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양 현대자동차 대전지점 영업이사(57)는 지난해 차량 359대를 판매해 현대차 전국 승용 부문 최다 판매직원으로 선정됐다. 1991년 입사한 그가 지난해까지 판매한 차량은 총 6553대에 달한다. 6일 서울 강남구 현대차 강남대로 사옥에서 김 이사를 만나 4년 연속 ‘판매왕’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비결을 물었다.
멀끔한 정장 차림에 한쪽 귀에는 블루투스 이어폰을 착용한 모습이 흡사 요원을 닮았다. 김 이사는 “수시로 충전해도 하루에 두세번 넘게 좌우를 바꿔 낀다”며 “줄 이어폰을 쓸 때는 귀 안이 헐고 이명이 왔을 정도”라고 했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한 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열 번 넘게 핸드폰이 울렸다. 그중 두 건은 실제 계약 상담 문의였다.

본격적으로 영업일에 열을 올리기 시작한 것은 2000년도쯤이다. 5년을 주말도 없이 보냈다. 새벽 5시에는 집을 나서 아파트 단지부터 농산물 시장, 길거리를 돌며 개인 판촉에 집중했다. 오래된 차들에 명함을 꽂기도 했다. 구두를 새로 사면 3개월도 채 신지 못했다. 김 이사의 고객은 대량 구매를 원하는 업체 대신 발로 뛰어 만든 개인 고객이 대부분이다. 경기가 좋든 나쁘든 15년간 300대가 넘는 판매 대수를 꾸준히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다.
사후관리도 남다르다. 김 이사는 차를 판매한 후에도 고객과 주기적으로 연락을 주고받는다. 기념일이면 성향과 배경을 고려해 맞춤 문자도 보낸다. 고객들에 친근하게 다가선 덕분에 재구매 고객 비율은 60%까지 높아졌다. 주변 사람을 소개해 주는 고객도 늘었다. 김 이사는 “지인을 소개해 준다는 것은 본인의 만족도가 높았다는 것”이라며 “새 차를 사 간 고객한테 3개월 안에는 한 대를 소개받자는 것이 신조”라고 했다.
추진력 있는 성격도 판매 성과를 뒷받침했다. 모범 사원 포상으로 떠난 독일 여행에서도 일주일간 쪽잠을 잤다. “낮에는 관광하고 호텔에 돌아오면 태블릿 PC랑 휴대전화를 들고 화장실로 들어가 업무를 보는 탓에 같이 방을 쓴 직원도 두손두발을 들었다”고 했다.
그는 “다만 일 때문에 가족에게 신경을 많이 써주지 못한 부분은 지금도 미안하다”고 했다. 김 이사는 “주말에 외식을 나가도 항상 차를 두 대 끌고 나갔다”며 “식사 중에도 상담 전화를 받으면 고객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영업은 체력과 감정 소모가 심한 고된 업무다. 그러나 또 힘을 낼 수 있었던 것도 가족이 있었기 때문이다. “가족이 풍족하게 살 수 있는 배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아버지의 책무라고 생각했다”고 김 이사는 말했다.
김 이사는 지금도 파주부터 제주도까지 고객이 있는 곳이라면 전국 팔도를 누빈다. 김 이사는 “퇴직까지 4년밖에 남지 않아 요즘은 하루하루가 아쉽다”며 “내년 초까지 7000대, 퇴직 전까지 8000대 판매를 달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한종호 기자 hj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