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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모터스포츠, 국가 R&D 첫 진출… 자율주행 기술개발 한축 맡는다

정진수 기자
입력 2025-08-08 19:33:22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는 R&D 과제인 ‘E2E 기반 미래모빌리티 플랫폼 기술개발’ 컨소시엄에 국내 유일 포뮬러 개발 회사인 포뮬러매니지먼트컴퍼니(이하 FMC)가 최종 선정됐다. 이는 한국 모터스포츠 역사상 첫 국가 연구개발 과제 참여 사례다. 산업계는 물론 학계와 연구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모터스포츠 산업의 기술적 확장과 제도적 기반 마련의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FMC는 해당 과제를 통해 고속·고성능 자율주행 레이싱 플랫폼(포뮬러) 개발을 담당하게 된다. E2E 자율주행 AI 학습을 위한 시뮬레이션 기술 및 고품질 주행 데이터 제공을 목표로 한다. 실도로 수준의 고속 주행 환경에서 수집된 데이터는 대규모 자율주행 파운데이션 모델 학습에 활용될 예정이다.

이번 FMC 선정은 모터스포츠가 국가 기술개발 체계 속에서 R&D 주체로 공식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가 크다. 그동안 국내 모터스포츠 산업은 시장 규모와 기술 역량 면에서 해외에 비해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던 게 사실이다. 특히 내연기관 중심의 기술 개발에서는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번 과제의 핵심인 자율주행 기술 분야에서는 글로벌 경쟁 여건이 새롭게 조성되고 있다. 미국 IAC(Indy Autonomous Challenge), 아부다비 A2RL(Autonomous Racing League) 등도 최근 들어 포뮬러 레이싱을 활용한 자율주행 기술 경연을 활성화하기 시작했다. 국내 대학들도 IAC에 참여해 좋은 성과를 낸 바 있다.

○ 국내 최초 인증 KF1600 플랫폼 실증 검증

FMC는 이번 과제를 통해 그간 자체 개발해온 국내 최초 인증 포뮬러 차량인 KF1600을 활용할 방침이다. 현재 사용 중인 KF1600KDH03V의 후속 모델인 KF1600KDH04V를 새롭게 제작, 실증을 거쳐 자율주행 AI 학습에 최적화된 데이터를 수집·제공할 계획이다.

또한, FMC는 이번 과제를 기반으로 보유 중인 FIA F4, FIA F3 플랫폼에 대한 추가 연구개발도 이어가며 상위급 포뮬러 자율주행 기술로의 확장 가능성을 모색할 예정이다.

○ 모터스포츠 기술 ‘산업화’ 물꼬

이번 프로젝트는 2025년부터 2027년까지 3년간 진행된다. 컨소시엄에 참여한 기관들이 각자의 전문 영역에서 협업해 결과물을 도출하게 된다. FMC는 이번 과제를 통해 모터스포츠 기술이 자율주행이라는 국가 핵심 기술개발 분야에서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증명하고, 국내 모터스포츠가 산업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전환점을 만들겠다는 포부다.

○ ‘한국형 모터스포츠 밸리’ 필요

업계에선 이번 사례를 계기로 한국도 모터스포츠 산업 생태계를 체계적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영국 실버스톤에 조성된 ‘모터스포츠 밸리’는 8개의 F1 팀을 포함한 4000여 개 기업, 약 4만5000명의 종사자가 모터스포츠 연구개발에 집중하며 연간 약 16조 원(90억 파운드)에 이르는 산업 규모를 자랑한다.

한국 역시 이번 국가 과제를 기점으로, 정부와 민간이 함께 R&D, 인재 육성, 인프라 구축이 융합된 모터스포츠 산업 거점 조성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FMC 관계자는 “그동안 열악했던 국내 모터스포츠 산업에 있어 이번 과제는 기술적·산업적 도약을 이룰 수 있는 실질적 기회”라며 “포뮬러 플랫폼을 활용한 고속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통해 글로벌 모터스포츠 기술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진수 기자 brjean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