BMW그룹의 모든 것과 마주하게 된다. 이번에 브랜드 익스피리언스 센터로 새단장한 전시공간은 다양한 각도와 위치에 자유롭게 차량을 배치해 놨다. 이들 차량을 보며 넓은 길을 자연스럽게 따라가다 보면 모든 BMW와 MINI, BMW 모토라드 차량을 둘러본 뒤 원래 자리로 돌아오도록 만들었다. BMW 그룹의 차세대 전시 공간 콘셉트인 ‘리테일 넥스트’를 적용하고 벽을 허물어 동선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구성했다는 설명이다.
휴식을 위한 편안한 소파와 상담 공간, 한국적인 요소를 담은 전시물을 배치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차량을 편안하게 살펴보면서 자연스럽게 구매 상담까지 연결될 수 있는 분위기를 연출한 것이다. 이벤트와 강연 등을 제공하는 오디토리움 형태의 공간 ‘비전 포럼’, 클래식 모델과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헤리티지 존’, 디지털 애니메이션을 접목해 건축물과 트랙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디오라마(실사모형) 등도 마련됐다.
특히 BMW 드라이빙 센터는 남녀노소 자동차 문화 체험이 가능한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지난달 28일 취재진이 현장을 찾았던 날에도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 BMW 코리아 미래재단 인솔자와 함께 시설 곳곳을 둘러보며 자동차를 활용한 학습과 체험 활동에 참여하고 있었다. 이러한 주니어 캠퍼스에는 개관 이후 약 11만명에 이르는 어린이 및 청소년이 다녀갔다. BMW 코리아 미래재단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게임을 활용해 친환경 자동차를 알리고, 미래 자동차 모형을 직접 만드는 체험 프로그램을 기획하면서 보다 친숙하게 자동차에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BMW 드라이빙 센터의 백미는 바로 서킷 체험이다. 운전자는 숙련도에 따라 온·오프로드 등 10가지가 넘는 다양한 드라이빙 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온로드의 경우 안전교육 20분, 웜업주행 20분, 트랙주행 30분, 디브리핑 10분 등 총 80분으로 구성된 프로그램이다. 가격은 차종에 따라 10만~15만 원으로 책정됐다.
주행에 앞서 전문 인스트럭터는 참가자가 트랙에서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도록 약 20분간 교육을 진행한다. 기초적인 시트 포지션부터 스티어링휠 조작법까지 다시 한 번 짚고 넘어간다. 이론 교육을 마치면 동의서를 작성하고 드라이빙 코스로 이동한다. 음주 측정을 통과한 참가자들은 킷 주행에 앞서 운전 감각을 익히기 위해 멀티플 코스 연습 주행부터 익힌다. 일정 간격의 고깔을 피해 지그재그로 움직이는 연습을 반복한다. 이후 긴급 제동 상황도 거쳐야 한다. 60㎞ 속도로 도로를 달리다 인스트럭터가 안내한 정지선에 맞춰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 과정이다. 웜업 주행을 마친 후에는 본격적인 실전 주행에 돌입한다. 트랙 곳곳에 배치된 파란색 고깔 방향으로 최대 4대의 차량이 함께 움직인다. 650m 직선 코스에서는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기 때문에 짜릿한 주행감을 만끽할 수 있다. 이 같은 과정을 3번 반복하면 어느새 체험 시간이 다가온다.
문기웅 BMW 드라이빙 센터 총괄은 “BMW 드라이빙 센터를 찾은 방문객은 160만명이 넘는다”며 “이 중 드라이빙 프로그램 참여 고객만 약 25만명에 이른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10년간 도합 1360대의 BMW 그룹 차량이 드라이빙 프로그램에 투입됐고, 이들 차량이 달린 누적 주행거리는 지구 183바퀴에 해당하는 737만1933km에 달한다”며 “지난 10년간 자동차문화 선도해온 BMW 드라이빙 센터는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고 오감을 통한 드라이빙 체험으로 경험과 감동을 전달해왔다”고 말했다.
최근 완성차업체들은 고객들의 브랜드 경험을 위해 서킷을 활용한 체험 프로그램을 잇달아 운영 중이다. 현대자동차는 충남 태안에 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를 마련하고 아이오닉 N 등 고성능차를 경험하도록 했다. 현대차는 서킷 주행을 체험할 수 있는 초급자를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3단계로 구분되는 초급자 레벨 주행에 성공하면 N드리프트·트랙 레벨1·2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N드리프트는 현대차의 고성능 전기차인 아이오닉 5 N으로 드리프트 주행처럼 차량 제어 능력을 시험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프로그램 가격은 11만 원부터 시작한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접근성이 뛰어난 용인 스피드웨이를 활용하고 있다. 오후 6시부터 2시간30분 동안 진행되는 AMG 나이트 서킷 프로그램은 가장 인기가 좋은 상품이다. 이용 금액은 10만 원이다. 벤츠는 지난 10월 오프로드 트랙도 개설했다.
전남 영암 코리아인터내셔널 서킷에서는 자차를 이용해 트랙을 달릴 수 있는 상품을 운영 중이다. 매해 모터스포츠 비수기인 겨울철을 맞아 선수와 일반인을 대상으로 국제자동차경주장 스포츠주행 프로그램을 마련해놓는다. 선수와 동호인을 대상으로 한 단체임대뿐만 아니라 서킷 라이선스를 소지한 일반인이 이용할 수 있도록 상품을 만들었다.
정진수 동아닷컴 기자 brjean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