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랜저 디젤은 광풍으로 불어 닥친 국내 디젤 세단 시장에서 수입차에 맞서려고 탄생시킨 현대차의 전략차종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그랜저 디젤은 유럽 디젤 세단들로부터 국내 자동차시장을 지켜내는 첨병 역할을 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현대차의 바람대로 수입차 디젤 세단의 광풍을 잠재울 수 있을지 검증하기 위해 그랜저 디젤을 타고 인천 영종도 일대 160여km를 달렸다. 시승차는 HG220 eVGT 프리미엄 모델로 3494만 원짜리다. 하위 트림인 모던은 3254만 원.
외부와 내부 디자인은 알로이 휠 등 몇 가지 소소한 부분을 빼고는 기존 가솔린 모델과 똑같다. 때문에 디자인 평가 보다는 주행 중 발생하는 진동과 소음, 연비, 가속력 등을 평가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그랜저 디젤은 현대차가 자체 개발한 2.2리터 R엔진을 탑재했다. 최고출력 202마력에 최대토크 45.0kg.m을 발휘하는 이 엔진은 이미 싼타페와 맥스크루즈에 적용돼 성능을 검증받았다.

#6단 변속기는 조금 아쉬워
도심을 벗어나 고속도로에 올라서며 서서히 속도를 높였다. 중속에서 고속으로 꾸준히 치고 올라가는 가속감이 만족스럽다. 120km/h까지 속도를 올려도 엔진회전수는 2000rpm 내외에 머물렀다. 토크가 높고 기어비를 적절하게 세팅해 엔진 회전수를 크게 높이지 않아도 고속으로 달릴 수 있도록 만들었다. 큰 장점이다.
이 차에는 6단 자동변속기가 들어갔는데 급가속을 하지 않으면 변속시점을 알기 힘들 정도로 부드러웠다. 하지만 프리미엄 급 경쟁차들이 대부분 8단을 쓰고 있어 6단으로는 조금 아쉽다. 독일의 대중 브랜드 폴크스바겐 파사트는 차세대 모델에 10단 변속기를 쓸 계획이라는 소식까지 들린다.

#실제연비 제원과 크게 다르지 않아
그랜저 디젤의 공인연비는 복합연비 기준 14.0km/ℓ다.(도심 12.0km/ℓ, 고속도로 17.5km/ℓ) 이날 시승에서는 평소보다 연비 측정에 더욱 신경을 썼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연비 과장 문제를 직접 확인해보고 싶어서다. 그러나 모든 시승이 끝난 뒤 확인한 연비는 제원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날 평상시 주행패턴으로 도심과 고속도로를 약 3대7의 비율로 40km 가량 정속 주행한 뒤 측정한 연비는 17km/ℓ 내외를 기록했다. 만약 철저하게 연비주행을 했다면 수치는 더 좋아졌을 것이다.
이후 시승을 마칠 때까지 약 120km는 차를 거칠게 몰아붙였다. 급한 가속과 감속을 하고 때로는 주행모드를 스포츠에 맞추고 최고 속도로 달렸다. 이 결과 160km의 시승을 모두 마친 뒤 마지막으로 확인한 연비는 10.3km/ℓ이었다. 시승을 함께 한 동료 기자들도 비슷한 수치를 기록했다. 기자의 경험으로 비추어 볼 때 일반적인 시승에서는 정상적인 주행보다 20~30%가량 연료를 더 소비한다.

시승이 끝난 뒤 현대차 직원에게 판매 목표를 물었다. “당초에는 전체 그랜저 판매량에서 15% 정도를 예상했는데, 초기 반응이 워낙 좋아 현재 20%를 넘기고 있다. 당분간은 이 비율을 지킬 것으로 보인다.”는 답이 돌아왔다. 시장의 초기 반응은 긍정적이라는 의미다.
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