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19년 1∼3분기 손해보험회사 경영실적’에 따르면 올해 1∼3분기(1∼9월) 손보사들의 당기순이익은 2조199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6%(7166억 원)나 줄어들었다. 투자수익이 소폭 증가한 반면 보험영업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기 때문이다. 올해 1∼3분기 보험영업손실은 전년 동기(1조8054억 원)의 2배 수준인 3조7236억 원으로 껑충 뛰었다.
보험 종류별로 보면 실손보험 등 장기보험 영업손실(3조3471억 원)이 전년 동기보다 48.1% 늘었다. 판매 경쟁에 따른 사업비 지출과 실손보험금 지급 확대 등에 따른 것이다. 실손의료보험 손해율도 올해 상반기 기준 129.1%에 달했다. 자동차보험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자동차보험 영업손실(8240억 원)은 전년 동기(2044억 원) 대비 4배 수준으로 커졌다. 정비요금 인상, 한방 치료비 증가와 취업가능 연한 상향 조정으로 인한 보험금 원가 상승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그나마 금리가 높았을 때 사뒀던 우량채권 등 금융자산을 매각하면서 투자수익은 전년 동기보다 14.5%가량 늘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막대한 영업 손실을 메우기엔 역부족이었다. 조한선 금감원 손해보험검사국 상시감시팀장은 “단기 실적 방어를 위한 보유자산 매각은 투자수익률 악화 등 장기적으로는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면서 “손해보험사의 앞으로 수익개선 전망은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손보사들은 인력을 감축하는 등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섰다. 롯데손해보험은 자동차보험 전화영업(TM) 조직의 40%에 달하는 인원에 대해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NH손해보험도 최근 명예퇴직 신청을 받았다. 한화손보, KB손보도 앞서 희망퇴직을 단행한 바 있다.
보험료 인상 가능성도 있다. 이미 KB손해보험과 현대해상이 최근 보험개발원에 보험료율 검증을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타 손보사들도 요율 검증 신청을 검토하는 등 자동차보험료 인상 타이밍을 엿보고 있다. 통상 보험사들은 보험료 인상에 앞서 자체적으로 산정한 보험료 인상률이 적정한지 보험개발원의 검증 절차를 거치게 된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누가 스타트를 끊을지 눈치만 보고 있지만 결국 다들 보험료 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자동차 보험료를 조금 올린다고 해서 경영난을 해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손보사들은 올해도 두 차례 보험료를 인상했으나 손해율 상승을 막지 못했다. 보험연구원 송윤아 연구위원은 “보험회사의 2018년 진료비 지출이 전년 대비 11.7% 늘어났는데 특히 한방 의료기관에 지급한 진료비는 36.8%나 증가했다”며 “한의원의 추나 요법에 대한 세부 인정기준을 정비하는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