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을 비롯해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치열한 싸움을 벌이는 중형차 시장 공략은 향후 판매량 확보는 물론 회사를 빠르게 정상 괘도에 올려놓을 수 있는 지름길이다. 그리고 이러한 기대감 속에 ‘올 뉴 크라이슬러 200’이 탄생했다.
1995년 첫 등장과 함께 2010년까지 명맥을 유지했던 북미를 대표하는 중형차 ‘세브링’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1세대 크라이슬러 200은 FCA그룹을 통해 2세대로 모델로 재탄생했다. 1세대 모델에서 이름을 이었지만 회사의 환경이 바뀌며 차량의 뼈대라 할 수 있는 차체는 물론 디자인과 파워트레인까지 모두 바꿔 사실상 완전 신차가 만들진 셈이다.
한화로 1조1000억 원을 투자해 첨단 페인트 공장과 모든 공정이 로봇으로 이뤄지는 자동화 차체 공장 등 FCA그룹은 올 뉴 크라이슬러 200에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또한 혼다 어코드, 도요타 캠리, 포드 퓨전, 현대차 쏘나타 등이 각축을 벌이고 있는 중형차 시장에 뛰어든 탓에 신차의 사양은 동급 최고로 만드는 것이 당연한 선택.

사양이 고급화되다보니 각종 언론과 기관으로부터 극찬이 쏟아지는 것은 당연했다. 올 뉴 크라이슬러 200은 지난해 미국 자동차 전문매체 워즈오토가 선정한 ‘10대 베스트 인테리어’에 이름을 올리는가 하면, 미국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의 충돌테스트에서 최고 등급인 탑 세이프티 픽 플러스(Top Safety Pick+)를 받았다. 디자인과 안전성에서 좋은 평가가 이어졌다.
지난달 2015 디트로이트 국제모터쇼가 펼쳐졌던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국내 출시를 한 달여 앞두고 올 뉴 크라이슬러 200을 시승할 기회를 잡았다.

미국에서 팔리는 올 뉴 크라이슬러 200은 2.4리터와 3.6리터 엔진을 선택할 수 있고 모두 9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했다. 사륜구동은 3.6리터에서만 선택가능하다. 시승차는 2.4리터 모델에서 최상위 트림인 200C 모델.

먼저 외관은 부드러운 곡선을 위주로 뒤쪽으로 갈수록 쿠페와 같은 인상을 주는 날렵한 비례감을 유지했다. 전면은 브랜드 최초로 전조등과 라디에이터 그릴을 잇는 디자인을 채택하고, 그릴 중앙에는 크라이슬러 엠블럼으로 브랜드 정체성을 표현했다.
전조등은 주간주행등 기능을 포함하고 날렵한 선을 이루고 있다. 후면은 트렁크 리드를 살짝 올려 공기역학을 고려함과 동시에 하단 범퍼를 수평라인으로 처리해 차량을 더욱 안정적이면서 넓어 보이게 했다.

시승차는 최고출력 184마력, 최대토크 23.9kg.m의 2.4리터 멀티에어2 타이거샤크 I-4 엔진이 들어갔다. 여기에 로터리 기어 변경 노브가 적용된 9단 자동변속기가 장착됐다.
크라이슬러 중형 세단 최초로 기어 변경을 할 수 있는 패들시프트 탑재 모델도 있지만, 시승차에는 없었다. 재규어와 흡사한 모습의 다이얼식 로터리 기어 노브는 올 뉴 크라이슬러를 상위 고급차 수준의 모델로 인식하기에 충분한 옵션이다. 또한 이로 인해 실내 공간이 더욱 여유로워진 것도 장점이다.

무엇보다 올 뉴 크라이슬러 200의 장점은 동급 최초로 적용된 9단 자동변속기로 기어비가 촘촘하게 구성돼 변속 충격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부드럽게 동력을 전달하는 것이다. 비록 짧은 거리의 시승이지만 급가속과 급출발 등이 포함된 테스트를 마친 후 측정한 시승차의 연비는 도심 10km/l, 고속도로 15km/l 수준을 기록했다.

디트로이트=김훈기 동아닷컴 기자 hoon14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