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는 지난해 매출 175조2312억 원, 영업이익 14조2396억 원의 경영실적을 기록했다고 23일 밝혔다. 작년 완성차 판매대수는 414만1959대로 전년(421만6898대) 대비 1.8% 감소했지만 고급모델 판매 비중이 늘어나면서 매출은 2023년(162조6636억 원)보다 7.7% 증가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인센티브 증가와 환율효과의 부정적인 요소가 부각되면서 5.9% 줄었다. 영업이익률이 2023년 9.3%에서 지난해 8.1%로 하락해 전반적인 수익성이 악화한 성적표를 받았다.
특히 작년 4분기는 이례적으로 원·달러 환율 변동 폭이 컸기 때문에 수출 위주 현대차 영업이익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봤지만 급등한 달러를 기준으로 차를 판매할 때마다 쌓는 판매보증충당부채가 발목을 잡았다. 급등한 환율이 해외에서 판매된 제품 대당 수익성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지만 과거 데이터를 근거로 달러로 인식하는 판매보증충당부채 증가속도가 더 빨라 고환율의 긍정적인 효과를 모두 상쇄한 것이다. 여기에 지난 4분기 월별 판매실적이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환율효과의 긍정적인 영향보다 부정적인 면모가 더욱 부각됐다.
현대차는 급변하는 대외 환경으로 손익 변동성이 확대됐고 특히 급격하게 오른 환율이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신차 판매 등 영업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요소도 나타났다. 하이브리드와 제네시스 등 고부가가치 차종 판매가 확대된 것. 신차 대당 평균판매단가(ASP)와 금융부문 실적이 개선돼 향후 수익성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특히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에 영향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전기차 수요를 고수익 차종으로 분류되는 하이브리드가 흡수하면서 수익성 관련 친환경차 믹스는 오히려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는 분석이다. 작년 전기차 판매대수는 21만8500대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 유지됐다. 전기차 수요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에도 라인업 다변화로 판매량 하락을 방어했다는 설명이다. 하이브리드 모델 판매대수는 49만6780대로 41.3% 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현대차 신형 팰리세이드
올해 글로벌 판매 417만대·매출 3~4% 증가·영업이익률 7~8% 목표
제네시스 하이브리드 신차 프로젝트 등 R&D 투자 16조9000억
향후 시장 전망에 대해서는 불확실한 경영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요 시장 성장률 둔화와 전기차 캐즘 등으로 인한 산업 발전 속도 변화, 거시경제 변동성 확대에 따른 불안감 증대 등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제네시스 하이브리드 신차 프로젝트 등 R&D 투자 16조9000억
현대차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부문별 대응책과 시나리오를 마련해 체계적으로 대처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최근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대내외 복합적인 경영 리스크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근원적인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치밀한 내부 진단, 과감한 혁신으로 지속적인 성장 모멘텀을 마련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본질적이고 근원적인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리스크 관리 역량 제고와 품질 확보, 원가 개선, 판매 효율화, 내부 혁신, 대내외 소통 강화 등을 주요 키워드로 제시했다.
올해 연간 글로벌 판매목표는 417만대로 설정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3.0~4.0% 증가, 영업이익률은 7.0~8.0% 수준을 목표로 세웠다. 투자 계획은 작년 대비 16.3% 늘어난 16조9000억 원 규모로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부적으로는 연구·개발(R&D) 투자 6조7000억 원, 설비투자(CAPEX) 8조6000억 원, 전략투자 1조6000억 원 등으로 구성했다. 특히 R&D 투자의 경우 제네시스 하이브리드 등 제네시스 브랜드 친환경차 라인업 강화와 SDV 전환 관련 핵심 기술 투자 등을 핵심으로 꼽았다.
완성차 판매의 경우 전기차 관련 북미 현지 생산 체계를 본격적으로 가동하고 유연한 경영 전략을 통한 수익성 방어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세부적으로는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하이브리드를 앞세워 목표를 달성한다는 복안이다.
2024년 기말 배당금은 주당 6000원으로 결정했다. 작년 연간 배당은 1~3분기 배당 합계 6000원을 포함해 전년 대비 5.3% 증가한 주당 1만2000원 수준이다. 배당성향 25% 이상 설정에 따른 규모로 역대 최대 수준이라고 현대차 측은 강조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올해는 어느 때보다 대내·외 리스크와 불확실성이 확대된 시기로 판단하고 있지만 그룹 차원에서 면밀한 모니터링과 분석을 바탕으로 시장 환경 변화와 리스크에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며 “현대차는 코로나19와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 등 지난 위기 속에서도 체질 개선에 기반한 펀더멘털을 바탕으로 신속하고 유연한 시장 대응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든 전례가 있는데 올해 불확실성도 반전이 펼쳐질 수 있도록 철저하게 준비하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민범 동아닷컴 기자 mb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