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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 마케팅’ 나선 국내 배터리 업계… “민트초코맛 원통형 배터리 보고 가세요”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입력 2023-03-17 00:01:00업데이트 2023-05-08 18:47:09
국내 유일 배터리 박람회인 ‘인터배터리 2023’이 15일 개막했다. 올해는 참가업체 수가 작년보다 2배가량 늘어난 447개로 역대 가장 큰 규모로 열렸다.

소비자들의 관심도 높았다. 개막일 오전에는 입장을 위한 대기줄이 길게 이어졌다. 전 세계적인 전기차 인기 추세에 따라 전기차용 배터리와 관련 기술이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이렇게 성능이 향상된 배터리 기술이 전기차를 넘어 전자기기과 전기 발전용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다른 제품에도 확대·적용되면서 배터리 자체가 사람들의 일상과 더욱 밀접해지는 모습이다.

일반적으로 배터리 사업은 B2B(Business to Business) 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관련 분야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배터리 제품 자체도 완성품 내부에 숨겨져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인터배터리는 배터리에 대한 소비자 궁금증과 호기심을 해소할 수 있는 행사로 볼 수 있다. 매년 전시회 방문객 연령층이나 직업군이 다양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주식시장도 배터리에 대한 흥미를 증폭시킨 요인이다. 최근 배터리 업체를 비롯해 관련 종목이 급등하면서 업계와 소비자 관심이 높아진 상태다.
특히 이번 전시회에서 배터리 산업에 대한 높아진 관심을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이러한 관심에 부응하기 위해 각 업체들도 소비자 눈높이에 맞는 콘텐츠 마련에 심혈을 기울였다.

올해 배터리 3사는 독특하게 컬러 마케팅을 활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색다른 컬러를 도입해 차별화된 브랜드 이미지를 소비자들에게 각인시키려는 모양새다. 주요 배터리 소재 업체로 거듭나고 있는 고려아연은 아기자기한 모형을 부스 가운데에 배치했다. 배터리 사업 흐름을 알기 쉽게 정리한 전시물이다. 배터리 3사보다 베일에 쌓여있던 기업이 적극적으로 브랜드 알리기에 나서는 모습이 흥미롭다.
○ LG에너지솔루션, 민트 컬러 테마 적용… “소장하고 싶은 민트색 배터리”
LG에너지솔루션은 민트 컬러를 선택했다. 배터리 제품의 경우 결국에는 패키지에 통합되기 때문에 배터리 셀을 감싸는 캔 부분에 별도 디자인이나 컬러를 적용할 필요가 없다. 사용자들은 어차피 배터리 제품 외관을 확인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G에너지솔루션은 부스에 전시한 주요 배터리 셀 제품에 민트색 테마를 입혔다. 특히 민트색 2170 원통형 배터리 셀은 소장욕구까지 불러일으킨다. 파우치형 셀 커버에는 민트색 라인 디자인을 입혔다. 환경 친화적인 이미지를 강조하면서 이전에 비해 스타일리시하게 느껴진다.
부스 내부도 동일한 컬러를 인테리어 포인트로 활용했다. 이번 전시회에서 LG에너지솔루션은 총 648㎡ 규모 부스를 마련했다. 메인 전시물로는 미국 전기차 루시드 에어(Lucid Air)를 국내 최초로 선보였다. 루시드 에어는 제2의 테슬라를 추구하는 미국 업체 루시드모터스가 만든 전기차다. LG에너지솔루션 원통형 배터리가 탑재된다. 루시드 에어 옆에 민트색 원통형 배터리 셀을 전시했다.

루시드 에어 옆에는 미국 포드 전기차 머스탱 마하-E를 배치했다. 머스탱 마하-E는 현재 포드가 판매 중인 주력 전기차 모델이다.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와 유럽 시장 판매 차량을 위한 배터리를 공급한다. 머스탱 마하-E에 공급하는 배터리 물량을 늘리기 위해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공장 라인을 2배 이상 증설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국내 전시회에서 처음으로 LFP 배터리를 선보였다. 다만 전기차용이 아닌 에너지저장장치(ESS)에 탑재되는 제품이다. 최근 테슬라를 비롯해 포드 등 대형 자동차 업체들이 저가 모델에 LFP 배터리 탑재를 늘리는 추세다. LG에너지솔루션은 아직 전기차용 LFP 배터리 생산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ESS용 제품을 개발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필요 시 전기차용 제품도 빠르게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다만 LG에너지솔루션은 저가 시장 공략을 위한 다양한 솔루션이 있기 때문에 저가 시장 공략을 위해 LFP 배터리만 고집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주로 중국 업체들이 생산하는 전기차용 LFP 배터리는 삼원계(NCM) 배터리에 비해 주행거리가 짧지만 생산에 드는 비용이 적고 희소 광물을 적게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최근 핵심광물 가격 급등으로 다양한 완성차 업체들이 중저가 전기차를 중심으로 LFP 배터리 사용을 확대하는 추세다.
이밖에 주요 완성차 브랜드 전기차에 탑재된 파우치형 배터리 셀과 휴대폰용 소형 배터리와 자유로운 형태로 제작 가능한 프리폼(Freeform) 배터리, 가상현실(VR) 고글 장치 등에 장착되는 커브드(Curved) 배터리 등을 전시했다.

제품 외에 배터리 교환 방식 서비스도 제안한다. 작년 10월 LG에너지솔루션 사내기업으로 출범한 쿠루(KooRoo)는 배터리교환스테이션(BSS, Battery Swapping Station)을 새로운 배터리 활용법으로 선보였다. 전기이륜차용 배터리 팩을 충전이 아닌 교환해 사용하는 개념이다. 충전시간을 아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실제로 이 서비스는 올해 사업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 SK온, 녹색 느낌 민트 선택… 로고 색상까지 차별화
SK온은 녹색에 가까운 민트 계열 컬러를 활용했다. LG에너지솔루션보다 채도가 낮은 약간 진한 민트 컬러다. 부스 로고까지 이 색상으로 변경해 차별화된 이미지를 부각한다. LG에너지솔루션과 마찬가지로 주요 배터리 셀 제품 커버와 부스 인테리어에 신규 색상을 적용했다.

전기차를 부스 전면에 내세운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와 달리 SK온은 신규 폼팩터로 개발한 각형 배터리를 메인 부스에 전시했다. 파우치형 배터리 전문 배터리 업체에서 포트폴리오 확대에 나선 것이다.
신규 타입인 각형 배터리는 시제품 개발을 완료했고 올해 안에 시제품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SK온 각형 배터리는 기존 파우치형 배터리처럼 빠른 충전 속도가 특징이라고 소개했다. 실제로 SK온 파우치형 배터리는 지난 1월 미국에서 열린 CES 2023에서 최고혁신상을 수상했다. 급속충전을 통해 18분 동안 배터리 용량 80%를 채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 등 주요 전기차 모델에 탑재된 배터리로 실제 사용자들이 빠른 충전 속도에 높은 만족도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코발트프리(Co-Free) 배터리와 LFP 배터리 등 다양한 셀 포트폴리오를 선보였다. 또한 차세대 기술이 집약된 전고체 배터리 실물도 최초로 공개했다.
코발트프리 배터리의 경우 목표 시점을 1년 이상 앞당겨 개발에 성공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삼원계 NCM배터리는 코발트가 없으면 구조적 불안정성 때문에 수명이 짧아지는데 SK온 고유의 하이니켈 기술을 적용해 에너지 밀도를 개선했고 주행거리를 확보했다고 전했다. 코발트는 NCM배터리 소재 중 가장 비싼 소재다. 때문에 코발트를 사용하지 않으면 광물 공급망 이슈에서 조금 더 자유로워질 수 있고 가격 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SK온 측은 기대하고 있다.

SK온은 기존 LFP 배터리 단점을 개선한 LFP 배터리를 개발했다. LFP 배터리는 저온(영하 20도) 환경에서 주행거리가 50~70%가량 감소하는데 SK온은 이를 70~80% 수준으로 끌어올리는데 성공했다. 하이니켈 배터리를 통해 축적한 소재와 전극 기술을 LFP 배터리에 적용했다는 설명이다. LFP 배터리는 생산 비용이 저렴한 장점이 있다. SK온 LFP 배터리는 기술과 가격을 동시에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차세대 배터리로 연구 중인 전고체 배터리 실물도 이번에 처음으로 공개했다. 전시 제품은 프로토타입이다. 전고체 배터리는 양극과 음극 사이에 있는 전해질을 불연성 고체로 만들어 화재 관련 안전성과 에너지밀도를 극대화한 제품이다. 리튬이온 배터리를 대체할 차세대 제품으로 꼽힌다. SK온은 황화물계 전고체와 고분자·산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 중이다.

제품 뿐 아니라 배터리 원소재와 파우치, 동박, 셀 등을 제조 순서에 따라 직접 만져볼 수 있는 코너를 운영하며 배터리 화재 안전성을 끌어올린 S-팩(S-Pack, 배터리 패키지) 모형, 양극과 음극의 접촉을 차단하는 프리미엄 분리막, 분리막을 지그재그로 쌓는 Z-폴딩 기술 등을 소개한다. 또한 배터리 원료부터 생산, 충전, 폐배터리 회수, 재활용 등 배터리 전 생애주기에 이르는 공정을 알기 쉽게 보여주는 영상도 준비했다.

SK온 관계자는 “지금까지 세계적인 배터리 기술력에 대한 입지를 다졌다면 앞으로는 제품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해 고객사의 다양한 요구를 부응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대하는데 매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삼성SDI, 금색 배터리로 최고 기술력 과시
삼성SDI는 강렬한 골드 컬러 각형 배터리 모형을 내걸고 전고체 배터리 기술력을 강조했다. 국내 유일 배터리 브랜드 프라이맥스(PRiMX) 주요 라인업도 선보였다. 프라이맥스는 ‘사물 배터리(BoT, Battery of Things)’ 개념을 중심으로 제품에 대한 차별화된 초격차 기술력을 지향한다.

부스 가운데에는 전고체 배터리 존을 구성했다. 삼성SDI 전고체 배터리는 독자 조성 고체 전해질 소재와 리튬 음극재로 수명을 개선한 무음극 기술(Anode-less)이 적용된 것이 특징이라고 소개했다. 기존 흑연 대신 실버카본층을 사용해 부피를 줄이면서 밀도와 성능을 극대화했다고 한다. 얇은 셀을 촘촘하게 쌓아올려 밀도와 안정성을 끌어올린 기술이 적용된다. 현재 유일하게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 완공을 앞두고 있다. 파일럿 라인에서 올해 하반기 시제품 샘플을 제작할 계획이다. 샘플을 활용해 전고체 배터리 개발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차량도 전시했다. ‘볼보트럭 FM 일렉트릭’과 ‘BMW i7’을 선보였다. 볼보트럭 FM 일렉트릭에는 삼성SDI 21700 원통형 배터리가 탑재된다. FM 일렉트릭은 국내에서 처음 선보이는 수입 대형 전기트럭이다. 원통형 배터리 2만8000여개가 1대에 탑재된다. 니켈 함량 91%의 하이니켈 양극재가 적용됐고 고출력과 높은 밀도에 중점을 뒀다. 원통형 배터리는 AA건전지 등 생산 관련 누적 데이터가 풍부해 실제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도 용이하다고 한다.

BMW 플래그십 세단 전기차 버전인 i7에는 각형 P5 배터리가 장착된다. P5 배터리는 니켈 함량이 88% 이상인 하이니켈 양극재에 실리콘 음극재 기술이 더해져 높은 에너지밀도를 구현한 제품이다. i7 외에 iX와 i4에도 해당 배터리가 적용됐다. P5 배터리 성능을 개선한 P5p(퍼포먼스)도 개발을 완료한 상태다. 후속 배터리 제품인 P6는 내년에 선보일 예정이라고 한다.
ESS 존에서는 안전성을 위한 직분사 시스템과 수랭식 냉각시스템이 탑재된 신규 E5S모듈과 랙을 전시했다. IT 존과 파워 존에서는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기기, 인공지능(AI) 로봇, 전동공구 등 소비자에게 친숙한 배터리 제품들을 준비했다.

손미카엘 삼성SDI 중대형전지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 부사장은 “삼성SDI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배터리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차별화된 기술 경쟁력을 꾸준히 입증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핵심 소재 기업 거듭난 고려아연… “최고의 제련기술로 공급망 안정화 기여”
고려아연은 인터배터리에서 신성장동력인 트로이카드라이브(Troika Drive)의 한 축인 배터리 소재사업 방향성을 제시한다. 부스 가운데에 크게 3가지 방식으로 확보해 공급되는 소재 생산 공정 모형이 배치됐다. 친환경 전기차 산업성장을 위한 경쟁력 있고 통합된 안정적 원료 공급망 구축에 초점을 둔 모형이라고 소개했다.

니켈제련과 폐배터리 리사이클 등 산업 관련 이슈에 대응하면서 동시에 해결책을 제시하는 고려아연의 강점을 보여주는 사업모델을 이해하기 쉽게 보여준다. 고려아연은 양극재는 국산화가 충분히 이뤄진 상황 속에 전구체와 관련 업스트림(upstream)은 국내 기반이 전무한 현실에 착안했다고 설명했다. 니켈 제련과 폐배터리 리사이클을 통해 배터리 산업과 국제경쟁력 제고에 기여한다는 목표다.
고려아연은 제련사업을 영위하면서 글로벌 광산사업자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었고 이를 통해 원료광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있다. 온산제련소 인프라와 오랜 기술력을 바탕으로 배터리 핵심 원료인 니켈을 직접 제련해 공급할 수 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50년간 축적한 제련 노하우를 기반으로 가장 경쟁력 있는 니켈 제련 기술을 개발했고 정광에서 중간재까지 다양한 니켈 원료를 효율적으로 제련해 황산니켈 및 전구체 등 제품을 만들 수 있는 혁신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기존 공정 대비 탄소발자국(carbon footprint)를 획기적으로 줄여 보다 환경 친화적인 배터리 공급망 구축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배터리 산업은 니켈과 전구체의 90% 이상을 중국 업체에 의존하고 있다. 공급망 불안정성에 노출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려아연은 직접 니켈을 제련해 전구체 생산을 연계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망 안정성 강화에 기여한다는 복안이다.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방안도 제시한다. ‘리사이클은 제련이다’라는 전제를 두고 글로벌 최고 수준 제련기술을 활용해 폐배터리 리사이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상반기 중 LG에너지솔루션과 미국 내 관련 합작법인 설립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고려아연은 습식제련 기술을 활용해 블랙매스를 처리하는 고효율 습식 리사이클 방식을 도입할 예정이다. 건식 전처리 공정에서는 높은 회수율로 폐배터리 내 니켈과 리튬, 코발트 등을 회수한다. 1차 원료인 광물 제련과 2차 원료인 폐배터리 리사이클 관련 기술을 모두 보유하고 있어 배터리 소재 공급망 안정화에 기여할 전망이다.
동박 존에서는 글로벌 최고 수준 제련기술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동박 공급 역량을 보여준다. 고려아연만의 전해기술을 통한 제박 기술과 불순물 억제기술 등 차별화된 생산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동박 제조공정에서 사용되는 전기동과 여타 원료가 제련 공정의 부산물 또는 100% 리사이클된 원료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부스에는 동박 실물을 재현한 모형을 전시해 방문객이 배터리 소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고려아연은 과감한 투자와 선제적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을 통해 빠르게 배터리 소재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으로 거듭났다는 평가를 받는 기업이다.

한편 올해 인터배터리는 17일까지 열린다. 현재 내년 전시회 참가기업 모집을 진행 중이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