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 고장나, 여분 있나요” 美서 단톡방 올리자 협력사 40여곳 줄줄이 답변

웨스트포인트·애틀랜타=김형민 기자
입력 2025-04-18 03:00:00업데이트 2025-04-18 03:00:00
2일(현지 시간) 찾아간 미국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의 현대모비스 조지아 공장. 현대자동차그룹과 협력업체 사이의 협업이 잘되고 있는지를 묻자, 윤창주 법인장은 대뜸 자신의 휴대전화를 기자에게 보여줬다. 그가 보여 준 휴대전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대화방 안에는 현대차그룹과 협력하면서 미국에 생산 시설을 만든 국내 기업 법인장 40여 명이 들어와 있었다.

며칠 전 한 협력업체 법인장은 생산 시설 부품이 고장 나자 이 사실을 단체 대화방에 공유했다. 해당 부품을 쓰는 다른 회사가 있는지 수소문하려는 것이다. 협력업체 법인장들은 저마다 자신이 소속된 공장에서 사용하는 부품인지 확인한 후 정보를 공유했다. 윤 법인장은 “협력업체들이 현대차그룹을 중심으로 협력 관계를 맺어 한 몸처럼 움직이고 있다”며 “이는 미국이나 유럽, 일본 기업에서 볼 수 없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미국에 동반 진출한 현대차그룹의 1차 협력사는 약 49곳이다. 이 중 생산 시설을 미국에 만든 협력업체가 25곳이다. 현대차그룹의 미국 동남부 자동차 밸류체인 완성의 한 축을 협력업체들이 담당하는 것이다. 1일 방문한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굵직한 1차 협력사들이 몰려 있었다. 현지에서 만난 김회승 KOTRA 애틀랜타 무역관 과장은 “자동차 시장 격전지인 미국에 생산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중견 중소 부품업체의 가치가 오르는 만큼 다른 제조사로 판로 확장에도 유리하다”고 전했다.

조지아주 정부에 따르면 조지아에 있는 한국 중견 중소기업의 생산 시설은 총 110곳이다. 이들은 조지아에서 2만1400여 개의 직간접적인 일자리 창출에 기여했다. 현대차그룹을 포함해 한국 기업이 조지아에 투자한 누적 규모는 240억 달러(약 34조 원)다. 현대차그룹의 미국 진출이 국내 중소기업의 미국 진출에 포문을 연 셈이다.

미국에 진출하고 싶어 하는 국내 중견 중소기업은 지금도 적지 않다. 제조 시설을 만드는 것을 넘어 거대한 미국 판매망에 참여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다. 다만 현지 기업 관계자들은 각종 혜택과 입지 여건 등을 신중하게 검토한 뒤 미국 진출을 결정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이경철 미주한인상공회의소총연합회장은 “같은 주에 진출한 한국 기업인데 받는 혜택이 다른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며 “미국에 투자하는 한국 기업이 받을 수 있는 지원 항목을 꼼꼼히 따져보고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웨스트포인트·애틀랜타=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