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가 1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더 셰드’에서 진행한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이 같은 장기 청사진을 내놓았다. CEO 인베스터 데이는 중장기 전략과 경영 목표를 발표하는 행사로, 현대차가 2019년부터 매년 개최하는 인베스터 데이를 해외에서 진행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미국의 고율 관세, 일본과의 관세 역전 등 복합 위기에 정면으로 맞서 글로벌 시장에 더 집중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 투자 규모 10% 늘려 위기 돌파
이날 현대차가 밝힌 투자 규모는 지난해 인베스터 데이 때 발표한 70조3000억 원보다 10%(7조 원) 늘어난 수치다. 늘어난 투자액 중 5조 원은 설비투자에 집중된다. 미국 조지아주의 메타플랜트(HMGMA)와 인도 탈레가온 푸네 공장, 울산 신공장 등을 3대 ‘혁신 생산기지’로 삼아 글로벌 생산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메타플랜트는 지난해 가동을 시작했고, GM에서 인수한 인도 푸네 공장은 올해 안, 전기차 전용 생산공장인 울산 신공장은 내년 초 가동이 목표다.
메타플랜트의 생산 능력은 2030년까지 연 50만 대 수준으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또 인도에서 25만 대, 울산 신공장에서 20만 대 등 합계 120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겠다는 계획이다.

고급·대형 차량이 인기가 많은 미국에서는 제네시스, 팰리세이드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판매하고 중소형 전기차가 잘 팔리는 유럽에는 내년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탑재한 아이오닉3 신모델을 출시하는 등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활용하겠다는 설명이다. 현대차는 이달 초 독일 뮌헨에서 열렸던 ‘IAA 모빌리티 2025’에서 아이오닉3의 밑그림 격인 EV 콘셉트카 ‘콘셉트 쓰리’를 공개한 바 있다.
올해 기준 현대차의 판매 목표치는 417만 대, 친환경차 비중은 24%(약 100만 대)다.
● 수출 다변화로 수익성↑

현대차는 2021년 출시했던 북미 전용 픽업트럭 ‘싼타크루즈’의 뒤를 이을 중형 픽업트럭을 2030년 전까지 현지에 출시하기로 했다. GM과의 차종 공동 개발, 자율주행기업 ‘웨이모’와의 자율주행 파트너십 체결 등 현지 기업과의 협업도 늘려가고 있다.
중국 시장의 비중을 늘리고 인도와 아시아태평양 시장 점유율도 확대하기로 했다.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인도 시장에 선보이고 ‘전기차 강국’이 된 중국에도 준중형 전동화 모델을 선보여 전체 글로벌 판매량의 4% 수준인 중국 시장 비중을 2030년에는 8%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불확실성의 시기를 마주했으나, 이전의 경험처럼 또다시 위기를 극복하고 변화를 주도하는 미래 모빌리티 회사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