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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차 시승기]저평가 받는 혼다 ‘CR-V’… 미국선 전체 7위 명성

동아닷컴 정진수 기자
입력 2023-03-08 13:09:00업데이트 2023-05-08 18:51:08
혼다 ‘CR-V’가 중무장을 마치고 한국시장에 전력을 다한다. 하이브리드 기술력은 물론 SUV 특유의 여유로운 공간과 첨단 편의사양까지 듬뿍 담았다. 오랜 세월 인정 받아온 내구성은 덤이다.

최근 일본 업체들은 국내 시장에서 침체기를 겪고 있다. 혼다도 마찬가지다. 여기에는 정치적인 반일감정 조장이 한몫 단단히 했다. 일부 무분별한 비판으로 일본 제품 불매 여론이 형성되면서 한동안 외면 받았던 게 사실이다.

다른 하나는 겉모습에 대한 선입견이다. 일본차들이 내면에 비해 외모가 세련되지 못하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가격적인 측면에서 유리했던 국산차가 상품성이 크게 개선되면서 매력이 더 반감됐다.

하지만 요 근래 국산과 수입차 가격 간극이 좁혀지면서 선택지를 비교할 때 내적 가치가 더욱 돋보일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30만㎞ 주행도 거뜬하다는 혼다 내구성은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있다. 오래전부터 이를 간파한 미국 시장에선 꾸준히 판매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 중 CR-V는 혼다 최고 인기 차종이다. 지난해에도 23만8155대가 팔려 북미 시장 전체 7위를 기록했다. 참고로 도요타 라브4는 36만6741대로 4위, 현대자동차 투싼은 18위(17만5307대)다.

혼다는 하이브리드에 일가견이 있는 브랜드다. 1999년부터 하이브리드 양산 모델(인사이트)를 선보였으니 역사가 20년이 넘었다. 혼다의 최신 하이브리드는 실용성뿐만 아니라 운전의 재미까지 함께 구현하는 게 특징이다.

CR-V에는 2개의 모터가 돌아가는 ‘혼다 스포트 하이브리드 i-MMD’ 시스템이 탑재됐다. 이와 함께 2.0ℓ DOHC i-VTEC 앳킨슨 사이클 엔진이 적용돼 친환경 성능은 물론 강력한 주행 성능까지 만족시킨다. CR-V 하이브리드는 i-MMD 시스템을 통해 모터 출력 184마력, 시스템 최고출력 215마력의 힘을 발휘한다. 복합연비는 14.5km/ℓ다.

실제로 경험해본 CR-V는 수준급 달리기 능력을 지닌 차였다. CR-V처럼 연비가 좋으면서 고출력인 SUV가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또한 이전보다 상시 사륜구동과 브레이크 제어 기능이 좋아져 코너링 역량도 한층 강화된 모습이었다.

혼다 하이브리드 힘의 원천은 2모터 시스템에서 출발한다. 혼다 스포트 하이브리드 i-MMD 시스템은 2개의 전기모터가 먼저 바퀴에 동력을 전달하고 나머지 필요한 힘을 엔진에서 얻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덕분에 초반 가속 시 전기모터 특유의 빠르고 강력한 힘으로 가볍게 치고 나갔다. 시스템 주행을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몸놀림은 더욱 경쾌해진다. 연료 분사 제어 방식을 달리해 러버 밴드 현상을 줄여 쾌적한 주행감을 선사했다. 이때 가벼웠던 운전대는 묵직하게 변하고, 부드러운 서스펜션은 단단해져 빠른 속도에서도 안정감을 심어줬다.

CR-V의 강한 동력 성능은 엔진에 대한 자신감에서 나온다. 이 차에 장착된 i-VTEC 앳킨슨 사이클 엔진의 가장 큰 특성은 흡기 행정보다 폭발 시의 행정 거리가 길다는 데 있다. 앳킨슨 사이클은 구조적으로 최고 출력과 최대 토크의 대역이 좁은 편이다. 따라서 저회전 영역에는 구동모터의 강력한 토크가, 고회전 영역에서는 구동 모터의 출력이 대응해 우수한 동력 성능이 구현된다.

또한 ‘리얼 타임 올 휠 드라이브’도 이 차의 장점 중 하나다. 일반 주행에서 전륜 구동으로 작동하는 CR-V는 각종 센서에 의해 주행 상황을 예측해 후륜에 구동력을 배분한다. 이 같은 지능형 구동 시스템은 코너 탈출 능력과 연비 향상에 효과적이다.

하이브리드차라 정숙성도 보장된다. 전기모터 사용이 많은 저속은 물론, 엔진이 개입되는 고속 구간에서도 정숙성이 한결같았다. 특히 시속 100km 이상 달려도 풍절음이나 노면소음이 거슬리지 않고 잘 억제됐다.

연료효율성은 제원보다 높게 측정됐다. 제원상 복합연비는 14.5km/ℓ지만 서울에서 대전까지 약 350km 주행 후 최종 연비는 15.1km/ℓ가 나왔다. 이 차는 60km 이하에서 전기모터만 선택해 사용가능하기 때문에 연비를 더욱 높일 수 있다. 감속 선택 기능이 포함된 패들시프트를 이용하면 소모된 배터리를 보다 빠르게 충전해 전기모터 사용을 극대화할 수도 있다.

이 차에는 운전 보조장치인 ‘혼다 센싱’이 기본으로 들어가 편안한 주행을 돕는다. 전면 그릴 하단의 혼다 센싱 박스에 장착된 레이더와 전면 유리 윗부분에 장착된 카메라를 통해 △자동 감응식 정속 주행 장치와 저속 추종 장치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 △추돌 경감 제동 시스템 △차선 이탈 경감시스템 △오토 하이빔 등으로 구현된다. 정확성 높은 정속 주행과 차선 유지 기능을 활용한 덕분에 장거리 주행도 부담이 없었다.

뉴 CR-V 하이브리드는 동급 대비 넉넉한 적재공간을 갖췄다. 실내 탑승 공간은 2914ℓ, 2열 시트 폴딩 시 최대 1945ℓ의 적재 공간을 확보하면서 넓은 공간 활용성을 제공한다. 이와 함께 1026mm의 넉넉한 2열 레그룸을 마련해 탑승객 공간도 신경을 썼다.

2열 폴딩 시 시트를 접어도 시트와 트렁크 플로어 간 단차 없이 평평한 플로어를 실현했다. 평평한 플로어는 대형화물 적재가 유용하고, 자전거와 같이 부피가 큰 짐도 실을 수 있어 공간의 활용이 자유롭다. 핸즈프리 기능이 포함된 파워 테일게이트는 양손에 많은 짐을 들거나 손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유용하게 쓰였다. 작동 방법은 범퍼 하단 중앙에 킥-모션을 하면 센서가 이를 인식해 자동으로 테일 게이트가 열린다.

생김새는 기존 모델과 차별화를 두기 위해 전면부에 강인하고 터프한 스타일의 범퍼 디자인과 하이브리드 전용 인라인 타입의 LED 안개등을 채용했다. 후면부는 윙 타입 데코레이션으로 도시적인 감성을 살리고, 하이브리드 전용 리어 범퍼 가니쉬를 적용했다. 또, 모든 면에 하이브리드 전용 블루 H 마크 엠블럼도 넣었다. 동급 최대 크기의 19인치 휠도 파워풀 하이브리드 SUV 존재감을 과시한다.

사용 빈도가 높은 편의 장치도 한층 개선했다. 스마트폰 무선 충전 시스템·전 좌석 열선 시트·열선 스티어링 휠·애플 카플레이 및 안드로이드 오토 등을 지원해 편의성을 높였다. 4WD 투어링 트림은 조수석 4방향 파워시트·운전석 메모리 시트·헤드업 디스플레이 등 더욱 풍부한 편의사양이 추가된다. 가격은 4850만 원으로 책정됐다. 올 2분기 이후부터 운영되는 혼다 온라인 판매를 이용하면 더욱 간편하게 차를 받아볼 수 있다.

동아닷컴 정진수 기자 brjean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