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몸은 하나 이동수단은 둘이나 되니 고민부터 앞선다. 분신술을 쓸 수도 없고 자전거를 타고 자동차를 운전할 수는 더더욱 없으니 차에 자전거를 싣기로 했다. 가까운 한강공원까지만 나가면 시원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폭풍 라이딩’을 즐길 수 있으리라.

BMW 2시리즈 쿠페는 소형이지만 뒷좌석을 모두 접으면 자전거 한 대쯤은 들어갈 공간이 나올 것이란 짐작과 함께 이미 머릿속은 붉은색 2시리즈 쿠페를 타고 시원스러운 드라이브 후 크루즈 M 바이크로 건너가 한강공원을 달리는 상상으로 가득했던 내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평일은 열정적으로 일하고 주말에는 여가활동을 즐기는 차가운 ‘도시남’으로 빙의하려던 부질없는 욕망은 지하주차장을 들어서면서 이미 끝나 있었다.
트렁크 안쪽 상단에 부탁된 스위치를 당겨 뒷좌석을 모두 접는 것까지는 쉬웠다. 혹시나 하는 노파심에 앞좌석도 최대한 당겨 접어뒀다. 자전거를 번쩍 들어 트렁크에서부터 밀어 넣어봤지만 툭 튀어나온 핸들이 문제다. 앞쪽부터 밀어 넣어도, 뒤쪽부터 넣어 봐도 도무지 들어가지 않는다. 자전거 페달은 너무 날카롭고 핸들은 사슴의 뿔처럼 튀어나왔다. 이에 비해 붉은색 2시리즈 쿠페의 내장은 아기 피부처럼 연약하기만 하다.

220d 쿠페 M스포츠 에디션 단일 트림으로 한국시장에 출시된 2시리즈 쿠페는 이전 1시리즈 보다 역동적인 성능과 디자인, 커진 차체를 특징으로 한다. 민첩한 핸들링과 작은 차체, 후륜구동의 역동성까지 갖춘 재미있는 모델이다.

실내는 이전 1시리즈 보다 전장이 72mm, 전폭이 26mm 길어지고 휠베이스 역시 30mm가 늘어나 여유로운 공간 확보가 가능해졌다. 뒷좌석 무릎공간이 21mm 길어진 부분 역시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이다. 트렁크 용량은 390리터이고 40대20대40 분할 접이식 뒷좌석 등받이를 접을 수 있다. M스포츠 에디션으로 구성된 실내는 다코타 가죽으로 마감된 스포츠시트와 알루미늄 인테리어 트림 등으로 멋을 부렸다. 하지만 운전의 즐거움을 위한 선택에 치중한 나머지 내비게이션 등의 편의사양이 빠지고 5000만 원대 가격에 비해 조금은 아쉬워 보이는 옵션은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

운전석에 올라 시동을 걸면 차체로부터 디젤 특유의 떨림과 소음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왜 이 작은 모델에 무겁고 부담스러운 디젤을 얹었는지 의문도 들지만 공인연비 16.7km/l를 감안하면 장단점이 있는 선택이다.
1750rpm에서부터 2750rpm까지 뿜어져 나오는 최대토크는 저속과 고속에서 모두 부족함 없는 반응을 보였다. 1.4톤에서 10kg 부족한 공차중량은 2.0리터의 강력한 심장과 함께 ‘톰슨가젤’처럼 부족함 없는 달리기 성능을 발휘했다. 특히 이전의 1시리즈 쿠페보다 13% 향상됐다는 비틀림 강성으로 인해 민첩성과 안전성은 더욱 높아진 모습이다. BMW 특유의 날카로운 스티어링 휠 반응은 작은 차체와 맞물려 코너에서 보다 흥미로운 주행을 가능케 했다.

크루즈 M바이크는 여는 자전거와 달리 용접 라인을 매끄럽게 처리하는 ‘클리어컷’과 함께 브레이크로 이어지는 케이블을 프레임 속에 내장해 매끄러운 디자인을 강조한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특히 헤드튜브와 탑튜브가 만나는 지점이 황소의 목을 닮았다해 ‘불 넥(Bull Neck)’이라 불리기도 하는데, 이 프레임은 모터사이클의 연료탱크 윤곽선을 따르고 있다.


김훈기 동아닷컴 기자 hoon14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