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웨덴 기업인 볼보버스는 왜 하필 싱가포르에서 이런 실험에 나섰을까.
지난달 22일 싱가포르 현지에서 만난 아카시 파시 볼보버스 수석부사장은 “싱가포르 정부와 NTU가 자율주행차에 대해 상용화까지 약속하며 적극적으로 투자를 유치하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지는 그의 설명은 다음과 같았다. “싱가포르 공무원들은 공무원이 아니라 사업가 같다.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기 위해 단순히 협력만 제안하는 게 아니라 비즈니스적인 관점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길도 마련한다.”
NTU와 볼보버스는 2016년부터 무인 전기버스를 공동 개발해왔다. 싱가포르 경제개발청이 먼저 볼보버스 측에 개발을 제안한 것이다. 단순히 공동 기술 개발을 넘어 싱가포르에서 볼보가 돈을 벌 수 있게 해주겠다는 패키지 제안을 한 것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2017년에 해외 기업들이 연구개발을 통해 성과를 내면 법인세를 면제해준다는 파격적인 내용도 발표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시범 운행 이후 실제 도로에서도 운행 할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없애겠다는 약속도 했다. 자율주행차를 실제 도로에서 시범운영할 수 있는 ‘자율주행전용 도로’가 실제 싱가포르 도심 곳곳에 생겨나고 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싱가포르는 다국적 컨설팅 기업 KPMG가 발표한 ‘2019년 자율주행준비성 평가’에서도 세계 2위에 올랐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정부의 자율주행 기술 관련 투자와 미래 비전, 규제 개혁, 인프라 평가 등에서 1, 2위를 차지했다. 자율주행 기술력 등을 평가한 분야에서는 15위에 그쳤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최신 기술을 가진 기업을 유치한 뒤 자국의 대학과 스타트업을 연계해 세계 최고의 자율주행 테스트베드로 만든 것이다.
수브라 수레쉬 NTU 총장은 “볼보버스와 협력한 이번 실험은 싱가포르의 첨단 기술을 세계에 보여준 성과로 연결됐다. 또 정부와 기업, 학계의 긴밀한 협력이 싱가포르와 기업 모두에 큰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했다.
박범준 코트라 싱가포르무역관 과장은 “한국에서 논란이 됐던 가상화폐 기술도 싱가포르는 이미 핵심 국가가 됐다. 싱가포르는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되면 성과여부를 떠나 최신 기술이나 제도를 적극 수용해 실험을 한다”고 강조했다. 예전엔 오프라인 매장 없이는 환전소 사업도 할 수 없었지만 최근에는 온라인에서 환전 신청을 하면 오토바이로 현금을 배송해주는 서비스까지 생길 정도로 싱가포르에선 정부를 등에 업고 새로운 사업모델이 속속 생기고 있다.
싱가포르=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싱가포르=변종국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