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최대 전기자동차 업체 비야디(BYD)가 지게차와 버스에 이어 전기트럭을 올해 상반기(1∼6월) 중 국내에 출시한다. 일단은 상용차 시장에서 토양을 다진 후 승용차 시장까지 확장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종합무역상사인 GS글로벌은 비야디의 1t 전기트럭인 ‘T4K(티포케이)’를 수입해 상반기 중 국내에 출시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이미 환경부로부터 배출가스 및 소음 관련 인증을 받았다. 비야디는 그동안 GS글로벌을 통해 전기버스를, 코오롱글로벌을 통해서는 전기지게차를 한국에 수출해 왔다.
GS글로벌은 T4K의 올해 연간 판매량 목표치를 2000∼3000대 수준으로 잡았다. 이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에 이어 판매량 3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자동차 조사업체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전기트럭 모델 신규 등록 대수는 현대차 2만446대, 기아는 1만5522대, ㈜디피코가 600대로 상위 1∼3위였다.
비야디로서는 사실상 현대차그룹이 독식 중인 국내 전기트럭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비야디는 가격 경쟁력과 주행 거리를 앞세워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을 짰다. T4K는 한 번 충전에 최대 246km가량 주행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회 충전에 211km를 달리는 현대차의 전기트럭 ‘포터2 EV’나 기아의 ‘봉고3 EV’보다 사용성이 좋다는 것이다. 아직 판매 가격을 정하지 못했지만 4000만 원대 초반인 포터나 봉고 전기차보다는 저렴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비야디는 상용차 부문에서 저변을 넓힌 뒤 국내 승용차 시장 진출까지 노리겠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서울 용산구 서울역 인근에 사무실을 새로 차렸고, 국내 딜러들을 대상으로 강원 인제스피디움에서 승용차 3개 차종에 대한 시승 행사도 진행했다. 몇몇 딜러사는 지난해 9∼10월 비야디코리아 측에 승용차 수입 판매와 관련해 사업의향서도 제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부터 유럽, 브라질, 일본, 인도, 말레이시아 등에 공격적으로 진출해온 비야디가 한국 시장까지 타깃으로 삼은 것이다.
다만 중국 브랜드가 국내 승용차 시장에서 안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시각이 엇갈린다.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 중국 브랜드가 ‘저가 제품’이란 이미지가 잡혀 있기 때문이다. 상용차와 승용차는 전혀 다른 시장이다. 중국 가전 업체인 하이얼이나 스마트폰 업체 샤오미 등도 국내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존재감을 크게 드러내지 못했다. 특히 2017년 중국 북기은상기차가 국내 진출 첫 중국 승용차인 ‘켄보 600’을 야심차게 내놨으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치고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약 2000만 원이라는 출고가에도 불구하고 시장에 안착하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승용차는 사치재 성격도 있어서 브랜드 이미지가 매우 중요하다”며 “비야디코리아에서도 중국 브랜드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 고민이 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