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우디 제다 인근 킹 살만 자동차산업단지에 중동 첫 생산기지를 착공한 현대차는, 국부펀드(PIF)와의 합작을 통해 전기차와 내연기관차를 아우르는 현지 생산 체제를 구축한다.
이를 통해 자동차 산업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려는 사우디의 목표에 동참하는 동시에, 중동 전역으로 확장 가능한 ‘차량 생산·판매 벨트’ 구축에 속도를 낸다는 전략이다.
현대차는 지난 14일(현지시간) 사우디 제다 인근 킹 살만 자동차산업단지에서 중동 지역 최초의 생산기지인 ‘현대차 사우디 생산법인(HMMME)’ 착공식을 열고, 본격적인 현지 생산 체제 구축에 돌입했다.
이번 공장은 현대차와 PIF가 각각 30%, 70%의 지분을 보유한 합작 형태로 설립됐다. 내년 말부터 연간 5만대 규모로 전기차와 내연기관차를 함께 생산하는 혼류 생산 체제를 갖출 예정이다.
현대차는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사우디에서 차량을 제조하고, 현지 밸류체인을 구축함으로써 산업 전반에 미치는 파급 효과를 확대할 방침이다.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PIF는 자동차 산업을 발전시키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며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사우디에서 자동차를 제조하고 밸류체인을 만들면,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비전2030’에도 기여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고 강조했다.
사우디 정부는 ‘비전2030’을 통해 석유 중심의 경제 구조에서 탈피해, 비(非)석유 산업의 비중을 대폭 확대하고자 하고 있다.
이 전략은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주도하는 국가 차원의 중장기 개혁 계획으로, 제조업과 관광, 엔터테인먼트, 첨단산업, 수소경제 등을 핵심 성장 동력으로 설정했다.
특히 사우디는 자동차 산업을 국가 핵심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으며,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과 글로벌 파트너십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차 역시 이 같은 산업 전환 기조에 적극 호응하고 있다. 지난해 사우디 시장에서 13만6000대를 판매한 데 이어, 올해는 14만 대 달성을 목표로 삼고 있다.
올해 1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한 3만5000대를 판매하며 시장 점유율 16.1%를 기록, 토요타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전동화 부문에서도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현대차는 중동 전체 시장에서 올해 1분기 친환경차 1만 대 이상을 판매해 전년 대비 55.2% 증가한 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비전2030이 추진 중인 친환경차 확산 전략과도 맞물린 성과다.
또한 현대차는 수소 모빌리티 분야에서도 사우디와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사우디가 비전2030을 통해 청정 수소 생산 허브로 도약하려는 가운데, 현대차는 수소차 기술력을 바탕으로 수소 상용차 공급, 충전 인프라 구축 등 다각적인 협력을 추진 중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사우디 공장은 단순한 생산기지를 넘어, 중동 시장 전반을 아우르는 전략적 거점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다(사우디아라비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