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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역동적 컨버터블, 신형 BMW 650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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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8-13 10:23:13업데이트 2023-05-10 21:43:04
단단한 스타일과 젊은 감각의 주행성능은 BMW를 대표하는 이미지다. 이런 성향은 650i에도 충분히 반영돼 있지만 과거에 비해서는 다소 부드러워졌다는 게 중론이다. BMW 컨버터블 특유의 단단함을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분명 선호도가 떨어지겠지만 실제 소비자 사이에선 호불호가 갈리는 듯하다. 그러나 1억5,810만원의 가격은 '럭셔리 컨버터블'임을 나태는 방증이다.

▲디자인
650i는 길이 4,894mm, 너비 1,894mm, 높이 1,365mm, 휠베이스 2,855mm로 이전보다 커졌다. 길이 4,899mm 너비 1,860mm 높이 1,464mm 휠베이스 2,968mm의 5시리즈 세단과 비교해도 컨버터블임을 감안할 때 결코 작지 않은 수준이다. 오히려 차고가 낮아 길어 보인다. 2+2 시트여서 넉넉한 실내 공간을 위해 크기가 커졌다. 그러나 실제로는 휠베이스가 5시리즈 세단보다 100mm 가량 짧다. 때문에 뒷자리를 눕힐 수 있다는 BMW 설명에도 불구하고 사실상의 거주성은 넓다고 보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그릴 가까운 쪽이 날카롭게 그려졌던 전작의 헤드램프와 달리 신형 650i는 눈매가 보다 부드러워졌다. 전반적인 성격의 변화가 시각적인 부드러움을 이끌어 냈다. 코로나 링으로 불리는 BMW 특유의 헤드램프는 여전하지만 눈썹 부분의 점발광 LED는 면발광 LED로 교체됐다. 헤드램프 아래에는 직선의 LED 주간주행등이 들어갔다. 라디에이터 그릴도 새로 디자인됐다.


측면을 가로지르던 캐릭터 라인은 이전보다 길어져 리어 램프까지 이어진다. 중후한 매력을 풍긴다. 리어 램프를 감싸며 내려오던 트렁크 도어의 접선은 바짝 올라붙어 보다 역동적인 모습이다. 후면부는 최근 BMW 패밀리룩을 적극 반영해 'L'자형 리어램프가 들어갔다. 듀얼 머플러로 차의 성능을 대변한 점도 특징이다.

컨버터블의 가장 큰 특징은 역시 지붕이다. 650i에는 소프트탑 루프가 장착됐다. 안전상의 이유로 하드탑도 있었지만 역시 컨버터블의 진정한 멋은 소프트탑에서 나온다는 생각이다. 따라서 최근 컨버터블의 추세도 소프트탑으로 이동 중에 있다.

그러나 시승 기간 동안 야외에서 열어볼 기회는 없었다. 계속 비가 내렸기 때문이다. 대신 주차장에서 잠깐 열어봤는데 원터치식 버튼 조작만으로 트렁크 안으로 수납됐다. 걸리는 시간은 19초. 닫히는 시간은 24초다. 루프는 40km/h의 주행속도에서도 개폐가 가능하다. 루프가 차체에 완전히 고정돼 있지 않음에도 닫혀진 루프는 외부 소음 등을 효과적으로 차단했다.

실내 디자인은 BMW 어느 차종과 비교해도 훌륭하다는 생각이다. 5시리즈는 물론이고 비슷한 가격대의 BMW SUV와 놓고 봐도 확실한 우위에 있다. 7시리즈에 버금가는 수준이라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밖으로 드러날 일이 많은 컨버터블의 특성상 인테리어의 고급성에 신경을 썼다는 얘기다.


계기판은 스포츠카를 연상시키는 원형으로 만들어졌다. 깔끔하면서도 안정된 느낌이다. 속도계와 엔진회전계 사이에는 차의 각종 정보를 전달하는 트립컴퓨터 모니터가 들어갔다. 함께 들어간 오렌지색 투시선은 BMW의 미래지향적 성격을 잘 대변하고 있다. BMW의 자랑 헤드업 디스플레이도 적용됐다.

앞좌석은 암레스트부터 도어 트림, 센터 콘솔에 이르기까지 우아한 곡선 형태를 띄고 있다. 마치 요람에 누워있는 듯 편안한 인상이 강점이다. 시트의 감성은 약간 딱딱한 편이다. 주행 습관에 따라 진동폭을 조절할 수 있다.

멀티미디어 디스플레이로 독립형 7인치 모니터가 최초로 기본 채용됐다. 이는 다시 업그레이드를 통해 10.2인치까지 확장된다. i드라이브 멀티미디어 컨트롤 시스템도 들어갔다. 이제는 완숙 단계에 접어든 BMW K내비게이션 시스템은 경로를 삭제하는 메뉴를 찾기 어려운 점만 빼면 매우 훌륭하다.

▲성능
650i에는 가솔린 직분사 및 트윈파워 터보를 장착한 신형 8기통 V형 엔진이 적용됐다. 최대 408마력을 내며, 61.2kg·m의 최대 토크를 발생한다. 엔진배기량이 기존보다 400cc정도 낮아졌지만 오히려 출력과 토크는 늘어났다. 변속기는 스텝트로닉 8단 스포츠 자동이다. 최고 속도는 250km/h, 100km/h 가속 시간은 5초다.

가속 페달에 힘을 줘 차를 출발시켰다. 배기량 4,395cc의 엔진이 묵직한 소리를 냈다. 페달을 꾹 밟는 순간 배기음은 경쾌한 음색으로 바뀌었다. 특유의 응답성으로 차는 이미 옆차들을 뒤로 밀어냈다. 순발력이 좋다는 이야기다. 8단 변속기 또한 지체 없이 원하는 속도에 도달한다. 종전 6단 변속기도 동력 전달이 빠르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8단으로 넘어오면서 타이밍은 물론 부드러움까지 추가된 것 같다. 기어가 촘촘한 만큼 변속 충격도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고속도로에 올랐지만 계속되는 비에 노면이 젖어 높은 속도를 낼 수 없었다. 그러나 가속을 해보겠다는 심산으로 170km/h까지 올렸다. 시속 100km까지는 순식간에 올라섰다. 이후의 가속에서도 엔진은 넉넉하다. 1,940kg의 중량은 전혀 부담되지 않을 정도다. 날씨가 더 좋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650i의 주행모드는 4가지를 지원한다. 기본적으로는 노멀, 스포츠, 스포츠+의 3가지 외에 어댑티브 드라이브라는 선택항목을 장착하면 컴포트 모드까지 선택이 가능하다. 센터 콘솔의 버튼을 사용하면 주행 모드를 변경할 수 있고, 각각의 특성에 따라 서스펜션의 댐핑 답력이 변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주행성능에 주안점을 두었기에 스포츠 모드 이상에서는 매우 역동적인 운전이 가능했다. 단순히 댐핑이 조절되는 것 외에 가속 페달 진행, 엔진 반응, DSC 반응 한계치, 변속기의 변환 역동성이 함께 달라진다.


곡선주로에 진입한 뒤 빠져나오는 데도 불안감이 들지 않는다. 하체의 안정성은 뛰어나다. 도로를 움켜쥔 듯 단단한 BMW 특유의 느낌 그대로다. 롤링도 적은 편이다. 기본적으로 차체가 낮고 넓어 흔들림도 적다. 직선 주로와 별 차이가 없다.

폭발적인 가속력 덕분에 앞 차와의 거리가 순식간에 좁혀졌지만 우수한 제동력이 있어 문제는 없었다. 빗길임에도 제동 거리가 비교적 짧다. 기본적으로 잘 달리고, 잘 돌고, 잘 서는 자동차의 본질에 '매우'라는 수식어를 붙여도 좋을 정도다. 650i는 잘 달리고, 잘 돌고, 잘 서는 차다.

▲총평
1억5,810만원의 가격은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연비도 8.1km/ℓ로 높아졌지만 컨버터블이어서 가속페달에 힘을 주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보다 개선할 여지는 있다. 그럼에도 실질적인 판매량은 이전보다 늘었다. 물론 설령 줄었다 해도 일비일희할 차종은 아니다. 650i는 BMW의 이미지를 높이는 최고급 컨버터블의 존재감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런 차를 단순히 숫자로 판단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달리는 즐거움과 멋을 알고, 차에 쏟아지는 사람들의 시선을 즐길 수 있는 사람에게 650i는 좋은 선택임에 분명하다.

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