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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신형 그랜저 LPG… 이 차 정말 괜찮거든요. 근데 모르시죠?

동아닷컴 김상준 기자
입력 2023-02-22 00:07:00업데이트 2023-05-08 19:21:46
안녕하세요. EV라운지 독자 여러분. 저는 자동차를 전문적으로 취재해온 김상준 기자입니다. 기사와 유튜브를 통해서 독자분들과 만나왔는데, 앞으로는 EV라운지를 통해 자주 인사드릴 것 같습니다. 오늘은 최근 시승한 그랜저 LPG 모델 소감을 자세하게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우선 그랜저 LPG 모델은 가솔린 모델보다 트렁크가 작습니다. 트렁크 하단 부에 LPG 연료통이 있기 때문이죠. 또 가솔린 그랜저보다 트렁크 시작 높이가 살짝 높습니다. 트렁크가 작아진 것 그 부분은 단점이지만 그 외에는 가솔린 2.5 모델보다 모든 면이 우월합니다.

그랜저 2.5 가솔린은 베스트셀링카입니다. 정말 많이 팔리죠. 자동차 전문기자로서 안타까운 점은 바로 이 부분입니다. 아마 일반 독자분들 중에서 그랜저 LPG 모델 타 보신 분 거의 없을 겁니다. 시승 차량이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대부분의 시승차는 2.5 가솔린이죠. LPG 모델을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타 본 2.5 모델을 사게 되는 상황입니다.

본격적인 비교를 해보겠습니다. 2.5 모델은 4기통 엔진, 3.5 모델은 6기통 엔진입니다. 4기통 엔진의 소음 과거보다 정말 많이 조용해졌습니다만, 6기통 엔진의 정숙성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수입차 아니 가까운 제네시스만 봐도 6기통 모델이 더 비싸게 팔리는 이유… 더 고급스럽기 때문입니다. 물론 차량 제작단가도 더 들어가죠. 결론적으로 엔진 소음과 진동 부분 ‘LPG 모델’이 압승입니다.

LPG 모델이 힘도 더 셉니다. 240마력입니다. 고성능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일상적으로는 충분한 출력이지요. 반면 2.5 가솔린 모델 198마력입니다. 42마력에 출력 차이 어제 갓 면허 딴 초보운전도 알만한 힘의 차이입니다. 출력도 성능도 LPG 모델이 완승입니다. 아 물론 LPG 모델이 150만 원 비쌉니다. 적다면 적고 크다면 큰돈이지만 150만 원 차이에 6기통 엔진을 얻을 수 있다? 그렇다면 저는 무조건 LPG 모델을 고를 겁니다.

많은 분이 궁금해하시는 연비를 비교해 보겠습니다. 연비 테스트 결과 4기통 2.5 가솔린 모델의 평균 연비는 8.5~9km/l고 6기통 3.5 LPG는 6.5~7.0km/l입니다. 가솔린 2.5가 소폭 높습니다. 인정합니다. 그렇다면 유류비를 비교해 볼까요? 2월 20일 기준 리터당 전국 평균 휘발류 1579원, LPG 991원입니다.(자료출처: 한국석유공사 오피넷) LPG 연료비가 압도적으로 쌉니다. LPG 모델의 경제성이 좋다는 것 수포자인 저도 계산할 수 있을 만큼 명확합니다.

추운 겨울 시동이 잘 안 걸리는 LPG 차의 단점도 잘 압니다. 시승했던 게 보름 전쯤이었는데요. 서울 기온 영하 18도였던 날 기억하시죠? ‘몇십 년 만에 최악의 추위’ 그런 날씨 뉴스를 봤는데 그때 그랜저 LPG 모델 탔습니다. 솔직히 걱정했습니다. 출근해야 하는데 시동이 갑자기 안 걸리면 어쩌나 말이죠. 괜한 걱정이었습니다. 차는 야외에서 밤새도록 꽁꽁 얼어 있었지만 시동은 단번에 걸렸습니다. 추위가 지속된 3~4일동안 시동으로 말썽부리지 않았습니다. 이 정도면 겨울 시동 테스트 통과라고 생각되네요.

차량 외부 디자인, 인테리어 등 기본적인 부분은 LPG 모델이라고 특별히 다르지 않습니다. 가솔린 모델과 거의 비슷해요. 10년 전 LPG 모델들은 옵션 없는 ‘깡통’ 차들 많았잖아요. 신형 그랜저 LPG는 기본 옵션 풍부합니다. 다만 상위 트림 ‘익스클루시브’에 모든 옵션을 다 넣으면 5100만 원이 넘습니다.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죠. 필요한 옵션만 선별해서 넣는 것 추천합니다. 옵션 많이 넣어봤자 중고차로 팔 때 인정 못 받는 거 다 아시죠?

이제는 아쉬운 점 얘기해 보겠습니다. 이건 사실 LPG 모델의 단점은 아닙니다. 신형 그랜저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부분이에요. 현대차는 신형 그랜저를 내놓으면서 자사의 플래그십 그니깐 최고의 기함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승차감을 평가 해보면 노면이 안 좋은 곳에서 ‘통통’ 튑니다. 2열 승차감도 마찬가지고요. 이 차가 현대차의 최고급 세단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좀 더 편안한 승차감으로 세팅했어야 맞다고 생각합니다. 타이어를 적정 공기압에서 좀 빼보니 통통 튀는 승차감이 다소 안정되더군요. 물론 독자분들께 공기압을 빼라고 추천드리는 것 아닙니다. “테스트 목적상 해봤더니 더 나아졌다”라는 점을 알려드리는 것이에요. 승차감 이 부분은 저 말고도 지적을 많이 했더군요. 조만간 좋아질 것으로 예상해 봅니다.

그리고 가장 큰 아쉬움 바로 ‘브레이크 시스템’입니다. 20년 전 국산차 브레이크 밟자마자 곧바로 반응했습니다. 바로 ‘빡’ 서는 느낌이죠. 어른들이 “이 차 브레이크 잘 드네” 칭찬하던 게 생각납니다. 그런데 제가 자동차 전문기자를 여러 해 해보니 ‘처음부터 빡서는 브레이크’ 안 좋습니다. 100년 넘게 자동차 만든 BMW, 벤츠 차들은 브레이크를 점점 더 밟을수록 점진적으로 제동력이 향상됩니다. BMW, 벤츠가 무조건 좋다고 칭찬하는 거 아닙니다. 현대차 중에서도 BMW, 벤츠같이 브레이크 세팅한 차들 많습니다.

그랜저가 40~50대 아니 40~60대를 겨냥한 차인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어른들이 밟자마자 꽉 서는 브레이크 좋아하는 것도 잘 압니다. 하지만 지금 40~50대분들 수입차 경험한 분들 많습니다. 현대차 그랜저에 굳이 20년 전 브레이크 세팅 안 해도 괜찮습니다. 제네시스처럼 혹은 글로벌에 팔고 있는 아반떼처럼 브레이크 만들어주세요. 과거를 답습하고 안주하기보다는 더 나은 차량 완성도를 보여주고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줘야 할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2열 공간은 정말 넓습니다. 1열에 앉아 최대한 뒤로 밀어도 2열은 여유롭습니다. 국산차 중에 제일 넓은 편입니다. 2열에 탄 사람들 넓어서 좋아할 겁니다. 가족들과 함께 타도 높은 분을 모실 때도 괜찮다는 얘기입니다.

사용하기 편리한 내비게이션, 미리 저장한 데로 버튼 한 번만 누르면 되는 온도 공조 기능 등 진짜 편합니다. 음성인식 시스템도 최곱니다. 손 하나 까딱 안 해도 내비게이션 길 안내가 됩니다. 이건 수입차가 못 따라갑니다.

시승기의 결론 내보겠습니다. 승차감·제동감이 다소 아쉬울 수 있겠지만 그랜저 상품성은 준수하고 그중에서도 LPG 모델은 가장 뛰어나다고 확신합니다. LPG 차들의 과거 단점인 ▲빈약한 출력 ▲추운 겨울 시동이 잘 걸리지 않는 문제가 해결된 지금 LPG 차를 안 살 이유가 없습니다. 독자 여러분 열린 시각으로 LPG 모델을 보시길 바래요. 시승차를 타보는게 어렵긴 하겠지만 가솔린 그랜저보다 훨씬 더 좋을 겁니다.

동아닷컴 김상준 기자 k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