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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재계에선 두 기업이 통합 협의를 시작한 지 2개월도 안 돼 사실상 무산 수순을 밟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사는 조만간 각각 이사회를 열어 통합 협의 중단에 대해 논의하고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경영권, 구조조정 등에서 갈등 격화
당초 혼다와 닛산은 2026년 8월 설립할 지주회사 산하에 각각 자회사로 들어가는 방식의 경영 통합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혼다가 애초 합의와 달리 닛산을 자회사로 하는 방안을 타진했고, 닛산은 강하게 반발하면서 논의가 중단됐다.
혼다는 닛산의 구조조정 계획 수립이 지연되고 있다며 통합 조건으로 닛산이 강도 높은 구조조정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닛산은 지난해 11월 세계적으로 9000명을 감축하고 일본에서도 수백 명을 감원할 방침을 내세웠지만, 혼다는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그나마 닛산 내부에서는 구조조정에 대한 반발이 거셌다. 미국 사업장 구조조정을 놓고는 자국 고용을 중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발할 수 있다며 인력 감축 대신 생산량 조정만 할 계획을 지난달 말 밝혔다.
여기에 지주회사 통합 비율을 놓고도 양사가 이견을 보이면서 통합 논의는 시작부터 줄곧 삐걱대 왔다. 두 회사는 지난달 말 구체적인 통합 절차를 발표하려 했지만, 논의가 지지부진해지면서 이달 중순으로 발표를 연기했다.
또 혼다는 실적 부진에 빠진 닛산을 재건하려면 경영권을 쥘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혼다는 닛산 측에 ‘지주회사 산하 1대1 통합’이 아닌 ‘닛산의 혼다 자회사화’를 제안했다. 하지만 대등한 관계 통합을 원하던 닛산에서는 반대 목소리가 컸다. 이 과정에서 닛산 관계자는 “양사 주주를 설득할 조건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더 이상 통합 논의를 진행하기 어렵다는 뜻을 내비쳤다.
●통합 무산 소식 전해진 뒤 닛산 주가 크게 하락
닛산과 혼다가 통합에 성공했다면 현대자동차그룹을 제치고 도요타, 폭스바겐에 이어 세계 3위로 올라서게 돼 세계 자동차 업계가 주목했다. 중국 전기차의 대대적인 세계 시장 공습에 일본 업체들이 합종연횡을 통해 몸집을 키우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하지만 통합 논의가 무산 수순에 들어가면서 향후 세계 자동차 업계의 판도 변화는 가늠하기 어렵게 됐다. 양사는 통합 발표 당시 “배터리나 모터 같은 장치 산업은 규모가 커질수록 원가를 낮출 수 있다. 규모의 경쟁을 위해선 협력이 필수”라고 밝혔지만, 협상이 중단되면서 두 회사 모두 경쟁력 강화가 쉽지 않게 됐다.
통합 무산 소식이 알려진 뒤 일본 주식시장에서 혼다 주가는 전날보다 8.19% 상승하며 마감했다. 반면 닛산은 4.87% 하락했고, 장 마감 10여분 전에 거래를 중지한다고 발표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