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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엔솔, 벤츠와 15조 전기차 배터리 계약… 기술로 中 넘는다

이민아 기자
입력 2025-09-04 04:19:05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애리조나주 퀸크리크에 짓고 있는 애리조나 공장. LG에너지솔루션 제공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애리조나주 퀸크리크에 짓고 있는 애리조나 공장. LG에너지솔루션 제공
LG에너지솔루션이 메르세데스벤츠와 약 15조 원 규모로 추정되는 전기차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총 계약 물량이 100GWh가 넘는 대규모 계약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해 10월 벤츠로부터 약 7조 원 규모로 추정되는 물량을 따낸 이후 1년 만에 전해진 추가 수주 소식이다.

● 차세대 배터리 ‘46시리즈’ 쾌거

LG에너지솔루션의 46시리즈 원통형 배터리.LG에너지솔루션의 46시리즈 원통형 배터리.
LG에너지솔루션은 벤츠와 2건의 전기차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3일 공시했다. 메르세데스벤츠 계열사에는 미국에서 2029년 7월부터 2037년 12월까지 75GWh 규모를, 메르세데스벤츠 AG에는 유럽에서 2028년 8월부터 2035년 12월까지 32GWh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고객사와의 협의에 따라 공시 내용 외 추가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으나, 업계에서는 2건의 계약 공급 제품이 LG에너지솔루션의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인 46시리즈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46시리즈는 지름 46mm, 높이 80∼120mm 규격의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다. 기존 원통형 배터리 표준인 2170(지름 21mm·높이 70mm)보다 에너지 용량과 출력이 5배 이상 높고, 공간 효율성이 뛰어난 것이 장점이다. 공정 시간과 비용도 아낄 수 있어 가격 경쟁력도 더 높다는 평가다.

이번 벤츠와의 계약은 지금까지 발표한 46시리즈 공급 계약 중 가장 큰 규모다. 이번 계약 물량인 100GWh는 전기차(70kWh 기준) 약 150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관련 업계에서는 배터리 가격이 1kWh당 90∼110달러 선에서 형성된 점을 고려해 계약 금액을 15조 원 안팎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난해 벤츠와 총 50.5GWh 규모로 진행된 배터리 공급 계약도 46시리즈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와 잇따라 계약

자료: 업계 종합자료: 업계 종합
이번 계약은 중국 업체들과의 치열한 경쟁 끝에 거둔 성과다. 벤츠는 그동안 CATL, 파라시스 등 중국 배터리 기업들과의 협력을 확대해 왔다. 이번 수주전에서도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업체와 LG에너지솔루션이 막판까지 치열한 경쟁을 벌였는데, 46시리즈의 기술력을 인정받은 것이 수주 성공의 비결로 전해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벤츠 외 고객사와 46시리즈 공급 계약을 잇달아 맺고 있다. 지난해 11월 미국 전기차 시장의 신흥 강자 리비안과 67GWh 물량의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올해 6월에는 중국 체리자동차와 6년간 총 8GWh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한국 배터리 업체가 중국 완성차 업체를 대상으로 한 첫 대규모 공급 계약이었다.

최근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등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미국 내에 선제적으로 현지 생산 역량을 구축한 것도 이번 수주 성공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애리조나에 36GWh 규모의 원통형 제품 전용 생산 공장을 건설 중이다. 공장이 완공되면 내년부터 이곳에서 46시리즈 양산을 시작한다. 이날 공시된 계약 중 판매·공급 지역이 미국인 75GWh 물량은 미국 애리조나 공장에서 생산된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이번 계약이 저가 공세로 점유율을 확대하며 ‘K-배터리’를 위협하던 중국 업체의 약진에 제동을 거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이민아 기자 om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