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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차 시승기]대통령 단골 의전차 ‘에스컬레이드’

동아닷컴 정진수 기자
입력 2022-01-07 17:52:00업데이트 2023-05-09 12:16:55
대한민국을 새롭게 이끌 제20대 대통령이 두 달 뒤면 결정 난다. 새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어깨가 부스러질 정도로 무거운 짐을 짊어져야만 한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은 K방역을 비롯해 4년간 26번째 부동산 대책 발표에도 집값 폭등, 증세 정책에 따른 세금 폭탄에 물가 상승까지 민생 안정을 위해 해결해야할 과제가 산적하다.

대통령이 취임하면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의전차다. 대한민국 VIP가 안전을 위해 어떤 차를 선택할지 국민들의 이목이 집중된다. 캐딜락 초대형 SUV ‘에스컬레이드’는 각국 정상들의 의전차로 손꼽히는 모델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2017년 5월 10일 취임 첫날 서울 홍은동 자택을 떠나 국립현충원으로 갈 때 경호차로 에스컬레이드를 대동했다. 이듬해 4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에선 에스컬레이드가 직접 의전차 역할을 했다.

에스컬레이드가 VIP 행사에 단골로 등장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번 시승을 통해 강력한 카리스마와 웅장함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디자인적으로 이 차는 날렵함과는 거리가 멀다. 공기 역학적인 요소를 극대화하는 유선형 디자인을 배제했다. 기다란 직선을 서로 연결해 큼지막한 면을 만들어 투박하지만 강인한 인상을 심어준다.

이번 5세대 모델은 투박한 디자인을 정밀하게 가다듬으면서 세련미를 더한 것이 특징이다. 신형 에스컬레이드는 캐딜락 차세대 모델의 방향성을 담은 ‘에스칼라’ 콘셉트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 됐다. 아메리칸 럭셔리 답게 ‘스케일’, 즉 규모감을 인상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가로형 바 패턴이 적용된 갈바노 그릴을 중심으로 다양한 디자인 요소에 크롬을 대거 적용해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다.

캐딜락 고유의 수직형 시그니처 라이팅 엘리먼트가 적용된 전면 주간 주행등, 약 1m에 이르는 거대한 후면 테일 램프, 그리고 특별하게 디자인된 22인치 휠과 함께 모든 방향에서 에스컬레이드만의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낸다.

웅장한 차체 크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실제로 마주했을 때 에스컬레이드 웅장함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차체 길이는 무려 5380mm에 달하고, 높이가 2미터(1945mm)에 육박한다. 차폭은 2060mm나 된다. 차에 오르면 크기가 더욱 실감난다. 높은 차고로 실내에 탑승할 땐 발판을 딛고 올라타야 한다. 시트도 높아 도로위 차들 대부분이 시선 아래로 내려다보인다. 대형 버스와 맞먹을 정도의 시트포지션이다. 도심 정체 시 앞차는 물론 더 멀리까지 시야 확보가 가능했다.

세계 최초로 적용된 38인치 LG 커브드-OLED 디스플레이도 눈에 띄었다. 커브드-OLED 디스플레이는 크게 세 가지 영역으로 구분돼 각 영역에서 차량에 대한 모든 기능을 제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한 2열 승객들을 위한 엔터테인먼트 시스템(도 진화했다. 1열 헤드레스트 뒤쪽에 배치된 2개의 고화질 12.6인치 터치스크린은 2열 탑승자의 눈높이에 맞게 위/아래 각도 조절이 가능하며 HDMI 및 C타입의 USB 포트를 통해 휴대폰과 연동, 터치를 통해 화면을 제어할 수 있는 미러 캐스트 기능을 지원한다.

4세대 모델 대비 200mm 길어진 전장과 130mm 증가한 휠베이스, 이전 세대 대비 약 40% 증가한 886mm의 3열 레그룸은 동급 최고 수준의 거주공간을 제공한다. 실제로 3열에 앉았던 평균 신장의 성인남녀는 좌석 공간에 큰 불편함 없이 왕복 5시간 거리를 넉넉하게 여행했다.

2, 3열을 전부 접으면 3427ℓ 광활한 적재공간을 활용할 수 있지만, 좌석을 꽉 채울 경우 기본 트렁크 적재 공간(722ℓ)이 순식간에 짐으로 가득 차 아쉬웠다.

3톤이 넘는 거구에도 몸놀림은 가벼웠다. 부드러운 승차감도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신형 에스컬레이드에는 6.2ℓ V8 가솔린 직분사 엔진이 탑재돼 최고출력 426마력, 최대토크 63.6kg.m의 강력한 성능을 발휘한다. 몸집이 상당한데도 가속페달을 조작하면 엔진이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승차감은 기대 이상이다. 10단 자동 변속기와 4가지 드라이빙 모드를 제공하는 4륜구동 시스템은 각 휠의 구동력을 자동으로 제어해주는 전자식 리미티드 슬립 디퍼런셜과 결합돼 다양한 주행환경에 대응해 편안한 승차감을 돕는다. 또 특히 캐딜락 시그니처 시스템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은 초대형 차체가 더욱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바디 롤과 상하 진동을 현저히 억제해준다. 조용한 실내도 수준 높은 승차감을 만드는데 한몫했다. 에스컬레이드는 정숙성을 위해 차음 기능 앞 유리와 삼중 접합 매립 도어, 보스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 기능을 적용했다. 덕분에 실내에서는 엔진 배기음이나 풍절음이 잘 차단됐다.

연효 효율성은 제원(6.5km/l)을 훌쩍 넘겼다. 서울에서 대전을 거쳐 충남 태안을 왕복하는 약 450km를 오가는 동안 최종 연비는 8.7km/l가 나왔다. 성인 5명에 짐 한 가득 실린 악조건에서 달성한 의미 있는 기록이다.

이 같은 연비의 비결은 다이내믹 퓨얼 매니지먼트에 있다. 이 장치는 특정 주행 상황에서 8개의 실린더 중 4개의 엔진 실린더를 능동적으로 비활성화해 가솔린 대배기량 엔진임에도 불구하고 연료 효율을 극적으로 끌어올렸다.

안전 및 편의사양도 지난 세대에 비해 큰 개선이 이뤄졌다. 향상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와 차선 유지 보조는 정교하게 반응하는 센서 및 카메라를 기반으로 작동돼 편안하고 안전한 주행을 지원했다.

또한 파노라믹 선루프, 트라이존 온도 제어 및 에어 이오나이저는 탑승자의 쾌적한 실내 경험을 선사하며 캐딜락 로고 프로젝션에 킥 모션을 통해 손쉽게 트렁크를 오픈할 수 있는 핸즈 프리 트렁크, 원격 시동 및 기본적인 차내 제어가 가능한 어댑티브 리모트 스타트 시스템이 적용돼 이용 편의성을 높였다.

동아닷컴 정진수 기자 brjean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