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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 자회사’는 못하겠다는 닛산…통합 논의 없던 일로

도쿄=이상훈 특파원
입력 2025-02-13 15:50:00업데이트 2025-02-13 16:07:37
AP 뉴시스AP 뉴시스
일본 2위 자동차 업체 혼다와 3위 닛산자동차가 13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양사 통합 논의를 중단하기로 공식 결정했다. 이에 따라 현대자동차그룹을 제치고 세계 3위에 올라선다는 목표로 추진되던 두 회사의 통합 논의는 없던 일이 됐다.

혼다와 닛산은 지난해 12월 전격적으로 통합 논의를 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세계 자동차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두 회사는 전기차와 소프트웨어 등의 기술이 자동차 산업에서 부각되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대응이 늦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로 인해 그간 텃밭이나 다름없던 중국, 동남아시아 등에서도 어려움을 겪었고, 전격적으로 통합에 나섰다. 두 회사가 합병하면 현대차그룹을 넘어 세계 3위로 올라선다는 점에서 국내 자동차 업계도 주목했다.

하지만 두 회사의 통합은 시작부터 삐걱댔다. 혼다 측은 지난해 12월 합병 개시 기자회견 당시 닛산 측에 “턴어라운드(실적 개선)가 절대 조건”이라며 사실상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요구했다. 닛산은 전 세계에서 9000명을 감축하고 생산 능력도 20%가량 줄일 방침을 밝혔으나 혼다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봤다.

혼다 측이 닛산을 자신들의 자회사로 만드는 안을 제시하면서 협상은 파국을 맞았다. 애초 양사는 지주회사를 설립하고 그 밑에 혼다와 닛산이 대등한 조건으로 지주사 자회사로 들어가는 형식의 1대1 통합을 추진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최근 판매량 급감으로 실적이 나빠진 닛산이 혼다와 대등한 관계의 통합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실제로 닛산은 혼다가 제안한 자회사 안을 거부했고, 통합 논의는 사실상 끝났다. 닛산으로서는 혼다보다 역사도 더 길고 ‘기술의 닛산’으로 불릴 정도로 기술력에 자부심이 있다 보니 혼다 밑으로 들어간다는 걸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일본에선 양사 통합 결렬로 향후 자국 자동차 산업 경쟁력이 저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 전기차 등에 밀려 이미 경쟁력이 뒤처지고 있는 상황에서 ‘규모의 경제’를 통한 개발력 향상, 비용 절감 등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