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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부담 없는 짚, 70주년 컴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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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8-29 09:23:47업데이트 2023-05-10 21:39:37
3,590만원의 도심형 SUV

짚의 제품군은 간단하다. 가장 작은 도심형 SUV 컴패스와 대형 SUV로 분류되는 그랜드체로키, 그리고 정통 오프로더인 랭글러가 있다. 사실 짚의 대명사는 랭글러지만 랭글러에 도심형 기능을 대폭 넣은 프리미엄 SUV가 그랜드체로키이고, 그랜드체로키를 줄여 놓은 차종이 바로 컴패스다. 이런 점에서 컴패스는 그냥 가볍게 탈 수 있는 도심형 SUV지만 짚의 4WD 정통성도 일부 가미돼 있다.

▲ 디자인

70주년을 기념해 나온 차종인 만큼 상품성 강화가 핵심이다. 외형에선 5스포크 형태의 18인치 알루미늄 휠이 고급스러움을 더한다. 아울러 70주년 기념이라는 별도 로고가 측면에 부착돼 있다. 70주년에만 적용되는 브론즈 색상은 강렬하다. 개인적으로 색상은 상당히 만족스럽다. 물론 이외 메탈릭 실버와 블랙도 마련돼 있기는 하다. 하지만 다른 차와 확연한 차별화를 원한다면 브론즈 색상이 제격일 것 같다.

그릴은 짚의 패밀리룩이다. 헤드램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미등에 그릴 모양이 새겨져 있다. 언젠가 짚 관계자는 "그게 바로 세심함"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세심해 얘기를 듣지 못했다면 찾기 어려울 만큼 꼭꼭 숨어 있다.

인테리어는 70주년 엠블럼이 적용된 터치스크린 방식의 내비게이션과 시트에 적용된 컬러 스티치가 부각됐다. 이른바 차별화를 위한 노력이다. 이런 조그만 변화가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실제 자동차를 구입하거나 소유하는 사람에게는 상당히 특별함으로 다가온다. 이외는 기존 컴패스와 다르지 않다. 어차피 상품성 강화 차종인 만큼 큰 틀에서의 디자인 변화는 없다.

▲ 성능&승차감

짚은 자연흡기 2.4ℓ 가솔린 엔진으로 최대 170마력 이상의 출력을 얻어냈다. 차체가 크지 않아 오히려 대형엔진은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점에서 적절한 선택으로 보인다. 6단 변속기에 연료효율은 ℓ당 10㎞다.

가솔린이어서 시동과 동시에 정숙함이 느껴진다. 페달을 밟았을 때 역동적으로 움직이지는 않는다. 어떻게 보면 컴패스의 태생적인 성격이다. 사실 컴패스는 정통 오프로더도 아니고, 그랜드 체로키처럼 대형 프리미엄 SUV도 아니다. 짚 브랜드를 선호하되 비교적 실용적이고, 편안함을 원하는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차다. 도심에서 부담 없이 타고, 험로를 배제한 일반적인 아웃도어 활동이 가능하도록 개발됐다. 따라서 컴패스만의 별 다른 특징을 찾는 게 어리석을 수도 있다. 가격 대비 실용이 강점인 차다.


그렇다면 실용성은 충분히 확보됐을까? 개인적으로 조수석 앞에 마련된 수납공간은 상당히 유용하다. 운전자 뿐 아니라 동승자의 개인 소지품을 잠시 보관할 때 편리하다. 실제 동승자도 손지갑 등을 올려놓으며 편리함을 인정했다. 그렇다고 도어 패널 수납함이 없는 것도 아니다. SUV라면 기본적으로 수납함이 넓고, 많을수록 좋다는 기본 원칙에 기준하면 합격점이다. 하지만 트렁크가 다소 좁다는 점은 아쉬움이다. 물론 이럴 때는 2열 시트를 접으면 된다. 애초에 2열 시트를 앞으로 조금 더 밀착시키면 좋았을 것이란 의견도 있지만 이때는 2열의 레그룸이 좁아진다. 소형 SUV라는 점에서 트렁크보다 2열의 넉넉함에 더 치중했다는 방증이다.

시속 100㎞로 정속 주행을 하며 크루즈 기능을 작동시켰다. 요즘 고급차에 많이 적용되는 지능형이 아니어서 앞 차와 거리가 좁혀지면 브레이크 페달을 밟거나 크루즈 속도 버튼으로 속력을 줄여야 한다.

가속과 변속은 부드럽다. 얼핏 밋밋함으로 표현될 정도지만 거친 것을 싫어하는 사람은 문제될 게 없다. SUV와 일반 승용의 성격을 섞었지만 사실 세단형 승용차에 더 가깝다는 점은 쉽게 인지할 수 있다.

승차감도 미국식의 부드러움이다. 그러나 출렁거림은 크지 않다. 오히려 국산 투싼ix나 스포티지R 등과 비슷하다. 다만 가솔린이 주는 진동소음이 적어 상대적으로 조금 더 부드럽게 다가오는 것 같다.

그러나 짚의 정통 4WD 성격도 있다. 네바퀴구동 방식에 록(Lock) 모드를 넣은 것. 더불어 앞뒤 구동력을 배분하는 액티브 4WD 시스템도 적용됐다. 작지만 짚의 고유 정체성은 결코 배제하지 않은 셈이다. 그래서 짚은 뉴 컴패스를 도심형 아웃도어로 부른다.

주행 중 음악을 틀었다. 총 9개의 스피커가 내장된 보스턴 어쿠스틱 프리미엄 오디오에서 비교적 선명한 음질이 흘러나온다. 전반적인 차의 성격에 비추면 오디오는 꽤 좋은 편이다.


▲ 총평

뉴 컴패스는 오프로더에 도심형 성격이 접목된 게 아니라 도심형에 오프로더 기능이 추가된 차종이다. 따라서 정통 오프로더처럼 강인함이 강조되면 오히려 외면 받을 가능성이 높다. 짚도 이런 점을 고려해 최대한 승용 감각을 유지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이를 두고 짚은 '스마트 SUV'라는 용어를 만들어 냈다. 3,490만원의 가격이 결정된 배경도 부담 없는 도심형 SUV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려는 전략적 판단이다. 물론 70주년 스페셜 에디션은 100만원 비싼 3,590만원이다. 개인적인 판단을 전제로 70주년 기념 차종이 주는 100만원의 가치는 상품성을 감안할 때 인정할 만하다. 그러나 전적으로 판단은 개인의 몫일 뿐 그 어떤 시승기도 절대적 참고 사항임을 잊어서는 곤란하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