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날 뮌헨 시내 곳곳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인파로 가득했다. 시야에 들어오는 차량들마다 사람들로 빼곡히 둘러싸여 있었다. 개막 첫날 이른 시간부터 각 브랜드 오픈스페이스에는 전 세계에서 모여든 취재진과 업계 관계자를 비롯해 일반 관람객까지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각 업체들은 신차 공개와 자사 브랜드의 경험과 가치를 전하며 대중과 소통했다.

오데온 광장에서는 단연 폴크스바겐 오픈스페이스가 가장 많이 붐볐다. ‘모두를 위한 모빌리티’라는 주제 답게 이동 약자를 위한 세심한 배려가 돋보였다. 관람객을 위한 바닥 유도 시스템과 점자 안내, 휠체어 접근이 가능한 구조를 갖췄으며 시각적으로 가독성이 높은 고대비 서체를 사용하는 등 모두를 위한 접근성 구현에 집중했다.
체험 중심의 전시 구성 또한 눈길을 끌었다. GTI 레이싱 시뮬레이터를 비롯해 어린이 대상 체험 프로그램, 재활용 가능한 혁신 소재를 소개하는 전시도 마련돼 친환경성과 즐길 거리를 동시에 제공했다.
현장에는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신차도 대거 등장했다. ID. 크로스와 신형 티록이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독일 프리미엄 패션 브랜드 보그너의 서브 브랜드 ‘파이어 앤 아이스’와 협업한 ID.3 GTX 파이어 앤 아이스 스페셜 에디션도 전시됐다. 이 모델은 1990년대 폴크스바겐 팬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던 전설적인 골프 II 파이어 앤 아이스와 나란히 전시돼 세대를 잇는 상징적 의미를 더했다.
또한, 뉘르부르크링 24시간 레이스에서 첫 공개된 골프 GTI 에디션 50도 뮌헨 무대에 올랐다. 최고출력 325마력(239kW)을 발휘하는 이 모델은 역대 가장 강력한 양산형 GTI로 평가받는다.

폴크스바겐 부스에서 대각선 방향으로 올라가다 보면 포르쉐와 아우디의 대형 오픈 스페이스가 나란히 펼쳐져 있다. 약 1000㎡ 규모를 자랑하는 포르쉐 부스는 상징적인 ‘도약하는 말’ 모양의 크레스트(문장)를 지붕 형태로 설치해 멀리서도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았다. 크레스트는 터보 모델 특유의 고급스러운 메탈릭 그레이 색상 ‘터보나이트’로 마감됐다. 앞으로 다양한 글로벌 행사에서 활용된다는 게 포르쉐 측 설명이다.
911 역사상 가장 강력한 ‘터보 S’ 모델이 중앙에 전시돼 있었고, 지난달 포르쉐코리아가 한국 고객을 위해 들여온 올리브 네오 색상의 911 스피릿 70도 함께 무대를 빛냈다. 완전 전기차인 마칸 4와 타이칸 GTS, 카이엔 E-하이브리드 블랙 에디션 역시 많은 관심을 받았다.

룩셈부르크 진출 75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911 GT3 투어링 패키지 모델도 전시됐다. 포르쉐 맞춤형 제작 부서인 존더분쉬 프로그램을 통해 탄생한 이 차량은 700시간 이상의 작업이 수반됐다. 덕분에 존더분쉬 역사상 가장 정교한 작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어린이들을 위해 슈투트가르트의 마스코트인 말(Rössle)에서 영감을 받은 회전목마도 무료로 운영됐다. 포르쉐는 현장 정수기를 통해 제공되는 물 1리터당 2유로를 관련 단체에 기부하는 등 안전한 식수 및 위생 인프라 구축을 지원하는 활동도 펼쳤다.

바로 옆에서는 ‘아우디 콘셉트 C’를 보기 위한 긴 줄이 펼쳐졌다. 콘셉트 C는 브랜드의 새로운 디자인 철학을 가장 순수하게 담아낸 모델로, 최근 밀라노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된 이후 IAA 모빌리티 2025 무대를 통해 더 많은 대중과 만났다.
순수 전기 스포츠카 형태로 제작된 이 모델은 아우디 디자인 언어와 인테리어 경험의 미래를 보여준다. 명료함, 기술적 정교함, 지능적 설계, 감성적 요소 등 네 가지 원칙이 아우디의 미래 디자인 방향성을 이끈다.

고즈넉한 공원 레지덴츠가르텐에는 메르세데스-벤츠 오픈 스페이스가 조성돼 있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압도적인 크기의 새로운 라디에이터 그릴 조형물이 이목을 집중 시켰다. 브랜드 상징인 삼각별 엠블럼은 LED로 빛났다. 기술력과 혁신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전시장 콘셉트였다.

오픈스페이스 중심에는 올-일렉트릭 GLC 플래그십, CLA 슈팅 브레이크, AMG GT XX 콘셉트카 등 3대의 핵심 모델이 관람객들의 발길을 끊임없이 이끌었다. GLC는 800볼트 아키텍처, 330kW DC 급속충전, 최대 360kW의 출력을 제공하며 메르세데스-벤츠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전기차로 거듭났다.

막스-요제프 광장에서는 BMW 오픈 스페이스가 관람객을 맞이했다. BMW는 미래 전기차 전략인 ‘노이어 클라쎄’ 첫 양산 모델인 iX3를 색상별로 5대 전시해 어디서든 차량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장에는 전문 큐레이터가 배치돼 iX3 특성과 함께 처음 적용된 양방향 충전 기술에 대해 설명하며 이해를 도왔다. iX3는 최대 주행 거리 805km, 최대 충전 속도 400kW의 성능을 갖춰 이번 IAA에서 기대를 한 몸에 받은 차 중 하나다.
현대자동차그룹도 4년 만에 유럽 무대에 복귀했다. IAA 오픈 스페이스가 침체됐던 모터쇼의 부활을 이끈 중심축으로 평가받는 가운데 현대차그룹도 미래 전략을 선보이며 그 일원으로 합류한 것이다.

현대차는 루트비히 거리 한가운데에 아이오닉 디자인 요소인 ‘파라메트릭 픽셀’에서 영감을 받은 유리 구조물을 설치하고, 소형 전기 콘셉트카(콘셉트 쓰리)를 전시해 자사의 혁신적인 전동화 기술을 소개했다. 기아는 EV3, EV4, EV6, EV9 등 전기차 라인업과 EV2 콘셉트, 목적기반차량(PBV)인 PV5 패신저 모델을 함께 선보였다. 현대차와 기아는 별도 시승 공간도 마련해 유럽 현지 소비자들에게 자사 전기차의 상품성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외에도 독일 진출 100주년을 맞은 포드와 르노, 폴스타 등도 주요 전략 차종을 전시하며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했다.

모터쇼 제2의 전성기
IAA 참가 대폭 증가
전통적인 자동차 전시회의 한계를 돌파한 ‘오픈 스페이스’가 침체됐던 모터쇼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더 이상 관람객 수에 연연하지 않고, 도심 한복판에서 브랜드와 대중이 직접 만나는 방식으로 진화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가 업체 수는 계속 늘고 있다.
실제로 ‘IAA 모빌리티 2025’에는 전 세계 1,000여 개 기업이 참여해, 2023년(750개사) 대비 33% 이상 증가한 규모를 기록했다. 독일 외 국가 비율은 57%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 참가 기업 중 약 40%는 첫 출전인 점도 눈에 띈다. 한국 기업들도 완성차부터 부품사, 모빌리티 스타트업까지 약 50곳이 참여해 기술력을 선보였다.
흥미로운 점은 전시장 입장권이 필요 없는 ‘오픈 스페이스’에만 참여하는 브랜드들도 늘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를 비롯해 르노, 포드, 스마트, 루시드 등 주요 브랜드들이 도심 전시에 집중하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시민은 “100유로가 넘는 티켓 없이도 최신 자동차를 직접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매력적인 행사”라며, “전시뿐만 아니라 대회 기간 동안 밤에는 다양한 문화 행사도 함께 즐길 수 있어 진정한 자동차 축제라고 느껴진다”고 말했다.
오픈 스페이스의 성공 비결 중 하나는 가족 단위 관람객을 적극 겨냥한 구성이다. 도시 골목길을 따라 조성된 ‘IAA 패밀리 트레일’은 어린이와 보호자 모두에게 인기였다. 마스코트 ‘리아’와 함께하는 스탬프 투어는 놀이와 학습을 결합한 체험형 콘텐츠로, 아이들이 미래 모빌리티를 자연스럽게 체험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번에는 움직임을 주제로 한 창의 활동과 간단한 미션을 수행하며 작은 선물을 받을 수 있었다. 현장은 작은 교육의 장이자 축제 공간으로 기능했다. 각 브랜드별 부스에서도 어린이 대상의 워크숍과 체험 프로그램이 함께 운영됐다.

시승 체험 확대도 빼놓을 수 없다. 주최 측은 약 200대 이상의 시승 차량을 준비해 관람객들이 브랜드 대표 모델을 직접 타고 뮌헨 시내를 주행할 수 있도록 했다. 자동차 전시의 가장 본질적인 체험 요소인 직접 타보고 느껴보는 경험을 도시 공간에 풀어낸 것이다.
현장에서 만난 IAA 오픈 스페이스 주최 측 관계자는 “오픈 스페이스는 단순한 자동차 산업 전시장이 아니라, 삶과 환경, 기술과 사람을 잇는 축제의 장”이라며 “모든 연령층과 다양한 관심사를 가진 이들이 함께 참여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설계된 현장이라는 점에서 전통적인 산업 전시회의 경계를 뛰어넘는다”고 말했다.정진수 기자 brjean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