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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새로운 가능성, 그랜드체로키 3.0ℓ 디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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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8-16 08:21:22업데이트 2023-05-10 21:42:44
폭스바겐 투아렉 디젤, 경쟁으로 지목

크라이슬러가 그랜드 체로키에 디젤 엔진을 추가했다. 정통 오프로더임에도 효율을 따져야 하는 최근 추세가 적극 반영된 탓이다. 동시에 그랜드 체로키의 고급성도 적극 알리겠다는 각오다. 이전부터 '프리미엄'을 강조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미국 특유의 투박한 느낌이 고급스러움을 방해해 왔다는 점을 반영한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피아트와의 인수 합병은 짚 브랜드에 있어 하나의 기회라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아메리칸 정통 오프로더에 유러피언의 예술적 감성까지 더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랜드 체로키 디젤을 시승했다.

짚을 상징하는 7선 그릴은 여전하다. 절대 바꿀 수 없는 정체성이다. 원형 헤드램프도 그랜드 체로키의 상징이다. 그릴과 헤드램프가 그려내는 강력한 전면부 인상은 비록 유럽의 감성이 더해졌어도 그랜드 체로키가 아직 자신의 본성을 잃지 않았음을 나타내는 중요한 요소다.


옆모습은 숨이 막힐 정도로 웅장하다. 오프로더의 강인함이 드러난다. 블랙 컬러의 B필러는 도시의 세련됨을 풍긴다. 후면은 중앙 크롬바와 더블 머플러만 제외하면 크게 특별한 부분을 발견할 수 없다. 트렁크 도어는 전체가 올려지기도 하고 유리문만 따로 여닫을 수 있다. 인테리어는 가솔린과 큰 차이가 없다. 다만 보다 고급스러움을 강조하기 위해 국내 판매 버전에는 블랙 우드 패널이 사용된 점이 특이하다.

짚이 그랜드 체로키 디젤의 경쟁상대로 지목한 차는 폭스바겐 투아렉이다. 회사측은 엔진 성능만 놓고 비교해보면 전혀 밀릴 것이 없다는 설명이다. 피아트에서 개발한 신형 V6 3.0ℓ DOHC 디젤 엔진은 최고 241마력, 최대 56kg.m의 토크를 발휘한다. 특히 넓은 엔진 영역(1,800~2,800rpm)에서 고른 토크가 분출되도록 설계됐다. 따라서 저속에서의 순발력이 굉장히 강하다는 인상이 든다. 가솔린 3.6ℓ에 비해선 40마력 뒤지지만 최대토크가 20kg.m 가량 높아 민첩한 느낌은 살아 있다.


정지 상태에서 차를 움직였다. 크고 무거워 약간의 지체 현상은 나타났지만 이내 신속히 앞으로 튀어나갔다. 가솔린차는 육중한 느낌이 컸는데 디젤은 재빠르다는 인상이다. 변속기는 5단 자동이 사용됐다. 변속 타이밍 등은 나쁘지 않았다. 빠르지 않지만 그렇다고 느리지도 않다. 사실 5단 변속기든 8단 변속기든 개인의 성향 문제일 뿐 어떤 변속기가 우위에 있다고 규정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러나 최근 프리미엄 SUV들이 앞다퉈 고단 변속기를 선호하는 추세에 비추면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소비자들이 고단 변속기를 보다 좋은 것으로 생각하고 있어서다.


구동방식은 기본적으로 상시 4WD다. 콰드라드라이브II라는 이름이 붙었다.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면 트립컴퓨터 상에 가장 먼저 콰드라드라이브II의 로고가 표시된다. 기어 레버 아래에는 총 5개의 주행모드를 선택할 수 있는 다이얼이 장착됐다. 사막, 눈길 등 도로 환경에 맞게 운전자가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 다양한 구동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는 뜻에서 셀렉-트레인이라고 불린다. 여름철인데다 오프로드가 거의 없는 국내 도로 사정상 여러 주행 모드를 꼼꼼하게 타보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전반적인 가속 능력은 나쁘지 않다. 큰 차체를 고려하면 오히려 적절하다는 생각이다. 다만 속도를 높일 때 폭발적이지는 않다. 물론 순발력이 다소 늦다고 문제될 것은 없다. 그랜드 체로키가 포르쉐 카이엔과 같은 고성능 SUV가 아니기 때문이다. 달리 보면 특성에 맞는 적절한 움직임이라고 할 수 있다.


승차감은 다소 물렁하다. 오프로드에서 안정된 승차감을 보이기 위한 것이지만 오히려 온로드에선 탑승자에게 부담으로 다가오는 면이 있다. SUV는 가뜩이나 차체가 높아 좌우 롤링이 심한 편인데, 그랜드 체로키의 경우 상하 움직임도 크게 느껴진다. 국내 오프로드 체험 기회가 별로 없다는 점에서 지나친 부드러움은 오히려 약점이 될 수 있다. 제동력은 나쁘지 않다. 답력이 약간 약한 것만 빼고는 만족 할만하다. 스티어링 휠은 묵직하다. 제어력도 좋은 편이다.

디젤 엔진을 얹은 미국산 SUV라는 개념은 차를 타는 내내 생소하게 다가왔다. 물론 이전 그랜드 체로키에서도 디젤 엔진이 있었지만 구색용이라는 성격이 강했던 탓이다. 그러나 새로운 그랜드 체로키 디젤은 부족하지 않은 출력, 뛰어난 토크 뿐 아니라 세련된 외관과 충실한 내부 편의 장치 등이 큰 강점으로 꼽힌다. 여기에 ℓ당 11.9km를 가는 효율도 매력적이다. 말하자면 미국 디젤 SUV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차다. 가격은 6,590만원이다.

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