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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차 시승기]자신감 붙은 ‘르노코리아’… 하이브리드 2종 공략

정진수 기자
입력 2025-05-20 19:00:00업데이트 2025-05-21 08:06:33
르노코리아는 이전부터 확실히 위기에 강한 면보를 보여왔다. QM3·SM6·QM6로 이어지는 계보는 당시 르노삼성을 지하 목전에서 끄집어 냈다. 세단 판매가 주춤한 사이 QM3는 소형 SUV 시장을 선도했고, SM6도 가솔린·디젤 투트랙 전략으로 성공을 이었다. QM6의 경우 국내 시장에서 치열하게 전개됐던 SUV 경쟁 속에 살아남으며 다시 한번 저력을 과시했다.

현재는 그야말로 ‘격세지감’. 가솔린부터 디젤·LPG를 섭렵한 르노코리아가 고도화된 하이브리드 기술력을 뽐내는 순간이 왔다. 아르카나 하이브리드 E-테크와 그랑 콜레오스 E-테크 하이브리드가 그 주인공이다. 쿠페형 SUV 아르카나의 경우 젊은층을 공략한다면 그랑 콜레오스는 여가 활동을 즐기는 가족들을 위해 최적의 대안을 제시한다.

최근 만나 본 아르카나는 날렵한 외형이 인상적이었다. 쿠페형 SUV 특유의 루프 라인과 스포티한 범퍼는 역동성을 가미했다. 개성을 중시한다면 분명 만족도 높은 디자인 요소다. 외관에 장착된 로장주 엠블럼과 차명이 바뀌면서 신차 느낌도 전해졌다.

실내에 들어서면 넒은 공간감과 마주할 수 있다. 쿠페형 SUV의 경우 뒷좌석 헤드룸이 부족한 경우가 많은데 아르카나는 비교적 이를 잘 극복한 편이다. 성인 남성이 앉아도 무릎 공간과 머리 공간이 크게 불편하지 않다. 2720mm의 휠베이스 덕분이다.

트렁크 공간도 인상적이다. 2열을 접지 않아도 비행기 화물용 캐리어 3개는 충분히 들어갈 공간이 나온다. 아르카나는 480리터의 기본 용량에 더해 ‘더블 트렁크 플로어’ 구조로 적재 공간 활용성을 높였다. 더블 트렁크 플로어는 화물을 분리할 때 플로어 아래 공간을 사용할 수 있어 유용하다.

아르카나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1.6리터 가솔린 엔진과 두 개의 전기 모터를 조합한 직병렬 방식이다. 시동을 켜는 순간,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다. 특히 저속에서는 전기 모터만으로 작동돼 마치 전기차를 타는 듯한 정숙함을 제공한다. 르노는 이 시스템에 F1 기술을 접목했다고 하는데, 실제 주행 시 모터와 엔진의 전환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매끄럽다.

서스펜션은 다소 단단하게 세팅돼 있지만, 불쾌한 충격은 없었다. 과속방지턱이나 요철을 넘을 때도 서스펜션이 충격을 효과적으로 흡수하며 실내는 안정감 있게 유지된다. 특히 고속 구간에서는 직진 안정성이 돋보였고, 차선 변경 시 롤링이 적어 운전자가 느끼는 피로도가 낮았다. 고속도로에서는 첨단 사양인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나 차선 유지 보조 장치를 적절히 활용할 수도 있었다.

시승 당일 서울 강남 뱅뱅사거리에서 경기도 평택까지 왕복 약 100km 가까이 주행했는데, 최종 연비는 18.1km/ℓ가 찍혀 있었다. 고속도로와 도심 주행 비율은 6대 4 수준이었다. 공인 복합 연비인 17.4km/ℓ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도심 정체구간에서 EV 모드 주행 비율이 높은 점도 한몫했다. 이 차량은 도심 주행 시 최대 75%까지 전기 모터로만 주행이 가능하다. 출퇴근처럼 정체가 많은 환경에서는 유류비 절감 효과가 확실할 것으로 보인다.

아르카나 하이브리드가 감각적인 스타일과 실용성을 동시에 원하는 소비자층에게 이상적인 선택지라면 그랑 콜레오스는 일상과 여행을 모두 만족시키는 패밀리 SUV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정숙함과 널찍한 공간, 그리고 뛰어난 승차감이 한 데 어우러져 있다.

그랑 콜레오스는 세련미가 넘친다. 디자인 완성도는 역대 최고 수준으로 끌어 올렸다. 중앙의 라디에이터 그릴에는 위로 갈수록 고급스러움의 상징인 다이아몬드 패턴 크기가 작아지는 세밀한 디자인을 채택했다. 전·후면의 번호판 주변과 범퍼에도 다이아몬드 패턴이 적용됐다. 고급스러운 디자인의 방점을 찍는 건 운전석에서 동승석 대시보드까지 이어지는 오픈R 파노라마 스크린이다. 12.3인치 디스플레이 3개가 매끄럽게 연결되면서 시인성을 높이는 동시에 말끔한 인상을 전달했다. 각각의 디스플레이는 독립적으로 기능하면서도 상호 연결돼 있어 운전자·동승자 모두의 편의성을 한층 높였다.

패밀리 SUV 답게 실내 공간도 여유롭다. 전장은 4780㎜, 전폭은 1880㎜로, 경쟁 차량인 쏘렌토(전장 4815㎜)·싼타페(4830㎜)와 비슷한 크기를 자랑한다. 축거의 경우 2820㎜로 두 차종(각 2815㎜)을 앞선다. 그랑 콜레오스 하이브리드 승차감은 ‘편안하다’는 말로 요약된다. 단순히 부드럽게 떠다니는 타입이 아니라, 차체 하중을 잘 잡아 안정적으로 차체를 이끌었다. 과속방지턱이나 요철을 넘을 때 1차 충격은 확실히 걸러주고 2차 진동은 빠르게 억제돼 실내에서의 흔들림이 짧았다. 노면 소음과 풍절음도 잘 차단됐다. 시트는 푹신함보다는 단단함 속의 지지력이 강조돼 장거리 운전 시 허리가 덜 피곤했다. 2열도 리클라이닝이 가능해 탑승자의 체형에 맞게 조절할 수 있고, 등받이 각도도 적절히 누워 있어 장거리 여행에 적합하도록 설계됐다.

주목할 점은 내연기관 개입이 매끄러워 동승자들은 하이브리드라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할 정도였다. 특히 도심이나 가까운 거리는 배터리 동력만을 이용해 주행할 수 있어 전기차의 감성도 즐길 수 있다. 주행 성능도 꽤 만족스러웠다. 이 차는 운전자 의도대로 잘 따라와줬다. 가속 페달을 밟는대로 망설임 없이 쭉 뻗어 나갔다. 역동적인 주행 성능은 고성능 SUV를 떠올리게 했다. 그랑 콜레오스 E-테크 하이브리드는 동급 최고 수준 245마력의 시스템 출력을 발휘해 강력한 주행성능을 자랑한다. 100kW 구동 전기 모터와 60kW 고전압 시동 모터로 이루어진 듀얼 모터 시스템인 동급 최대 용량의 1.64kWh 배터리를 탑재했다.

연료 효율성은 그랑 콜레오스 가솔린 모델 대비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도심과 외곽을 오가는 80km 시승을 마친 후 연비는 17.9km/ℓ를 기록했다. 공인 복합연비(15.7km/ℓ)를 가뿐히 넘은 것이다.

아르카나와 그랑 콜레오스 모두 안정성도 입증했다. 지난해 자동차안전도평가(KNCAP)에서 나란히 1등급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그랑 콜레오스는 ▲충돌 안정성 53점(88.4%), ▲외부통행자 안전성 16.8점(84.1%), ▲사고예방 안전성 17.1점(85.5%)으로 총 86.9점을 기록했다. 이는 함께 평가받은 차종 중 가장 높은 성적이다.

특히 측면충돌 안전성, 지능형 최고속도 제한장치, 차로유지 지원장치 등 세부 평가 항목에선 만점을 기록하며 안전한 패밀리카 기준을 새로 정립했다.

최근 새롭게 선보인 2026년형 아르카나 충돌안전성 부문에서 60점 만점으로 1등급을 획득했고, 유럽 자동차 안전도 평가인 유로 NCAP에서도 최고 등급을 받았다.

정진수 기자 brjean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