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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범블비의 명성, 쉐보레 카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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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8-26 08:21:30업데이트 2023-05-10 21:39:52
아메리칸 머슬카의 전형이 매력

1967년 첫 출시된 카마로의 탄생 배경은 당시 미국에서 탄탄한 입지를 가지고 있었던 포드 머스탱 견제였다. 덕분에 머스탱과 카마로는 아메리칸 머슬카를 상징하는 차종으로 미국인들의 큰 사랑을 받아 왔다. 그러나 단 시간 카마로가 유명세를 타며 없어서 못 파는 상황이 벌어졌다. SF영화 '트랜스포머(2007년)'의 범블비 때문이다. 심지어 국내에서도 머스탱은 몰라도 카마로는 대부분 인지하고 있다. 어린 아이들까지 카마로를 알 정도다.

지난해 카마로는 북미 스포츠카 판매에서 1위를 기록했다. 역시 영화 트랜스포머의 역할이 컸다. 캐나다 공장은 쉴 새 없이 가동되지만 전 세계적으로 공급이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판매가 시작됐지만 공급이 부족하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기다리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쉐보레의 이미지를 견인하는 차종이자 아메리칸 머슬카의 아이콘 카마로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승했다.

▲디자인
너무도 익숙한 영화 속 모습 그대로다. 시승차가 검은색이라는 점이 아쉽지만 그래도 언제든지 변신, 악의 세력 디셉티콘과 싸울 것만 같은 모습이다. 전체적 분위기는 날렵하다기보다 우직하다라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미국 스포츠카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근육질의 외관을 가지고 있다. 보닛 라인은 최대한 높게 설계됐고, 20인치 휠이 위압감을 준다. 여러모로 '나는 강하다'는 말을 주위에 알리는 듯 하다.


'V형' 라디에이터 그릴은 존재 그 차제로 강력함을 내보인다. 중앙의 쉐보레 엠블럼도 다른 차에 붙어 있는 느낌과 상당히 다르다. 그릴 양 끝으로 올려 붙어 있는 오토 헤드램프는 자동으로 발광량을 조절한다. 백열 전구지만 최근 유행하는 LED였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측면으로 돌아보면 머슬카가 주는 매력이 확실하게 다가온다. 과감하게 부풀어 오른 리어 펜더의 볼륨감이 상당하다. 후륜 구동의 느낌도 잘 살아난다. 19인치 알로이 휠이 장착됐고, 리어 램프에는 LED가 사용됐다. 여기에 대구경 듀얼 유광 배기 파이프가 적용돼 역동성이 물씬 풍긴다. 또한 리어 범퍼 하단부에 디퓨저가 적용돼 있어 에어로 다이내믹에 기여할 뿐 아니라 고성능임이 부각돼 있다.

실내는 다분히 미래지향적이다. 두 개의 사각 틀에 각각 속도계와 엔진 회전계가 들어갔다. SF 영화에서나 나올 것 같은 디자인이다. 가운데 위치한 아이스 블루 조명의 트립컴퓨터 창도 역시 미래지향적이다. 오일 압력계, 오일 온도계, 냉각수 온도계, 배터리 전압계는 센터페시어 하단에 2단 배열됐다. 각종 계기장치가 모두 사각형이어서 전반적인 인테리어 디자인 컨셉이 '사각'임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초기 카마로의 전통을 계승했다는 3스포크 스티어링 휠은 검은색 가죽과 메탈 느낌의 소재, 하얀색 스티치가 함께 적용됐다. 고급스러움을 살리기 위한 디자인이다. 하지만 조금 혼란스럽기도 하다. 센터페시어도 초기 카마로의 인테리어 분위기 살렸다. 아날로그 감성을 위해 로터리 방식 공조 다이얼은 꽤나 멋스럽다.

시트의 감촉은 스포츠카답게 딱딱한 편이다. 시트 곳곳에도 스티어링 휠과 마찬가지로 하얀색 스티치가 들어갔다. 뒷좌석이 존재하지만 2도어인 점을 생각하면 어린이용이라 해야 맞다. 어른은 버겁다. 사람을 태우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른다.

▲성능
카마로에는 직분사 방식의 V6 3.6ℓ가솔린 엔진이 장착됐다. 최고 출력 312마력, 최대 토크 38.4kg․m을 낸다. 변속기는 자동 6단이 채택됐고 연료효율은 ℓ당 9.1km다.

시동음은 경쾌하다. 귀를 울리는 소리 또한 스포츠카 맛을 살려내는 항목이다. 천천히 가속페달을 밟았지만 순식간에 앞으로 튀어 나갔다. 카마로가 정통 슈퍼 스포츠카는 아니지만 순발력은 만족할 만하다. 반면 변속은 민첩하지 않다. 오히려 변속될 때 높이 올라가는 엔진 회전음이 가속페달에 힘을 더 주게 만든다. 물론 이 때는 연료소모를 걱정해야 한다.

스티어링 휠 뒷면에 부착된 패들시프트 버튼을 이용해 수동 변속을 시도했다. 높은 엔진 회전수를 이용하니 가속되는 힘이 대단하다. 헤드업 디스플레이에 나타난 속도는 순식간에 시속 140km를 나타낸다. 이후 150km/h, 170km/h까지 올렸다. 도로 사정 등을 고려해 속력을 높일 수는 없었지만 전반적으로 엔진 배기량과 출력이 높은 까닭에 일정 수준의 속도에서 차를 밀고 나가는 힘이 좋은 편이다.

하지만 승차감은 전형적인 미국이다. 유럽에 비해 다소 물렁함이 없지 않다. 어디까지나 미국의 환경 때문이다. 유럽과 달리 미국 도로에서는 스티어링의 급격한 변경이 필요 없는 길이 많다. 오히려 사막을 가르는 장거리 주행이 많아 승차감이 지나치게 단단하면 운전자의 피로감이 누적된다. 크루즈 컨트롤이 들어가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따라서 대다수 미국차는 차종에 관계없이 부드러운 승차감이 특징이다. 카마로 또한 예외일 수는 없다.

급격한 와인딩 구간은 없었지만 급차선 변경이나 고속 주행에서 안정감은 부드러운 하체임을 감안하면 꽤 인상적이다. 부드러운 승차감이 코너링 능력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와인딩에서 의외로 잘 견뎌줬기 때문이다. 4륜 독립형 서스펜션의 역할이 새삼 떠올랐다. 노면 상황에 개별적으로 반응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브레이크 페달의 답력은 무거운 편이지만 일단 움직이면 바퀴를 잘 잡아 준다. 차의 성격 상 고속 주행이 많다는 점에서 제동력 확보는 매우 중요한 대목이다. 합격점을 줄 만하다.


▲총평
미국산 스포츠카들은 흔히 '스포츠 루킹카(Sports Looking Car)'라는 용어로 표현되기도 한다. 쉐보레 브랜드로 보자면 콜벳이 슈퍼 스포츠카이고, 카마로는 그저 스포츠카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차인 셈이다. 고성능을 위한 외관이지만 성능과 승차감은 전형적인 미국이다. 그나마 이전 대비 유럽형으로 많이 체질개선을 했지만 여전히 카마로의 주력 시장은 미국과 캐나다 지역이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정통 아메리칸 머슬카의 디자인이다. 이는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카마로의 매력은 전형적인 미국의 스포츠 아이콘이라는 점이다. 아메리칸 머슬의 냄새가 난다는 게 카마로의 컨셉트다. 여기에 카마로가 트랜스포머 오토봇의 일원임은 굉장한 장점이다. 사람들이 있는 곳을 지날 때마다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범블비다!"라고. 가격은 4,700만원이다.

사진/권윤경 기자 kwon@autotimes.co.kr
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