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 벨로스터는 독특한 디자인과 컨셉트를 앞세워 젊은 층을 적극 공략하는 차종이다. 컨셉트카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모양새를 갖춰 멀리서도 한 눈에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단지 이 뿐이었다. 아반떼와 같은 파워트레인을 사용하면서 상징성은 반감됐다. 많은 이들이 성능 향상에 대한 요구를 쏟아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게다가 선루프 소음 등 초기 품질에 문제가 발견되는 등 소비자들의 실망도 컸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출시된 '벨로스터 DCT'를 탔다. 그런데 많이 달라졌다. 듀얼클러치변속기를 탑재한 데 그치지 않고 전반적인 상품성 향상에 집중한 점이 인상적이다. 초기 품질 문제도 상당 부분 개선이 완료됐다. 구형과 비교해 달라진 점을 찾는데 주안점을 두고 시승했다.

▲스타일
지난 2007 서울모터쇼에 처음 공개된 컨셉트카 HND-3가 프로젝트명 FS로 개발돼 벨로스터라는 이름으로 출시됐다. 기획, 스케치, 렌더링, 3D 모델링은 물론 실차 제작까지 현대차 남양연구소의 기술로 개발한 차다. 개발 컨셉트는 '작지만 당당한' 소형 쿠페. 퓨전과 스타일에 익숙한 신세대에게 어필할 수 있도록 개성있는 디자인을 담았다.
이번에 출시된 벨로스터 DCT의 디자인은 변함이 없다. 헥사고날 그릴 등 현대차 패밀리룩이 가미됐고, 전반적으로 과감한 터치를 엿볼 수 있다. 범퍼 하단부에는 라디에이터 그릴이 위치했다. 테두리만 얇게 크롬 처리됐다. 얌전하다. 번호판 상단은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모양만 있을 뿐 폐쇄형이다. 하지만 'H' 로고 부분은 개방돼 있다. 엔진 연소에 필요한 공기를 보다 쉽게 흡입할 수 있는 구조다.
옆모습은 날렵한 쿠페와 해치백의 중간 형태다. 바퀴와 범퍼의 거리(오버행)는 짧은 편이고, 바퀴 사이의 거리(휠베이스)는 멀어 보인다. 앞유리와 A필러는 완만한 각도로 길게 뻗어 있다. 살짝 각진 루프는 뒤로 갈수록 아래로 흐른다. 앞은 높고 뒤는 낮다. 또한 뒷유리도 점점 작아진다. 차의 역동성을 더하기 위한 디자인 요소다. 바퀴 위의 펜더 부분도 굴곡이 심하다. 우락부락한 근육질 형상이다.

뒷모습은 화려하다. 굴곡도 심하고 깊게 패인 곳도 많다. 머플러도 범퍼 하단 가운데 자리했다. 바로 위에 번호판이 장착된다. 뒤 창문은 지붕 역할을 하는 부분과 후방 시야 확보를 위한 부분의 두 개로 나뉜다. 루프의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유리로 돼 있다. 디자인 측면은 유리하지만 운동 성능 면에선 무게 때문에 다소 불리할 수도 있어 보인다.
▲주행&승차감
벨로스터 DCT는 전반적인 상품성이 개선됐다. 단순히 변속기만 바뀐 게 아니다. 초기에 출고된 차는 시속 140km 이상으로 달리면 파노라마 선루프에서 엄청난 바람소리가 밀려 들어왔다. 이번에 시승한 차는 달랐다. 최고속에 거의 근접한 시속 190km쯤 돼야 바람소리가 들린다. 때문에 고속 주행시 불안감이 상당 부분 해소됐고, 이제야 제대로 차를 타는 느낌이다.
시승시 기록한 최고시속은 194km. 가속 페달을 꾹 밟으면 시속 180km까지 꾸준히 올라간다. 그 이후는 더디게 올라가며 약간의 탄력 없이는 시간이 길어진다. 고속에서 스티어링 휠의 무게감은 좋다. 멈춰 서는 것도 꽤 만족스럽다. 최고속도에서 시속 100km로 감속이 잘 된다.
기존과 달리 스포츠모드를 사용할 수 있으며, 패들시프터를 이용해 수동 변속이 가능하다. 나름의 재미 요소를 가미한 셈이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엔진회전수가 충분히 활용된다. 최대토크 발휘구간인 4000rpm 근처를 유지했다. 답답한 주행 성능이 단점으로 지적된 부분을 개선한 것. 물론 터보나 슈퍼차저를 탑재한 게 아니어서 엔진 배기량의 한계는 인정해야 한다.

액티브 에코 기능을 켜면 효율을 높이기 위해 스스로 엔진 출력, 에어컨 사용 등을 제어한다. RPM도 부드럽게 올라가고 편안하게 운전할 때 좋다. 물론 스포츠 드라이빙을 즐길 수도 있지만 연료효율을 고려할 필요도 있다. 공인 연료효율은 16.6km/ℓ지만 고속에서 스포츠 드라이빙을 즐기면 10km 정도다. 그냥 부드럽게 운전했을 때는 15~16km쯤 달릴 수 있다. 고속도로에서 시속 80km로 정속 주행하자 ℓ당 19.5km의 연료효율을 보인다. 기존 6단 자동변속기의 경우 15.3km다. DCT의 진가가 드러난 대목이다.
DCT는 자동화 된 수동변속기다. 다만 홀수와 짝수를 담당하는 각각의 클러치가 있어 변속 손실이 적다. 또한 벨로스터에 적용된 DCT는 건식 더블클러치다. 효율을 높이는 데 유리한 방식이다. 수동변속기를 기반으로 하기에 아무리 변속 충격이 적다 한들 일반적인 자동변속기와는 느낌이 다르다. 이질감을 줄이기 위해 노력한 점도 한 몫 했다고 볼 수 있다. 보통 DCT는 언덕에서 출발할 경우 수동변속기처럼 차가 뒤로 밀린다. 이 경우 시동이 꺼지거나 다른 차와의 안전상 문제도 생길 수 있다. 보통은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도 뒤로 밀리지 않도록 브레이크 압력을 유지, 차를 잡아주는 방식을 사용한다. 현대는 HAC(힐 어시스트 컨트롤)라는 이름의 경사로 밀림 방지 시스템을 적용해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면 RPM이 올라가며 차가 앞으로 나아가도록 설계했다. 숙련된 운전자가 수동변속기 차를 모는 느낌으로 보면 된다.

▲총평
인테리어 소재 등은 개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동승자 중 일부는 크게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도 있지만 몇 군데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동승자도 동의한 대목이다. 실내에 적용된 실버 플라스틱 대신 카본 느낌을 주는 소재를 사용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 본다. 뒷좌석에 조명이 없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지적됐다.
하지만 벨로스터 DCT는 확실히 진일보했다. 차를 타는 내내 운전이 즐겁고 주위 사람의 시선도 쉽게 끌어당긴다. 그런 점에서 DCT 적용으로 차의 컨셉트에 조금 더 다가선 점은 분명 발전이다. 문제로 지적된 부분을 보완한 점도 호평의 대상이다. 패들시프터도 매우 견고한 구조로 돼 있어 주행 중 파손 우려도 없다. 벨로스터 일반형의 가격은 최고 2,095만원이지만 DCT팩은 2,200만원이다.
박찬규 기자 star@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