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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아우디 A8L 4.2, “구름 위를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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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8-02 08:39:05업데이트 2023-05-10 21:45:40
성능, 승차감, 디자인 두루 갖춘 최고급

흔히 플래그십 차종은 가장 고급스럽고 가장 뛰어난, 상징적인 차를 의미한다. 그동안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BMW 7시리즈를 떠올리는 플래그십 세단 경쟁에서 아우디 A8은 다소 한발 뒤로 밀렸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아우디는 A8에 새로운 감성을 듬뿍 담은 채 2010년 디트로이트모터쇼에서 첫 선을 보였다. 물론 반응은 뜨거웠다. 특히 앞바퀴부터 뒷바퀴 사이의 거리를 늘린 롱휠베이스 버전인 'A8L'은 럭셔리 대형 세단 경쟁에 있어 충분한 자신감을 갖도록 만들기도 했다.

아우디 내에서 최상급 차종인 A8이 지닌 의미는 매우 크다. 아우디코리아는 A8을 지난해 말 국내 시장에 들여왔고, 지난 5월엔 롱휠베이스 버전인 'A8L'을 추가하며 본격적인 플래그십세단 경쟁에 뛰어들었다. A8L은 6.3 W12, 4.2 FSI 콰트로, 3.0 TFSI 콰트로 엔진이 각각 탑재되며, 이 가운데 주력인 4.2 FSI 콰트로에 추가 편의품목이 탑재된 차를 시승했다.

▲스타일
아우디가 기술을 앞세우는 데에는 디자인에 있어 충분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어서가 아닐까 싶다. A8L의 디자인은 볼수록 빠져들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단순함과 섬세함을 두루 갖춰 튀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개성 있는 모양새를 갖췄다. 전반적으로 넓은 면은 최대한 부드럽고 단순하게 표현하면서 선은 날카롭게 처리했다. 또한 전면 그릴과 휠, 리어 램프 등을 화려하게 표현해 지루함을 느낄 틈이 없다. A8과 비교해 크롬 장식의 사용이 늘었지만 전반적인 무게감을 더해줄 뿐 거부감은 들지 않는다.


앞모습은 차의 얼굴이다. 첫 인상을 좌우하는 만큼 최대한 신경썼다. 크롬 장식된 대형 그릴은 당당함과 고성능 이미지를 보여준다. 그릴 양 쪽으로는 풀(Full) LED 헤드라이트가 자리잡고 있는데, 보는 이로 하여금 시각적으로 안정감을 주면서 차의 개성을 뽐내는 요소로 작용한다. 날개 형상의 LED주간 주행등과 LED광원의 전조등을 통해 미적 요소와 기능적인 면 모두를 살려내 독특한 인상을 심기에 충분하다. 옆모습은 공기저항을 줄이면서도 우아함을 드러내기 위해 C필러 각도를 완만하게 처리, 쿠페 형상을 띠고 있다. 때문에 트렁크 라인이 높고, 끝부분은 리어 스포일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날카롭게 깎여 있다. 게다가 차의 성격을 표현하는 C필러의 두께를 얇게 처리한 점과 앞 범퍼 하단에서 시작돼 옆 문을 따라 부드럽게 위를 향하는 선도 대형차임에도 역동성을 불어 넣는 요소다. 뒷모습은 약간 복잡하면서도 안정감은 잃지 않는다. 입체적 형상을 지닌 테일램프는 72개의 LED가 책임지고 있다.

인테리어에서도 LED는 큰 역할을 한다. 곳곳에 설치된 LED 램프는 은은히 감성을 자극한다. 고급스럽다. LED실내등은 아이보리, 폴라, 루비 등 3가지 색으로 변하며 MMI에서 설정하면 된다. 물론 실내 디자인이나 소재가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조명이 아무리 좋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다. 시승차는 초콜릿색 가죽시트와 마감, 아이보리색 알칸타라 소재의 헤드라이너가 어우러진다. 간혹 은색의 알루미늄 장식들이 긴장감을 유지시키며 최첨단 이미지를 풍긴다.


도어를 열고 운전석에 앉아 문을 닫았는데, 실수로 문이 완전히 잠기지 않았다. 하지만 소프트 클로징 기능 덕분에 문을 다시 여닫을 필요는 없다. 내장된 모터가 문을 완전히 잠근다. 플래그십 고급 대형세단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기능이다. 덕분에 도어 파손 우려도 크게 감소한다.

실내를 살펴보니 고급 요트에 탄 듯한 느낌을 받는다. 우아한 곡선이 앞좌석을 휘감는다. 재규어 XJ도 비슷한 컨셉트의 인테리어를 표방했는데, A8이 보다 차분한 느낌이다. 이와 함께 부드럽게 솟은 계기판과 깔끔한 센터페시어도 인상적이다. 아우디에 따르면 깔끔하게 정돈된 전면은 잔잔한 파도의 형상을 표현하고 있다. 또한 전자식 기어 변속 레버는 요트의 추력레버(Thrust lever)와 같은 모양을 띄고 있다. 그립감은 좋다. 손을 올려놓은 채 공조장치 등을 사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자동차의 변속 방식에 익숙한 운전자라면 조작이 약간 어색할 수도 있다. 그리고 군데군데 사용된 짙은 갈색의 우드그레인은 무광이며, 실제 나무의 질감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어 편안함이 배가된다.

센터 콘솔은 버튼이 모여 있어 복잡해 보이지만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된 탓에 조작에 전혀 무리가 없다. 특히 터치패드는 내비게이션 조작 시에 유용하다. 패드에 직접 원하는 목적지를 손톱으로 적으면 된다. 생각보다 인식도 잘 된다. 아우디의 여러 멀티미디어 기능을 통합한 MMI시스템은 금세 적응해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차의 핵심은 뒷좌석이다. 롱휠베이스 버전은 뒷좌석 거주성에 주안점을 둔 소퍼드리븐 카다. 비행기 일등석의 편안함을 그대로 옮겨온 컴포트 시트는 22단계로 조절이 가능하며 히팅, 쿨링, 안마 기능도 마련됐다. 특히 릴렉세이션 시트 기능은 앞좌석이 앞으로 젖혀지며 뒷좌석 각도도 편안하게 맞춰진다. 앞좌석 뒤에 마련된 풋레스트에 다리를 올려 놓을 수 있다.

아울러 A8L에는 보스(BOSE)사운드 시스템이 탑재되지만 시승차에는 뱅앤올룹슨(B&O) 오디오 시스템, 뒷좌석 폴딩 테이블, 소형 냉장고 등의 품목이 추가돼 있다. 230V와 12V 전원 소켓이 있어 이동 중에도 노트북이나 여러 전자기기를 사용할 수 있다. 여기에 운전석과 조수석 뒤에 10.2인치 평면 모니터가 설치돼 뒷좌석에서 각자 다른 내용의 화면을 볼 수도 있다.

▲주행 & 승차감
A8L은 4.2ℓ 가솔린 직분사 FSI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371마력, 최대토크 45.4kg.m의 성능을 낸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도달까지 5.8초가 소요돼 웬만한 스포츠카에 버금간다. 그렇지만 효율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 아우디 모듈 이피션시 시스템의 지능형 부품이 내장돼 감속시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 배터리에 저장하는 에너지 회수 시스템을 갖췄다. 또한 파워트레인 열 관리 시스템도 적용돼 빠른 시간 내에 엔진오일 등의 온도를 최적으로 맞춰준다. 여기에 8단 팁트로닉 자동변속기를 탑재해 시속 90km로 정속 주행하면 가솔린 1ℓ당 13.5km의 연료효율을 보인다. 연비주행과 스포츠 주행을 합한 숫자는 ℓ당 7km 미만. 배기량과 차의 덩치를 생각하면 꽤 훌륭한 효율이다.

아우디 A8L은 젊은 층이 달리기 위해 사는 차가 아니다. 열심히 달려온 그동안의 삶을 즐길 정도의 연령이 제격이다. 그래서 실제 구매가 가능한 50대 남녀와 함께 시승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동승자들은 다른 고급차와 차별화 되는 분명한 매력이 있다는 답을 쏟아냈다. 구름 위를 둥둥 떠다니는 듯한 편안함과 적당한 외부 소음, 세련된 인테리어를 가장 큰 특징으로 꼽았다. 게다가 주행 중에도 충분히 선명한 음질의 뱅앤올룹슨 오디오 시스템과 안마 시트 등을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외부로 드러난 모니터, 폴딩 테이블 등은 보기엔 좋으나 부주의로 파손 혹은 탑승객의 부상을 우려했다.


이번엔 역동성 체험을 위해 고속도로에 올랐다. 제한 최고 시속인 211km보다 조금 더 나온 213km를 기록했다. 이 때의 엔진 회전수는 5,000rpm 근처인데 분명 한참 더 달릴 수 있는 여유가 느껴진다. 안정감을 우선시 한 차의 성격을 고려한 탓이 아닐까 싶다. 다이내믹 주행 모드로 변경하자 스티어링 휠이 묵직해지고 하체가 약간 단단해진다. 또한 기어비도 달라져 RPM을 최대한 활용한다. 허리가 긴 차종이어서 앞뒤가 따로 놀아 운전이 힘들지 않을까 했던 우려는 금세 잊혀졌다. 급한 차선 변경에도 뒤가 바로 잘 따라붙어 운전의 재미를 충분히 즐길 수 있다. 또한 다양한 코너에서도 수준급의 실력을 발휘하며 급히 멈춰 서는 것도 거뜬했다. 마치 스포츠카를 타는 듯한 역동성을 느낄 수 있다. 뛰어난 운동성능은 가볍고 튼튼한 차체에서 비롯된다. 아우디는 ASF(Audi Space Frame)라는 기술을 활용, 알루미늄 차체를 통해 다이내믹을 실현할 수 있었다고 강조한다. 신형 A8L의 차체는 뒤틀림 강성이 25% 향상돼 정밀한 핸들링을 돕는다. 하지만 기본적인 차의 느낌은 변하지 않는다. 아무리 역동성을 지녔다 해도 편안함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독일 차가 그렇듯 정숙성은 뛰어나지만 엔진 배기음과 노면에서 올라오는 소리 등은 일부러 어느 정도 들리게 해놨다. 그렇지만 피곤하거나 시끄럽지 않다. 차와 도로의 상태를 느낄 수 있을 정도일 뿐 소음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장거리 운전에도 피곤하지 않아 좋다. 자동으로 앞차와의 간격과 속도를 유지해주는 ACC 기능은 물론 밤길 운전을 도와준 나이트비전어시스트 기능도 한 몫 했다. 적외선으로 300m 전방을 모니터링 해 계기판 사이 화면으로 영상을 비춰준다.

▲총평
A8L은 아우디의 기업 슬로건이 가장 잘 어울리는 차종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기업이 지닌 철학을 제품에 담아 소비자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은 결코 쉽지 않다. 기술을 통한 진보라는 말은 스스로의 자부를 넘어 실제 사용자에게 효용을 줄 수 있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아우디는 A8L을 체험한 모든 이에게 벅찬 감동의 종합 선물 세트를 선사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 때문인지 차에서 내려야 하는 몸이 무겁다. 아우디 A8L 4.2 FSI 콰트로의 국내 판매 가격은 1억6,900만원이며 시승차는 여기에 B&O 오디오 시스템, 폴딩 테이블, 냉장고 등 여러 편의 품목을 추가한 탓에 2억원을 조금 웃돈다.

박찬규 기자 star@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