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국내 자동차 산업의 생태계가 붕괴 직전에 놓였다. 수출 등 해외 비중이 60%(지난해 60.8%)를 넘는 국내 완성차 업계가 해외 판매 실적 저조로 국내외 생산라인 가동을 잇달아 중단하면서 그 불똥이 부품업계 전반으로 옮겨붙고 있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자동차 부품업체의 연쇄 도산을 막기 위해 정부에 32조 원 이상의 유동성 지원을 요청했다.

현대자동차는 주력 해외시장들의 유통망이 큰 타격을 입었다. 유럽의 독일 스페인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를 비롯해 멕시코와 인도의 모든 영업망이 업무를 중단했다. 미국 등 일부 국가는 영업망이 가동되고 있지만 실제 문을 연 곳이 절반도 안 되는 데다 판매도 미미한 수준이다. 이 때문에 현대차는 재고 조절을 위해 13일부터 17일까지 울산5공장의 투싼 생산을 멈추기도 했다.

한국자동차산업연합회에 따르면 부품사들의 올해 만기 예정 채무는 2조4000여억 원, 1차 협력사가 2, 3차 협력사에 매출채권으로 발행하는 어음이 7조2000여억 원에 달한다. 어느 한 곳이라도 무너지면 도미노처럼 연쇄 도산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한국자동차산업연합회는 완성차 회사부터 부품사까지 운영자금과 대출 만기 연장, 수출금융 등 긴급 자금 32조8000억 원 지원을 정부에 요청한 상태다.
정부는 이르면 이번 주 5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자동차 등 기간산업에 대한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지만 미국 등 해외 주요국들이 선제적으로 대규모 유동성 공급에 나선 것과 달리 미온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업 대출과 회사채 매입에 2조3000억 달러(약 2800조 원)를 투입하고, 유럽과 일본도 최대 수천조 원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했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연합회장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수요절벽에서 우리 기업들이 생존하려면 무엇보다 유동성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형석 skytree08@donga.com / 세종=송충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