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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희토류 절반 中의존… 수출통제에 車-반도체 ‘유탄’ 우려

김재형 기자
입력 2025-04-15 03:00:00업데이트 2025-04-15 05:44:47
ⓒ뉴시스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전쟁 격화에 따른 보복 조치로 4일부터 핵심 희토류 원소 7종에 대한 수출 통제를 본격화하면서 국내 산업계에 불똥이 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약 70%를 차지하는 중국의 이번 조치로 반도체, 전기차, 스마트폰 등 한국 첨단산업의 공급망에 구멍이 뚫릴 수 있다는 것이다.

14일 국내 산업계에 따르면 자동차, 반도체, 전자산업을 중심으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의 이번 조치는 수출 금지가 아닌 ‘허가 절차 추가’라는 형식을 띠고 있어 아직은 일시적 제한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허가 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출 통제를 시행하고 있어, 의도적으로 전면적인 수출 중단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희토류는 ‘4차 산업혁명의 쌀’ ‘첨단산업의 비타민’ 등으로 불리며 반도체, 전기차, 스마트폰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된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중국은 2023년 기준 전 세계 희토류 매장량의 38%를 보유하고 있으며, 생산량은 전체의 68.6%를 차지한다. 특히 중국은 원자량이 높아 산업적 가치가 높은 중희토류 금속의 99%를 공급하고 있다. 연간 20만 t가량인 희토류 자석도 생산량의 90%가 중국에서 나온다. 이에 따라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가 장기화할 경우 글로벌 첨단산업계에 커다란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광해광업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으로 수입된 희토류의 50.8%(수입액 기준)가 중국산이다. 특히 현대자동차와 기아 등은 전기차 핵심 부품인 전기모터 생산에 필수적인 디스프로슘과 테르븀의 공급 차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반도체 산업에서도 이트륨은 반도체 성능 향상을 위한 도핑용 원료로,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색 필터와 형광체 등에 소량 활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국내 산업계는 과거의 학습효과를 바탕으로 충분한 재고를 확보해 둔 덕분에 당장 큰 타격이 발생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10년 중국이 일본과의 영토 분쟁 과정에서 희토류 수출을 7주간 중단해 가격이 4배 이상 급등한 바 있다. 이후 국내 기업들은 공급처를 다변화하고 전략적으로 재고를 확보하는 데 집중해 왔다. 이에 따라 2015년 61.3%에 달했던 중국산 희토류 수입 비중은 10년 사이 10%포인트 이상 감소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산업공급망 점검 회의를 통해 “국가 비축물자인 디스프로슘과 이트륨은 6개월 이상 비축하고 있다”며 “호주, 베트남 등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희토류 저감·대체·재활용 기술 개발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