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MW 그란투리스모(GT) 30d x드라이브에 일행 4명이 모두 탑승한 뒤 시동을 걸었다. 디젤이지만 디젤답지 않은 게 요즘 디젤이다. 예상은 일치했다. 옛날(?) 디젤은 특유의 밸브소음으로 디젤임을 알아차렸지만 요즘은 바깥에서 잘 들어봐야 디젤임을 아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승용디젤은 더더욱 그렇다. GT 30d x드라이브도 물론 예외는 아니다. 차명에 'd'가 붙지 않았다면 가솔린으로 착각하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시내를 빠져 나와 아우토반에 올랐다. 마침 토요일이어서 일부 공사 구간을 제외하곤 속도 무제한의 자유를 부여받았다. 오르자마자 가속페달에 힘을 주며 스로틀 밸브를 최대한 개방하는 '와이드 오픈(Wide open)'으로 달렸다. 한 마디로 밟을 만큼 끝까지 밟았다. 직렬 6기통 3.0ℓ 직분사 디젤엔진에서 245마력과 55.1㎏.m의 토크가 나오는 것으로 표시돼 있지만 실제 느낌은 더 빠르다. 디젤엔진의 토크가 보여주는 가속력, 상당히 괜찮은 편이다. 4명의 중량과 가방의 무게는 전혀 부담되지 않는다. 물론 국내에서 GT 타고 200㎞ 이상 질주할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디젤이라도 '역동의 BMW' 유전자는 충분히 담아냈다.
아우토반을 달리다보면 간혹 브레이크 페달을 급하게 밟는 경우가 발생한다. 앞 차가 비켜줄 것으로 예상하고, 속도를 줄이지 않다가 양보하지 않으면 어쩔 수 없이 감속해야 하할 때다. 이 경우 고속에서 순식간에 감속해야 한다. 물론 움직이는 물체는 계속 한 방향으로 이동하려는 관성의 법칙에 따라 약간의 쏠림도 나타나게 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직진하려는 힘으로 차의 앞부분이 내려가는 노즈 다운(Nose down)이 나타날 때 탑승자의 자세다. 몸이 같은 방향으로 심하게 이동하면 제동감이 떨어진다. 차는 쏠려도 탑승자는 최대한 억제돼야 좋은 차다. GT 530d의 제동성능은 그런 맥락에서 꽤 뛰어난 편이다. 제동페달에 발을 올려 놓는 순간부터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며, 날카롭게 속도를 줄이되 몸의 흔들림이 적다.

고속 전용인 아우토반은 코너링을 체감할 구간이 별로 없다. 굳이 하겠다면 도로를 갈아탈 때 이용하는 나들목이 전부다. 하지만 스티어링 휠을 잡은 사람에게 목숨을 담보할 나머지 일행의 눈치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크게 속도를 줄이지 않고 돌아 나갔다. 묵직한 스티어링 휠을 미세하게 움직여도 반응이 즉각 온다. 일행의 눈치를 보니 그리 불편하지 않아 보여 조금 더 속도를 올렸다. 역시 괜찮아 보인다. 일행이 눈치 채지 못하게 홀로 시도했고, 그 결과 지극히 사견을 전제로 코너링 성능은 '우수'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내심 4WD 방식인 x드라이브의 역할이 컸다는 생각을 해본다. 참고로 요즘 운전 잘 한다고 나서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동승자가 불안함을 느끼지 않아야 잘 하는 운전이라고 말한다. 물론 홀로 할 때는 나름대로 하면 된다.
x드라이브가 얘기가 나오니 최근 지인과 나눈 얘기가 떠오른다. 요즘은 기후변화로 겨울 폭설이 점차 일상화 되는 추세다. 따라서 고급차도 후륜구동보다 4WD가 대세다. 특히 지난 겨울 고급 후륜구동차가 눈길에서 꼼짝 못하는 사례가 TV를 통해 노출되면서 4WD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 실제 후륜구동 기반의 국산 대형차의 경우 여름이지만 2WD 후륜보다 4WD 판매가 더 많다. 이런 면에서 x드라이브는 코너링 외에 겨울철에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낼 수 있다.
승차감은 독일차 특유의 단단함이다. 엔진만 디젤일 뿐 나머지는 기존 가솔린 GT와 100% 같다. 물론 승차감도 마찬가지에 해당된다.
관심은 효율이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GT 30d는 8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돼 ℓ당 15㎞의 효율을 인정받았다. 연료탱크 용량이 70ℓ임을 감안하면 이론적으로 1,050㎞를 간다. 그러나 독일 경험을 전제로 체감 상 효율은 더 뛰어나다. 막히는 구간이 없었던 데다 고속이어도 정속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왕복 후 연료소모가 15%를 채 넘지 않았다. 만약 시속 100㎞를 지켰다면 소모량은 이보다 훨씬 더 줄었을 것이다. BMW가 적극 내세우는 디젤의 효율이 30d GT에도 유감없이 적용된 셈이다. 최근 5시리즈 중에서도 520d의 인기가 높은 점도 디젤의 효율 때문이다. 진동소음(NVH)은 더 이상 문제될 수준이 아니라는 인식이 널리 퍼진 점도 디젤 수요 확대의 견인차 역할을 한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그란투리스모(GT) 디젤은 7,720만원의 GT 30d와 9,690만원의 30d 익스클루시브 두 가지다. 물론 상품성이 다를 뿐 파워트레인은 동일하다. 수준에 맞춰 구입하면 된다. 고급차는 세단이어야 한다는 것, 어쩌면 고정관념일 지도 모른다. GT 30d처럼 고급차도 얼마든지 실용성과 효율이 부각될 수 있다. 판단은 개인의 몫이지만 적어도 BMW GT 가솔린과 디젤을 고민한다면 가솔린보다 디젤을 먼저 체험하라고 조언해 주고 싶다. 생각이 달라질 수 있을 것 같다.
프랑크푸르트(독일)=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