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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프 고급화’의 시작… 신형 그랜드 체로키 타보니

동아닷컴 김상준 기자
입력 2023-05-22 11:17:00업데이트 2023-11-06 14:19:02
지프 준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5세대 신형 그랜드 체로키를 최근 시승했다. 12년 만에 완전변경을 거쳐 신모델로 출시한 그랜드 체로키는, 지프가 추진하고 있는 ‘고급화’의 시작점으로 봐도 무방하다.

지프는 판매하는 전 라인업이 SUV로 구성된 ‘SUV 전문’ 브랜드다. 브랜드가 시작된 1941년에는 험로를 달릴 수 있는 군용 SUV를 만들며 브랜드를 알렸고 최근까지도 고급스러움보다는 자연 친화적이며 야생적인 콘셉트의 차량을 주로 제작해 왔다.

다만 최근 자동차 제조사들의 개발 트렌트가 고급화에 초점이 맞춰지고, 비슷한 성격의 랜드로버의 고급화 전략이 성공을 거두자 지프도 고급 SUV 제작에 공을 들이는 모양새다.

차량을 시승해보니 지프가 신형 그랜드 체로키를 출시하며 수많은 고민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 12년 만에 신모델을 출시한 데 따른 부담감, 완성도 높은 4세대 모델보다 더 나은 차량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중압감이 상당했던 것으로 보인다.

차량 성능을 먼저 평가해보면 5세대 그랜드 체로키의 성능은 4세대 대비 소폭 상승한 수준이다. 변속기의 반응이 빠르게 개선된 것을 제외하면 성능은 이전 세대와 비슷하다. 물론 4세대 그랜드 체로키의 성능이 준수했기 때문에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볼 수 있다.

험로를 주파하는 능력은 여전히 출중하다. 총 5단계로 세분된 차고 조절 장치 덕에 오프로드 주행 능력은 동급 SUV 중 최고 수준으로 볼 수 있다. 차 높이를 최대로 올리면 25cm 이상 높일 수 있어, 야지의 어지간한 돌들은 손쉽게 넘어간다고 보면 된다.

3.6ℓ 6기통 가솔린 엔진은 286마력, 35.1kg.m의 힘을 발휘한다. 큰 배기량 대비 엔진 성능이 출중하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일반적인 주행에서는 전혀 부족함이 없다. 저속과 고속에서 시종일관 유연한 승차감은 이 차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차 특유의 부드러운 주행 질감은 경쟁 모델인 독일차와 상반된 성향으로, 소비자 선호에 따라 취향이 나뉠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독일산 SUV보다 만족스러웠다.

성능과는 별개로 ‘차량의 고급화’는 차원이 다른 수준으로 진행됐다. 적당히 고급스러웠던 구형 모델 대비 신모델은 ‘고급 SUV’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 하이엔드 오디오 시스템으로 정평이 난 ‘매킨토시 오디오’가 탑재됐다. 청음 결과 고음역 구현이 명료해져 음악 감상이 즐거웠으며, 풍부한 저음과 서브우퍼의 성능은 그대로 유지됐다.

인테리어에 사용된 가죽 질감도 한층 부드러워져 프리미엄 브랜드 SUV들과 비교가 가능해졌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최신화 ▲통풍 시트 ▲오토 홀드 ▲능동형 크루즈 컨트롤 등 편의 기능도 풍성해져 신차답게 업그레이드가 됐다고 볼 수 있다.

외형 디자인은 매끄러웠던 구형 모델 대비 터프한 디자인으로 변경됐다. 디자인은 개인 취향의 영역이라 평가가 어렵지만, 개인적으로는 구형 디자인을 더 선호한다. 차체 길이가 95mm 길어졌고 그에 따라 2열 거주성과 트렁크 공간이 늘어났다. 2열은 준수한 승차감과 맞물려 편안한 공간감을 준다. 패밀리 SUV로서 손색없는 구성이다.

종합적으로 평가하면 신형 그랜드 체로키는 전과 다른 ‘고급 SUV’로 완벽하게 탈바꿈했다고 볼 수 있다. 지프의 지향점이 고급 SUV로 변화해 감에 따라 브랜드를 이끄는 차로 그랜드 체로키가 선정됐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 ▲차체 크기 ▲편의 장비 ▲승차감 등 여러모로 봐도 독일산 SUV들과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이다.

다만 구형 대비 큰 폭으로 오른 가격은 아쉬운 부분이다. 상품성은 일취월장했지만, 가격도 함께 올라 소비자들이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판매량이 부진 하자 지프는 최근 가격을 인하하는 조치를 취했다. 가격과는 별개로 그랜드 체로키는 ‘지프의 고급화’를 시작하는 모델로 평가하기 충분하다. 다만 소비자들이 ‘지프의 고급차’를 받아드리는 데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동아닷컴 김상준 기자 k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