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차세대 배터리 ‘46시리즈’ 쾌거

LG에너지솔루션은 “고객사와의 협의에 따라 공시 내용 외 추가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으나, 업계에서는 2건의 계약 공급 제품이 LG에너지솔루션의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인 46시리즈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46시리즈는 지름 46mm, 높이 80∼120mm 규격의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다. 기존 원통형 배터리 표준인 2170(지름 21mm·높이 70mm)보다 에너지 용량과 출력이 5배 이상 높고, 공간 효율성이 뛰어난 것이 장점이다. 공정 시간과 비용도 아낄 수 있어 가격 경쟁력도 더 높다는 평가다.
이번 벤츠와의 계약은 지금까지 발표한 46시리즈 공급 계약 중 가장 큰 규모다. 이번 계약 물량인 100GWh는 전기차(70kWh 기준) 약 150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관련 업계에서는 배터리 가격이 1kWh당 90∼110달러 선에서 형성된 점을 고려해 계약 금액을 15조 원 안팎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난해 벤츠와 총 50.5GWh 규모로 진행된 배터리 공급 계약도 46시리즈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와 잇따라 계약

LG에너지솔루션은 벤츠 외 고객사와 46시리즈 공급 계약을 잇달아 맺고 있다. 지난해 11월 미국 전기차 시장의 신흥 강자 리비안과 67GWh 물량의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올해 6월에는 중국 체리자동차와 6년간 총 8GWh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한국 배터리 업체가 중국 완성차 업체를 대상으로 한 첫 대규모 공급 계약이었다.
최근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등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미국 내에 선제적으로 현지 생산 역량을 구축한 것도 이번 수주 성공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애리조나에 36GWh 규모의 원통형 제품 전용 생산 공장을 건설 중이다. 공장이 완공되면 내년부터 이곳에서 46시리즈 양산을 시작한다. 이날 공시된 계약 중 판매·공급 지역이 미국인 75GWh 물량은 미국 애리조나 공장에서 생산된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이번 계약이 저가 공세로 점유율을 확대하며 ‘K-배터리’를 위협하던 중국 업체의 약진에 제동을 거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이민아 기자 om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