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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車관세 역전, 한미FTA 이후 처음…“매달 5000억원 추가 부담”

세종=정순구 기자 , 도쿄=황인찬 특파원
입력 2025-09-05 19:40:34 업데이트 2025-09-05 20:58:08
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일 무역 합의 이행을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함에 따라 이르면 다음 주부터 미국 시장에서 한국이 일본보다 10%포인트 높은 자동차 관세율을 적용받게 됐다. 한일 양국의 자동차 관세율 역전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처음이다.

한국산 자동차 관세 인하가 지나치게 늦어지면 한국 차의 가격 경쟁력이 일본에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美日 투자 MOU에 ‘미국이 투자처 선정’ 명시

4일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에는 자동차 관세율 15% 확정과 더불어 일본 정부가 요구해 온 ‘합산 15%’ 상호관세율 조건도 포함됐다. 그간 미국은 일본의 기존 관세에 상호관세율 15%를 더하려 했고, 일본은 모두 합쳐 ‘합산 15%’를 주장해 왔다. 5500억 달러 투자펀드와 관련해선 행정명령에 ‘일본이 미국에 5500억 달러를 투자하고, 투자처는 미국이 정한다’는 문구만 넣었다. 이어 아카자와 료세이(赤澤亮正) 경제재생상과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이날 미 워싱턴에서 대미 투자와 관련해 양해각서(MOU)에 서명해 투자를 보다 구체화했다.

일본 정부에 따르면 대미 투자처는 미 정부의 ‘투자위원회’가 추천한 것 중에서 미국 대통령이 선정키로 했다. 또 일본이 ‘자금 제공’을 거부할 수 있지만 미국과 미리 협의해야하고, 때에 따라 미국이 대일 관세를 인상할 수 있다는 내용도 각서에 담겼다. 다만 미국과 이견이 있던 펀드의 조달 방식과 관련해 아카자와 경제재생상은 “투자, 대출, 대출 보증을 최고 5500억 달러로 제공하는 것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는 이날 취재진을 만나 관세 인하를 위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냈다며 “함께 미일 관계의 황금시대를 열어가고 싶다. 그리고 일본에 트럼프 대통령을 초대하고 싶다”는 내용을 담았다고 소개했다.

● 10년 만에 韓日 대미 관세 역전

일본이 먼저 자동차 관세 인하 적용을 받게 됨에 따라 한미 FTA에 따라 자동차 관세 0%가 적용된 2016년 발표 이후 약 10년 만에 한국이 일본보다 대미 자동차 관세율이 10%포인트 높은 역전 현상이 벌어지게 됐다. 그간 일본 자동차 대미 관세율이 한국보다 2.5%포인트 높았다.

한국도 7월 30일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등을 조건으로 25%의 자동차 품목 관세를 15%로 낮추는 데 성공했지만 이행을 위한 미국의 행정명령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투자 구체화 압박이 있었지만 세부 내용에 대한 이견으로 무역합의 문서화가 미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

일본 자동차 관세 인하 적용에 우리 정부의 부담도 커졌다. 통상당국은 장관급 회담 추진 방안까지 열어두며 미국, 일본 동향을 파악 중이다. 다만 ‘속도보다 국익’이라는 측면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한다는 기류가 크다.

자동차 업계는 수출 손실과 관세 부담 우려가 크다. 미국 승용차 수입 시장에서 한일 점유율 격차는 2016년만해도 일본이 12.4%포인트 앞섰지만 지난해 1.3%포인트 차로 좁혀진 상태다. 한미FTA 효과와 고급화 노력 덕이었다. 하지만 올해 4월 25% 관세 부과 이후 자동차 대미수출은 전년대비 3.5%, 자동차부품은 14.4% 급감하며 관세 타격이 현실화 되고 있다. 1~7월 기준으로는는 대미 자동차 수출은 15.1% 감소했다. 여기에 일본과의 가격 경쟁 부담까지 얹게 된 셈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자동차 대미 수출액은 347억 달러, 자동차 부품 수출액은 82억 달러에 달한다. 관세율을 10%포인트 인하가 늦어지면 매달 약 3억6000만 달러(약 5000억 원)를 추가 부담해야 한다.

장상식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유럽연합(EU)도 자동차 관세 인하 조건(시장 개방 법안 입법화)을 진행 중이라 곧 자동차 관세 인하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며 “관세 인하소급 적용 등 미국과 협의를 잘 완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