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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글로벌 ‘빅3’ 됐다… 전기차 공략 통해

변종국 기자
입력 2023-03-16 03:00:00업데이트 2023-05-08 18:47:50
전 세계에서 지난해 현대차그룹 차량 중 가장 많이 팔린 차량 투싼(총 56만850대).전 세계에서 지난해 현대차그룹 차량 중 가장 많이 팔린 차량 투싼(총 56만850대).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해 도요타와 폭스바겐그룹에 이어 전 세계 완성차그룹 판매 3위에 오른 것으로 드러났다. 현대차그룹이 판매량 ‘빅3’에 진입한 건 사상 처음이다.


15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전 세계 시장에서 총 684만5000대를 팔아 일본 도요타(1048만3000대)와 독일 폭스바겐그룹(848만1000대)에 이어 판매량 3위 자리에 올랐다. 4위는 프랑스 르노와 일본 닛산·미쓰비시가 합쳐진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615만7000대), 5위는 미국의 GM(593만9000대), 6위는 푸조·시트로엥·피아트크라이슬러가 합쳐진 스텔란티스그룹(583만9000대)이었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톱5 완성차그룹 중 유일하게 2021년 대비 판매량 성장을 이뤄냈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의 전년 대비 판매 증가율은 2.7%였지만, 도요타(―0.1%)와 폭스바겐(―1.1%), 르노-닛산-미쓰비시(―14.1%), GM(―5.7%) 등은 모두 판매가 줄었다. 2021년 현대차그룹의 판매량 순위는 4위였는데,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의 판매량이 10% 이상 급감하는 틈을 타 3위에 진입했다.

지난해 완성차 업체들은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으로 인해 생산과 판매에 차질을 빚었다. 현대차는 주력 차종에 대한 맞춤형 반도체 공급 전략을 펼치는 등 생산 차질을 최대한 줄인 반면 다른 업체들은 반도체 수급 차질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또한 아이오닉5와 아이오닉6, EV6 등 완성도 높은 전기차를 중심으로 친환경 자동차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한 것도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전기차에 대한 시장 반응이 좋았고, 특히 현대차그룹 차량의 성능과 품질 등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면서 유럽과 미국 시장 점유율이 크게 올랐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의 지난해 미국 시장 점유율은 10.8%로 처음으로 10%를 넘었다. 유럽의 경우 9.4%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는데, 이는 역대 유럽 시장 최고의 성과다.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판매 순위는 지난 20여 년간 꾸준히 상승했다. 2000년 10위였던 현대차그룹은 2010년 미국 포드를 제치고 처음으로 ‘톱5’에 들었다. 2020년 4위에 이름을 올린 이후 2년 만에 3위에 안착했다.

하지만 3∼6위의 격차가 그리 크지 않아 3위 자리를 수성하는 것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경쟁사들의 생산 정상화와 친환경차 시장 진입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유럽연합(EU)의 핵심원자재법(CRMA) 등 보호무역 기조의 법안들이 잇따라 등장하는 것도 현대차그룹엔 부담이다. 미국과 유럽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볼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주홍 자동차산업협회 수석본부장은 “빅3 도약은 한국 차량에 관한 기술 신뢰도와 브랜드 가치가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주도권 확보를 위해 수출경쟁력 유지와 노동유연성 확보, 투자세액 공제 등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