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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정숙성의 극치, 르노삼성 올뉴 SM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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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7-28 08:24:52업데이트 2023-05-10 21:46:41
르노삼성자동차가 SM7 신형을 내놨다. 과거 SM5에서 단순히 외형만 바꾼 차종이 기존 SM7이었다면 신형 SM7은 태생이 준대형차다. 플랫폼은 SM5와 같지만 개발단계부터 별도의 프로그램을 진행, SM5와의 완전 차별화를 이뤄냈다.

신차개발담당 조병제 전무는 "이제야 SM7이 진정한 프리미엄의 반열에 올라섰다"며 "올뉴 SM7은 르노삼성이 보유한 모든 역량을 집대성한 차"라고 강조했다. 신차의 개발부터 출시까지 '프리미엄'의 성격을 유지하도록 최대한 신경썼다는 의미다.

현대자동차보다 판매망 등의 규모가 작아 경쟁모델인 그랜저의 판매실적을 넘어서지는 못하겠지만 충분히 위협은 될 것이라는 게 회사측 판단이다.

실제 새 차를 타보면 르노삼성만의 고유한 정숙성은 물론 승차감과 절묘한 조화를 이뤄낸 핸들링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 만큼 준대형 세단의 기본 특징을 담는 데 주력했다.

이번 시승은 남해안 130㎞의 짧은 코스지만 신형 SM7을 제대로 체감하기란 어렵지 않았다.

▲디자인
화려하지는 않지만 아름답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아우디를 닮은 범퍼 일체형 라디에이터 그릴이 무게감을 주고, 좌우 헤드 램프는 묵직하면서도 잔잔한 느낌을 준다. 특히 대형 그릴은 전체적으로 중앙이 돋보이도록 만든다. 반면 측면은 부드럽다. 앞은 길고 뒤는 짧은 전형적인 세단 형태인데, 지붕에서 쿠페처럼 흐르는 실루엣이 인상적이다.

뒷모양은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든다. 특히 LED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를 가까이서 보면 마치 물결처럼 조각돼 있다. 세세한 부분까지 디자인적 요소를 고려한 흔적이다. 좌우로 그리 크지 않은 리어 램프는 한눈에 봐도 프랑스 디자인 느낌이 든다. 마치 재규어 XJ 등의 유럽 고급차를 연상시킨다. 주력시장의 특성을 최대한 감안했다는 설명에 수긍이 간다.


인테리어는 고급스러움과 실용성이 조화를 이뤘다. 센터 페시아 테두리를 강조해 확실한 공간 구분을 한 건 고급스러운 반면 오디오 조절 스위치 등은 실용적인 성격이 강하다. 엔진회전계와 속도계 사이의 LCD 또한 필요한 정보만 표시할 뿐 기교는 별로 없다. 다만 준대형차 수요층의 연령 등을 고려해 그래픽의 선명도는 확실하게 높였다.

실내에는 퍼퓸 디퓨저가 있다. SM5에도 있는 장치다. 유럽 유명 브랜드가 향을 개발했고, 카트리지를 넣으면 실내에 향기를 채울 수 있다. 신차증후군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내릴 수 있다. 굳이 방향제를 별도 구입하지 않아도 된다.

▲성능
시승차는 V6 3.5ℓ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한 최고급 차종이다. 최고출력 258마력과 최대토크 33.7㎏·m를 발휘하며, 연료효율은 ℓ당 9.6㎞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미끄러지듯 차가 움직인다. 그 만큼 움직임에 관해선 최대한의 부드러움을 추구했다. 물론 속도를 올려도 편안함은 유지된다. 고속도로에서 일시적으로 시속 180㎞까지 달렸지만 부드럽게 속도가 오른다. 그러나 제동할 때는 매우 민감하다.

차가 일단 움직이면 모든 진동과 소음을 차단하는 것 같다. 전혀 없다고 할 수 없으나 진동·소음면에선 결코 양보할 수 없었다는 회사측 설명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변속레버를 '주행(D)'과 '중립(N)'으로 자주 옮겨봤다. 그럼에도 차체가 미동도 하지 않는다. 대부분 중립에서 주행으로 옮기면 차가 조금 덜컥대지만 올뉴 SM7에선 그런 반응이 거의 없다.


스티어링 휠 뒤에 패들 시프터가 있지만 굳이 사용하지는 않았다. 준대형차를 운전하면서 패들 시프터를 조작할 사람이 많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이번 시승회에 참여했던 다른 참가자들의 표현을 빌리면 새 차는 변속시점이 빠르다. 하지만 타이밍이 빠르고 느린 건 준대형 세단에서 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오디오를 켰다. 12개의 스피커는 보스 헤드유닛에서 소리를 받는다. 회사측이 제공한 CD를 켜니 음질이 선명하게 들린다. 요즘은 카오디오 또한 소비자들이 중요하게 판단하는 브랜드 가운데 하나라는 점에서 닛산과 인피니티 등에서도 사용하는 보스 제품을 올뉴 SM7에도 적용했다.

주행할 때의 풍절음은 상당히 적다. 고속에서도 대화에 지장을 받지 않을 정도다. 고속도로에 올라 속도를 높였음에도 타이어가 노면을 타면서 올라오는 주행소음이 약간 있을 뿐 풍절음은 최대한 억제돼 있다. 준대형차가 갖춰야 할 필수항목 가운데 하나가 정숙성임을 감안하면 분명 장점이 아닐 수 없다.

승차감과 핸들링은 절묘하다. 편안한 승차감이어서 기대를 접고 굴곡진 도로를 돌았지만 의외로 지지력이 강했다. 신뢰를 갖고 비교적 깊은 굴곡로를 시속 100㎞ 이상으로 달리니 약간의 흔들림만 있을 뿐 타이어가 비명을 지르지는 않았다. 준대형 세단으로는 상당히 좋은 능력이다. 르노삼성이 패들 시프터와 스포츠 모드를 신형 SM7에 굳이 넣은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급제동을 시도했다. 쏠림이 있지만 제동에 걸리는 시간이 짧다. 새 차는 급제동이 필요한 순간 브레이크 디스크와 패드의 간격이 동시에 좁혀진다. 제동 페달을 밟지 않으면 관계없지만 브레이크에 발을 올려 놓으면 좁혀진 만큼 제동시간을 줄이게 된다.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이런 조그만 배려가 위험이 닥치면 큰 보험이 될 수도 있다.


▲총평
올뉴 SM7은 준대형 세단이다. 게다가 르노삼성의 자존심을 내건 플래그십 모델이다. 이런 이유로 넣을 수 있는 편의 및 안전품목은 모두 담아냈다. 지능형 제논 헤드 램프, 좌우 및 뒷좌석까지 독립 조절이 가능한 지능형 온도 조절 시스템, 듀얼 스테이지 에어백, 타이어 공기압 감지장치, 크루즈 컨트롤 등이 그것이다. 또 휠베이스가 2,810㎜로 구형 대비 35㎜ 늘어나 그 만큼 실내공간이 넓어졌다. 내수시장에 주력해 왔던 르노삼성이 가능한 한 모든 감성을 담아낸 차종이다. 각종 스위치 하나의 위치와 조작 에포트 등에서 이런 노력이 느껴진다.

단점도 있다. 일부 기능에선 고급스러움보다는 지나치게 실용성을 강조해 전반적으로 중후함을 반감시키고 있다. 딱히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2%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물론 이 역시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모든 판단은 수많은 소비자가 하겠지만 사견임을 전제하면 새 차의 성공 가능성은 매우 높아 보인다.

남해=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